입력 | 2020-11-23 17:06 수정 | 2020-11-23 18:28
<strong style=″font-weight:bold; font-family:initial;″>트럼프-호건, ′한국산 키트′ 놓고 설전</strong>
연일 트위터에 대선 불복 글을 올리고 있는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어제는 맥락이 좀 다른 기사를 리트윗했습니다.
″반트럼프 영웅 래리 호건 메릴랜드 주지사, 한국의 결함있는 코로나19 진단 키트를 들여오는 데 돈을 썼다″는 제목의 극우 인터넷 매체의 기사였습니다.
그리고는 호건 주지사를 ′이름뿐인 공화당원(RINO·Republican in Name Only)′이라 비하하며 ″호건은 자신이 큰 돈을 낸 결함 있는 키트처럼 형편없다″고 맹비난했습니다.
두 시간 뒤 호건 주지사가 반격에 나섭니다.
호건 주지사는 트위터에 ″만약 당신이 제대로 일했다면 주지사들이 메릴랜드가 성공적으로 한 것처럼 스스로 검사 키트를 구하러 다니지 않았을 것″이라고 반격했습니다.
특히 ″골프 그만 치고 (대선 패배나) 인정하라″고 꼬집었습니다.
′한국 사위′로 불리는 호건 주지사는 공화당 내에서 대권 잠룡 중 하나로 꼽힙니다.
트럼프 대통령과 공화당 유력 정치인의 싸움에 왜 느닷없이 한국산 진단키트가 시비거리로 등장한 걸까요?
<strong style=″font-weight:bold; font-family:initial;″>WP ″한국산 불량 키트 돈 내고 교체″‥″아내 때문?″ 의혹 제기도</strong>
주류 매체를 신뢰하지 않는 트럼프 대통령은 극우 인터넷 매체인 ′브레이트바트′의 기사를 인용했지만, 사실 이 기사는 앞서 지난 20일 워싱턴포스트가 먼저 보도한 내용입니다.
워싱턴포스트는 <호건이 한국에서 들여온 첫 코로나19 키트는 결함이 있었고, 사용된 적이 없다>는 제목으로 메릴랜드주가 한국산 코로나19 진단키트를 구매했다가 결함이 발견돼 한 달 여만에 추가 비용을 내고 교체했다고 보도했습니다.
만약 사실이라면 자칫 한국산 진단 키트에 대한 신뢰 하락까지 불러올 수 있는 문제입니다.
실제로 해당 기사에는 세금으로 불량 제품을 구매한 것이냐는 분노에 찬 댓글이 달리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MBC 취재 결과 워싱턴포스트의 보도는 사실과 다른 부분이 많았습니다.
<strong style=″font-weight:bold; font-family:initial;″>″결함 아닌 성능 업그레이드‥교체 아닌 추가 구매″</strong>
앞서 메릴랜드주는 지난 4월 두 차례에 걸쳐 한국의 랩지노믹스가 만든 코로나19 진단키트 ′랩건′ 50만 개를 구입했습니다.
워싱턴포스트에 따르면 이 50만개 진단키트에 결함이 발견돼 메릴랜드 주 정부가 이후 랩지노믹스 측에 250만 달러, 우리돈 27억 원을 추가로 주고 새로운 대체 키트를 받았다는 건데요.
이 과정에서 주 정부가 진단키트 교체 사실은 물론 처음 도입한 불량 키트 50만 회분을 얼마나 사용했는지도 공개하지 않고 있다고 비판했습니다.
그러면서 한국출신인 호건 주지사의 아내 유미 호건 여사가 의도적으로 성능이 떨어지는 한국산 키트를 무리하게 도입했다는 의혹까지 제기했습니다.
워싱턴포스트 보도가 나간 직후 랩지노믹스 관계자는 ″황당하다″는 반응을 보였습니다.
지난 4월 메릴랜드 주 정부가 랩건을 처음 도입할 때는 아직 FDA 승인을 받지 않은 상태였다고 했습니다.
이 사실을 메릴랜드 주 정부도 알았지만 코로나19 환자가 급증하는 상황이다보니 수출을 요청했고, 키트는 이후 FDA에 긴급 승인을 받았다는 겁니다.
이 과정에서 FDA가 일부 성능 개선을 요구해 일부 업그레이드된 ′버전2′의 랩건이 만들어졌습니다.
메릴랜드 주는 이후 이 버전2를 추가로 구매했습니다.
업체는 ″버전 2는 같은 제품이지만 물성을 바꿔 업그레이드한 것″이라며 ″키트를 다시 공수한 것은 결함이 있어서가 아니″라고 강조했습니다.
문제가 있었다면 구매자인 메릴랜드 주의 항의나 기존 키트의 반품 요구가 있었겠지만, 그런 요구도 없었다고 밝혔습니다.
<strong style=″font-weight:bold; font-family:initial;″>사실 확인 없는 외신 받아쓰기 두번째‥′K방역 실패′와 연관지어</strong>
워싱턴포스트 보도 직후 국내 언론들도 대부분 기사를 그대로 받아썼습니다.
″한국 사위가 구매한 韓 진단키트, 모두 불량품이었나″, ″美 수출 코로나 진단키트 전량 불량품?...주지사 ′곤경′″ 같은 제목의 기사들입니다.
모두 진단키트 불량을 기정사실화하는 듯한 내용이었습니다.
급기야 이를 ′K방역′과 연관지어 ″K방역의 민낯이 드러났다″며 한국의 방역 시스템 전반의 신뢰가 떨어졌다고 비판하는 기사도 있었습니다.
메릴랜드 주의 한국산 키트 구입 관련 국내 언론들의 외신 받아쓰기는 지난 9월에도 있었습니다.
9월 22일 조선일보는 메릴랜드 지역 일간지 ‘볼티모어 선’의 보도를 그대로 받아 <‘한국의 사위’ 美주지사가 사간 K진단키트 불량 많아 사용중단>이란 제목으로 보도했습니다.
′K방역 성과′로 홍보됐던 한국산 키트에 위양성 문제가 속출해 더는 사용하지 않기로 했다는 내용이었습니다.
하지만 이에 대해 메릴랜드 대학 연구소 측은 랩지노믹스 진단키트에 불량이 발생한 것이 아니라 코로나19 전용 키트를 독감 검사에 사용해 이상이 나타난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strong style=″font-weight:bold; font-family:initial;″>한국산 키트 비판 계속‥′대선 잠룡′ 정치적 공격?</strong>
한국산 키트가 비판의 대상이 되고 있는 이유에 대해 차기 잠룡으로 떠오른 래리 호건 주지사를 정치적으로 공격하는 의도가 있다는 현지 보도도 있습니다.
특히 2024년 대선 재출마를 계획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트럼프 대통령이 공화당 차기 주자로 떠오른 호건 주지사의 싹을 자르려고 일부러 공격한 것이란 해석도 나왔습니다.
호건 주지사는 지난 4월 트럼프 행정부가 코로나19에 손 놓고 있던 것과 달리 한국에서 대규모로 진단키트를 들여와 현지에선 트럼프와 대비되는 ′영웅′으로 묘사되기도 했습니다.
한국산 진단키트를 대량으로 들여온 메릴랜드주는 미국에서 두번째로 테스트를 많이하는 주로 기록됐는데요.
하지만 미국산이 아니라는 점때문에 공격받기도 쉬운 상황이 돼버린 겁니다.
호건 주지사는 워싱턴포스트 보도 이후 MSNBC 방송에 출연해 ″해당 기사는 완전한 허위″라고 주장했습니다.
그는 ″FDA의 변경된 새 기준에 맞춰 한국 키트를 ‘더 빠르고 업그레이드된 진단키트′로 전환한 것″이라고 설명하며, ″한국 제품을 빨리 들여온 덕분에 메릴랜드 주가 다른 주보다 신속하게 테스트를 할 수 있었다″고 반박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