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PD수첩팀

[PD수첩] PD수첩, 쿠팡 아이템 위너 실태 단독 취재

입력 | 2021-11-16 22:35   수정 | 2021-11-16 22:35
16일 밤 PD수첩 <차이나 셀러의 습격>에서는 쿠팡의 가품 구매 피해자를 조명, ′아이템 위너′ 실태를 단독 취재했다.
한 소비자가 쿠팡에서 믿고 산 스피커가 가짜 상품이었다며 제보를 해왔다. 취재 결과, 가품 스피커로 인한 피해자는 한둘이 아니었다. PD수첩은 쿠팡에서 스피커를 구입해 전문가의 감정을 받아보았고, 그 결과 스피커는 가품인 것으로 판명됐다. 문제는 일반 소비자가 제품을 가품인지 진품인지 제대로 판단하기 어렵다는 것이었다.

쿠팡의 가품은 비단 스피커에 국한된 문제가 아니었다. 고객들의 좋은 후기를 보고 텀블러를 샀다는 피해자는 도착한 제품을 보고 잘못된 상품이라는 것을 단박에 알아챘다고 말했다. 온라인에서는 물건을 만져볼 수도, 실제 착용해볼 수도 없기 때문에 보통 앞서 산 고객들이 남겨놓은 후기로 구매를 결정한다. 그런데 고객 후기와 전혀 다른 물건이 왔다는 것이다.

쿠팡에서 이러한 일이 발생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쿠팡에서 물건을 판매할 때 적용되는 ′아이템 위너′라는 제도로 인해 발생하는 현상이었다. A라는 판매자가 제품을 판매하고 있을 때, B라는 판매자가 A 판매자보다 낮은 가격을 등록하면 B 판매자가 아이템 위너가 될 확률이 높다는 것. 아이템 위너가 되면 B 판매자만 화면에 노출되기 때문에 모든 매출을 B 판매자가 가져가게 된다. 이러한 방식으로 운영되다 보니, 수많은 판매자가 낮은 가격을 들고 나온 중국 판매자들에게 아이템 위너를 빼앗기고 있다.

가방을 직접 제작해 판매하고 있는 한 판매자는 좋은 후기들이 쌓이면서 쇼핑몰이 자리 잡아가고 있을 때, 좋았던 후기가 한순간에 뒤바뀌었다고 말했다. 또한, 자신이 직접 촬영한 제품 사진과 제품명으로 만든 쇼핑몰인데 가격은 3분의 1 수준으로 낮아져 있었다는 것. 가격을 낮춘 중국 판매자가 아이템 위너를 차지한 것이었다. 중국 판매자의 가방을 직접 주문해 원 판매자가 팔고 있는 가방과 비교해보았더니 확연한 차이를 보였다.
주방용품을 판매하고 있는 한 업체 역시 중국 판매자가 나타나면서 문제가 생겼다. 중국 판매자가 아이템 위너가 되면서 주문은 줄어들었다. 중국 판매자가 판매하고 있는 제품과 원 제품을 비교해보니 스티커가 중국어로 적혀있는 등 원 판매자가 팔고 있던 제품과는 다른 제품이었다. 소비자에게 제품에 관한 정보를 제공하는 상세페이지까지 중국 판매자들이 도용하여 사용하고 있었다.

쿠팡에서 유아용품을 판매하고 있는 한 업체는 중국 판매자가 아이템 위너를 차지하면서 매출이 없어지는 충격적인 경험을 했다. 중국 판매자에게 항의 메일도 보내봤지만 ‘즐거운 하루 되세요’라는 엉뚱한 내용의 답변이 돌아왔다.

쿠팡에서는 수많은 중국 판매자들이 아이템 위너가 되어있었고, 품목을 가리지 않고 다양한 물품을 판매하고 있었다. 이들의 주소지에는 중국 산동성 웨이하이가 다수 포함되어있었다. 웨이하이에서는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일까.

PD수첩은 아이템 위너를 차지한 중국 판매자들을 직접 찾아갔지만, 쿠팡에 적혀있는 주소지로는 판매자들을 찾을 수 없었다. 취재 도중, 웨이하이 시내에 쿠팡 판매자들과 관련된 곳이 있다는 정보를 입수해 찾아갔다. 그곳은 온라인 플랫폼 중에서도 특별히 쿠팡의 입점을 도와주는 사설학원이었다. 교육생들이 쿠팡에서 주문받은 상품을 중국 도매쇼핑몰에서 이미지 검색으로 찾으면, 보통은 가격이 가장 저렴한 상품을 구매해 한국으로 보낸다고 한다.
학원 중에서는 쿠팡에서 잘 팔리는 상품을 따라서 판매하는 ′껀마이(따라 판매)′를 알려주는 곳도 있었다. 더 놀라운 것은 따라 판매를 자동으로 처리해주는 프로그램이 있다는 것. 따라 판매 프로그램으로 아이템 위너가 되면 높은 수익을 올릴 수 있다는 소문이 퍼지면서, 수많은 중국인이 몰려들었다. 따라 판매 프로그램의 사용으로 중국 판매자들의 가격경쟁이 치열해졌고, 이는 제품의 품질 저하라는 부작용으로 이어지고 있다.

PD수첩은 쿠팡 측 관계자를 만나 입장을 들을 수 있었다. 쿠팡 측은 아이템 위너 제도를 도입한 이유에 대해서 ″상품이 우수하고 소비자에 대한 평가를 잘 받는 업체들에 조금 더 기회를 제공하고자 아이템 위너를 운영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또한 ″모니터링을 강화해 나가고 있으며, 악용 사례들이 발견되면 판매 중지 조치도 가능한 한 빨리 취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미국 국내 기업들 역시 중국 판매자들로 인해 막대한 피해를 보았다. 아마존은 프로젝트 제로 사업을 통해 하루 50억 개의 상품을 직접 검수하는 한편, 5만여 개의 중국 판매 계정을 퇴출했다. 유럽연합에서는 온라인 플랫폼 사업자에게 하자 있는 안전하지 않은 물건에 대해서 손해가 발생했을 때 일정한 책임을 부과하도록 개정이 예고되어있다.

온라인 플랫폼은 혁신을 이끌어 낼 수 있는 신성장 산업이다. 플랫폼 내에서 활동해야 하는 중소, 소상공인을 보호하고, 소비자들이 피해를 보지 않도록 적정한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 할 때가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