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김정원

[World Now] 코로나 백신, 두가지 약 섞어서 맞아도 OK?

입력 | 2021-02-06 07:52   수정 | 2021-02-06 08:15
<strong style=″font-weight:bold; font-family:initial;″>* ″코로나19 잡는다″…′백신 어벤져스′ 결성?</strong>

″이건 인류의 운명을 건 싸움이야. 우리는 승리할 거야. 무슨 일이 있더라도!″ (영화 ′어벤져스:엔드게임 대사 中)

혼자선 상대하기 힘든 거대한 적과의 싸움.

캡틴 아메리카와 아이언맨 등 ′슈퍼 히어로′들이 뭉쳤습니다.

좌충우돌하는 상황에서도 각자의 장점을 합쳐 결국 인류를 구해냅니다.

전 세계에서 진행되는 코로나19와의 ′전쟁′을 보며 문득 영화 ′어벤져스′가 떠올랐습니다.

<strong style=″font-weight:bold; font-family:initial;″>* 코로나와의 전쟁 1년…′백신 히어로′ 등장 *</strong>
미국, 독일, 영국 등 서방 선진국들이 내놓은 화이자, 모더나, 아스트라제네카, 얀센, 노바백스, 여기에 러시아의 스푸트니크V 등.

코로나19가 침입한 지 1년 만에 벌써 다국적 백신 ′슈퍼히어로′들이 여럿 등장했습니다.

그런데 ′어두운 터널 끝에 드디어 빛이 보인다′며 환호한 것도 잠시.

영국, 남아공, 브라질 등에서 전파력이 훨씬 강한 각종 변이 바이러스가 등장하며 코로나와의 전쟁은 2라운드에 접어 들었습니다.

<strong style=″font-weight:bold; font-family:initial;″>*′아스트라제네카+화이자′…′혼합 접종′ 임상 실험 모집 중*</strong>

상황이 이렇다보니 ′백신 어벤져스′를 꾸려 ′혼합 접종′을 하자는 아이디어까지 나왔습니다.
아스트라제네카와 백신을 공동 개발한 영국 옥스퍼드대 연구팀은 ′혼합 접종′ 임상 시험을 위해 820명(50세 이상) 자원자를 모집하고 있습니다.

화이자와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을 섞어서 접종하겠다는 겁니다.

임상 시험은 이렇게 진행됩니다.

1회차는 아스트라제네카나 화이자 백신을 접종합니다.
1회 접종 후 12주 안에 2번째 주사를 맞게 되는데 자원자 일부는 1회차와 같은 백신을, 나머지는 다른 백신을 접종합니다.

이후 접종자의 혈액을 채취해 코로나19 바이러스에 대항하는 중화항체와 ′T세포′로 불리는 면역세포 양을 확인할 계획입니다.

영국 정부가 지원하는 이번 연구는 오는 6월쯤 임상 결과가 나올 거라고 합니다.

옥스퍼드대 연구팀은 러시아 백신 ′스푸트니크 V′와도 ′혼합 접종′ 임상 시험을 계획하고 있습니다.
<strong style=″font-weight:bold; font-family:initial;″>* 일부는 ″혼합 접종이 변이 바이러스에도 더 잘 대응″ 주장</strong>

일부이긴 하지만 전문가 중에는 ′혼합 접종′이 서로 다른 백신의 장점을 극대화시켜 변이 바이러스 등에 더 잘 대응할 수 있다는 주장을 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아스트라제네카와 화이자 백신 경우를 한번 살펴볼까요.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은 바이러스에 감염된 세포를 직접 죽이는 T세포를 더 활성화시키고,
화이자 백신은 바이러스에 달라 붙어 세포로 침투하지 못하게 하는 중화항체 반응을 더 활성화시키는 장점이 있는 걸로 알려져 있습니다.

이런 점을 토대로 연구진은 두 백신을 함께 쓰면 서로 다른 종류의 면역 반응을 통해 효능이 높아질 걸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연구를 이끌고 있는 옥스퍼드대 매슈 스네이프 교수는 가디언과의 인터뷰에서 ″한 사람에게 다른 백신을 연속해 접종했을 때 변이 바이러스에 대한 면역 효과가 더 클 가능성도 있다″라고 밝혔습니다.

또 ″다른 회사의 백신을 혼용할 수 있다는 결과가 나온다면 백신 유통·공급의 유연성이 엄청나게 개선될 것″이라며 ″변이 바이러스에 대한 보호의 범위를 넓힐 방법을 알아내는 실마리가 될 수도 있다″라고 말했습니다.

연구진은 동물을 대상으로 ′혼합 접종′ 실험을 이미 실시했습니다.

스네이프 교수는 ″쥐를 이용한 연구에서 아스트라제네카의 백신과 화이자의 백신을 결합하면 더 좋은 면역 반응이 나타날 수 있다는 증거가 나왔다″라고 덧붙였습니다.

우리나라의 남재환 가톨릭대 교수는 네이처지와의 인터뷰에서 아스트라제네카와 노바백스를 맞는 방식이 화이자와 혼합해 접종하는 것보다 더 유리하다는 의견을 밝히기도 했습니다.

남 교수는 ″노바백스 백신은 화이자 백신과 비슷한 면역반응을 유도하면서도 생산과 유통이 더 간편하다″고 설명했습니다.

<strong style=″font-weight:bold; font-family:initial;″>* ″데이터도 없이 섣부른 시도″ 걱정스런 목소리도</strong>

하지만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습니다.

백신 전문가인 미국 코넬대 존 무어 교수는 뉴욕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혼합 접종′을 ″입증해 줄 데이터가 전혀 없다″며 영국 정부가 ″과학을 완전히 버렸다″고 혹평했습니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 CDC 역시 백신 혼용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입니다.

CDC는 ″백신을 섞어서 사용했을 때 안전성이나 효과에 대해서는 확인된 사실이 없다″며 ″백신의 2회 접종은 반드시 동일한 제품으로 완료해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strong style=″font-weight:bold; font-family:initial;″>*″′혼합 접종′은 물량 부족이 낳은 ′고육 지책′*</strong>

어쨌거나 이렇게 ′혼합 접종′, 혹은 ′교차 접종′이 시도되는 가장 큰 이유는 물량 부족입니다.

현재 개발된 대부분의 백신은 같은 회사 제품을 2번씩 맞아야 하는데요.

1번 맞고 난 뒤 3~4주 후에 2회 접종이 이뤄집니다.

그런데 물량이 부족하다보니 1번째 주사를 맞고 난 뒤 한참 뒤에 2회 접종을 하게 되는 경우가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습니다.

스페인과 프랑스 등 일부 국가에선 백신 접종이 중단되는 일도 생겼습니다.

이 때문에 잉글랜드 공중보건국은 최근 ′2회차 접종을 하러 시민이 왔는데 1회차에 맞은 백신이 없는 일이 벌어졌을 때 다른 회사의 백신을 맞아도 된다′고 권고하기도 했습니다.

만약 2회 접종 때 다른 회사 주사를 맞을 수 있게 되면 접종 속도가 훨씬 빨라질 수 있지 않냐는 겁니다.

심지어 미국 CDC도 백신 부족 사태가 심각해지자 1월 중순쯤 ′접종 지침′을 슬그머니 바꿨습니다.

″공급이 제한적이거나 이전에 어떤 백신을 접종했는지 알 수 없는 등 예외적인 경우에 한해 혼합 접종을 할 수 있다″고 한 겁니다.

CDC는 다만 ″두 제품이 (화이자, 모더나) 서로 호환 가능한 것은 아니다. 새로운 권고안이 두 백신의 안전성과 효능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에 대해서는 아직 연구되지 않았다″고 인정하면서 최대한 환자가 동일한 백신을 접종할 수 있도록 모든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밝혔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