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박성호

[World Now] 코로나 대처 '점수' 잃은 바이든, CDC는 왜 욕을 먹나

입력 | 2021-08-10 13:46   수정 | 2021-08-10 13:55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코로나19 대처로 땄던 점수를 까먹고 있다. 지난 4일 공개된 퀴니펙대 여론조사에서 ′바이든이 코로나 대처를 잘 하고 있다′는 응답은 53%였다. 지난 5월 같은 조사에서 65%였던 긍정 평가가 두 자릿수 하락세를 보였다. (https://poll.qu.edu/poll-release?releaseid=3814)

일단 객관적인 코로나 상황이 나빠졌다. 6월 말만 해도 미국내 하루 신규 확진자는 1만 1천명 수준이었는데, 지난 7일엔 12만 4천928명으로 12배나 뛰었다. 다 잡혔나 싶던 코로나 바이러스가 델타 변이의 확산으로 다시 위세를 떨치고 있다.

<strong style=″font-weight:bold; color:#144db2; font-family:initial;″>CDC에 쏠리는 화살..민주당에서도 부글부글</strong>

이런 상황에서 비난의 화살은 코로나 대처의 주무기관인 질병통제예방센터(CDC)에 쏠리고 있다. 공화당은 말할 것도 없지만 민주당에서조차 불만이 터져 나오고 있는 점이 눈에 띈다.

워싱턴포스트는 최근 방역 당국의 코로나 대처가 내년 중간선거를 준비하는 민주당 후보들을 불안하게 하고 있다고 짚었다. 신속한 백신 접종과 확진자 감소, 영업제한 해제 등 바이든 행정부의 코로나 대응을 자랑해 왔던 선거 전략도 수정해야 할 판이라고 했다.
(https://www.washingtonpost.com/politics/virus-surge-democrats-midterms/2021/08/07/65ff7f6e-f632-11eb-9068-bf463c8c74de_story.html)

민주당의 한 의원은 이 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비속어를 써가며 ″모든 것을 CDC가 엉망으로 만들어 놨다″고 했다. 노스캐롤라이나주의 제프 잭슨 상원의원도 CDC의 커뮤니케이션이 혼란스러웠다며 바이든 행정부의 대국민 메시지 전달에 찬성하지 않는다고 했다.

언론도 매서워졌다. 뉴욕타임스는 최근 바이든 대통령이 호언했던 것처럼 바이러스로부터 독립하는 ′기쁨의 여름′(summer of joy)이 아니라 ′혼란의 여름′(summer of confusion)이 되고 말았다고 직격했다.
(https://www.nytimes.com/2021/08/02/us/politics/covid-pandemic-guidelines.html)

<strong style=″font-weight:bold; color:#144db2; font-family:initial;″>전문가들이 꼽는 CDC의 세 가지 잘못</strong>

CDC의 메시지 발신에 무엇이 잘못된 건지, 전문가들의 지적을 종합해 보면 대체로 세 가지를 추릴 수 있다.

<I>(1) 성급한 방역 지침 완화 </I>
CDC는 지난 5월 백신 접종자의 경우 마스크를 벗어도 된다고 발표했다. 당시 CNN의 의학전문 애널리스트인 리나 웬은 ″성급하게 정상으로 복귀하려고 중대한 실수를 범했다″고 비판했다.

많은 전문가들을 비롯해 레스토랑 업주들도 백신을 맞지 않은 사람까지 마스크를 벗게 될 텐데 어떻게 구별하냐며 걱정했고, 우려는 현실이 됐다.

최근의 코로나 확진자 급증에는 델타 변이의 강한 전염력, 보수 성향 지역의 낮은 백신 접종률이 크게 작용했지만, 방역 지침을 섣불리 완화한 탓도 크다는 지적이다.

바이든 행정부는 7월 4일 독립기념일에 미국인들이 자기집 뒤뜰에서 바베큐 파티를 하며 바이러스로부터의 독립을 축하하게 하겠다며 샴페인을 너무 일찍 터뜨리려 했던 셈이다.

<I>(2) 오락가락, 상충되는 메시지 </I>

CDC는 코로나 유행 초기인 지난해 봄만 해도 마스크 착용을 강력하게 권고하지 않았다. 모든 사람이 마스크를 다 쓸 필요가 없다고 여러 차례 밝혔다. 그러다 지난해 11월에야 전국민 마스크 의무화라는 지침을 내놨다.

백신 접종자는 마스크를 벗어도 좋다던 지난 5월의 권고는 두 달만에 180도 뒤집었다. 백신 접종 여부와 관계 없이 바이러스 확산세가 빠른 지역에서는 실내에서 마스크를 착용해야 한다고 했다.

그런데 CDC는 이렇게 전원 착용을 권고했지만, 백악관은 연방정부 공무원의 직장내 마스크 착용을 요구하면서 백신 미접종자들한테만 쓰라고 해서 다소 상충되는 모습을 보였다.

뉴욕타임스는 코로나 대유행 기간에 수시로 바뀐 메시지 때문에 공중보건 당국의 권고에 사람들이 회의를 갖게 됐다고 비판했다. 대중을 상대로 한 메시지 전달, 즉 ′PR′의 실패가 문제인 셈이다.

<I>(3) 선명하지 않은 지침 </I>

CDC는 마스크 착용 의무화로 입장을 번복하면서 ′바이러스가 빠르게 퍼지고 있는 지역에서′라는 단서를 달았다. ′빠르게 퍼진다′는 기준이 뭘까. 일주일 평균 인구 10만 명당 신규 확진자가 50명 이상이거나 코로나 검사에서 양성 판정 비율이 8%를 넘는 경우라고 한다.

각 주와 카운티 당국은 관련 집계를 수시로 업데이트해야 하고, 시민들도 일일이 파악해야 하는 번거로운 일이다. CDC가 밝힌 ′급속 확산 지역′의 기준을 아는지 워싱턴DC 시내에서 지나가는 시민들에게 물어봤지만, 아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백악관 앞에서 만난 브렌다(텍사스주 휴스턴 거주)라는 흑인 여성은 ″너무나 헷갈린다. 지역에 따라 어디 가면 마스크를 써야 하고, 마스크를 벗어도 되는지 알 수가 없다. 일일이 발표가 나오지 않는데 어떻게 아느냐″고 말했다.

개리라는 백인 남성(웨스트버지니아주 거주)은 ″마스크 착용 권고가 전국적인 게 아니라 플로리다, 텍사스, 미주리 같은 동남부에만 해당되는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백신 접종을 완료했다는 일리아스라는 백인 남성은 백신 접종을 완료했는데, CDC의 방침 변경을 모른 채 마스크를 벗고 마트에 들어갔다가 입장 여부를 놓고 실랑이를 벌였다. ″델타 변이 때문에 불가피한 궤도 수정이었겠지만, 얼마나 많은 이들이 숙지하고 따를지 의문″이라고 했다.

<strong style=″font-weight:bold; color:#144db2; font-family:initial;″>미숙함의 배경, 정치적 결정의 부재</strong>

CDC는 데이터와 과학에 기반해 결정을 내려왔다고 공식 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보건 전문가들은 과학과 정치의 균형을 제대로 맞추지 못한 점을 사태의 배경으로 본다.
톰 프리든 전 CDC 국장은 공영 라디오 NPR 인터뷰에서 로셸 월렌스키 현 국장이 공직 경험이 없는데, 백악관의 커뮤니케이션 전문가들과 CDC의 메시지 조율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사람들이 흔히 공중보건에서 정치를 분리해야 한다고 하는데, 사실 사람들을 안전하고 건강하게 하는 과정에서 많은 정치적 결정이 발생한다″며 아쉬움을 표했다.
(https://www.npr.org/2021/07/31/1023146072/former-cdc-director-discusses-balancing-science-and-politics-in-pandemic-respons)

에모리대학의 카를로스 델 리오 박사도 뉴욕타임스에 ″(지난 5월 시점에서) 마스크를 벗어도 좋다고 한 CDC의 권고는 과학적으론 옳지만, 인간의 행동에 미칠 영향을 감안하면 잘못″이라고 했다. 시민들은 물론 주 정부와 식당에서도 마스크 착용을 요구하지 않게 풀어주는 결정을 내림으로써, 델타 변이를 번성하게 하는 실책을 범했기 때문이다.

결국 취임 6개월 되는 시점에 코로나 극복의 성과를 내보이려던 바이든 정부의 목표에 ′정치′는 존재했지만, 그걸 실천하는 방법에서 ′정치′가 미흡했던 셈이다.

<strong style=″font-weight:bold; color:#144db2; font-family:initial;″>위기 느낀 바이든, ′공화당 때리기′로 역공</strong>

바이든 대통령의 국정운영에 대한 평가가 나빠졌다. 지난달 하순 나온 갤럽 조사에서 긍정 평가는 50%였다. 취임 이후 6월까지 안정적으로 56%를 기록했는데, 이번에 최저치가 나왔다.
(https://news.gallup.com/poll/352733/biden-approval-drops-lowest-date.aspx)
그러면서 바이든 대통령의 입도 거칠어졌다. 지난 달엔 백신에 대한 허위 정보가 유포되도록 방치한 소셜미디어 기업들의 책임이 있다며 ″그들이 사람들을 죽인다(“They’re killing people.”)이라고 극언을 했다. 그러다 사흘 만에 감정적 발언이었다며 ′페이스북은 사람을 죽이지 않는다′고 물러섰다.

이제는 공화당 때리기를 본격화하고 있다. 바이든은 최근 공화당 소속 주지사들을 향해 ″도움 줄 게 아니라면, 비켜라″라고 했다. 코로나 확산세가 길어지게 된 책임은 자신이 아니라 공화당에 있다는 걸 부각시켰다.

그 표적이 되는 대표적 두 인물이 론 드산티스 플로리다 주지사와 그렉 애보트 텍사스 주지사다. 드산티스 주지사는 학교가 마스크 착용을 요구하지 못하게 금지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바이든을 향해 ′연방정부는 플로리다에서 손떼라′고 받아친 셈이다. 그는 2024년 공화당의 잠재적 대선 주자로 거론된다. 코로나 대처는 이미 정치 쟁점으로 부상했다.

<strong style=″font-weight:bold; color:#144db2; font-family:initial;″>공화당도 목에 힘주기는 어렵다</strong>

코로나 앞에서 ′2개의 미국′으로 갈리는 흐름이 갈수록 뚜렷해지고 있다. 8개 주는 학교에서 마스크 착용 의무화를 금지했다. 16개 주는 백신 신 접종 의무화도 금지했다. 전부 공화당 우세 지역들이고, 대체로 남부에 있다.
이들은 ′자유′를 주장하고 있다. ″정부 차원의 의무화가 아니라 개인의 책임에 의존해야 한다. 아이들이 마스크를 쓰게 할지, 가게 문을 열지는 텍사스인들의 권리다.″(애보트 텍사스 주지사)

공화당은 상당 기간 코로나 이슈를 피하려 했지만, 이제 바이든 행정부의 미숙함을 문제삼기 시작했다. 기세가 올랐는지 국경지대의 이민자 급증으로 코로나가 더 퍼지고 있다는 근거가 제시되지 않은 ′공화당 표′ 주장도 내놓고 있다.

하지만 계속해서 큰 소리를 낼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현재 델타 변이의 확산에 가장 고통받고 있는 지역이 공화당 주지사들이 있는 곳들이다. 당장 연방정부 방역 지침에 가장 선봉에 서서 반기를 든 플로리다주를 보자. 지난 한주 입원환자 비율은 50% 폭증했다. 하루 사망자는 22명(7월 6일)에서 88명(8월 6일)으로 네 배나 뛰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