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신정연

[World_Now] 온몸에 은칠한 인도네시아 '실버맨'‥왜 거리로 나섰나?

입력 | 2021-09-27 14:36   수정 | 2021-09-27 14:39
온몸에 은색 칠을 한 남성이 차도 한가운데 서서 깡통을 들고 구걸하고 있습니다.

코로나 사태가 길어지면서 인도네시아에서는 일명 ′실버맨′이 급증하고 있는데요. 심지어 퇴직 경찰관부터 10개월 아기까지 ′실버맨′ 구걸에 동원되고 있다고, 일간 콤파스 등 인도네시아 매체들이 보도했습니다.

지난 24일 밤 자카르타 외곽 남부 땅그랑의 한 주유소에서 찍은 사진을 보면 온몸에 은색 칠을 한 아기가 역시 은칠을 한 여성 품에 안겨 있습니다.
네티즌들은 ″어떻게 말 못 하는 아기에게 은색 페인트를 칠할 수 있느냐″며 ″경제 상황이 나빠지면서 아기들까지 구걸에 동원되고 있다″고 비판했습니다.

그런데 신고를 받고 출동한 현지 당국이 아기를 구걸에 동원한 성인 두 명을 조사해보니 자신들의 아기도 아니었습니다.

친구의 아기를 거리로 데리고 나와 구걸하고 있던 겁니다.

아기의 친모는 ″내가 은칠을 하고 거리에 나갈 동안 친구들에게 아기를 맡겼는데, 저들이 구걸에 데려갈지는 몰랐다″고 주장했습니다.

또 다른 지역에서는 퇴직 경찰관이 은색 칠을 하고 거리에서 구걸하다 체포됐습니다.

아구스 다르토노라는 이름의 61살 남성은 지난 24일 구걸하던 중 공공질서국 요원들을 보고 도망치다 붙잡혔습니다.

조사 결과 그는 1997년부터 2016년까지 19년 동안 국가 경찰로 재직했는데 ″돈이 없어서 실버맨이 됐다.

그는 친척이나 동료들에게 도움을 요청하는 게 부끄러웠다″고 털어놨습니다.

인도네시아는 거지 증가나 아동·청소년 등 약자의 착취를 막기 위해 구걸과 돈을 주는 행위를 모두 금지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지난해 주로 수도 자카르타 시내에서 실버맨이 눈에 띄더니 지금은 자바섬은 물론 수마트라섬과 술라웨시섬 주요 도시까지 퍼졌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