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손하늘

10·29 참사 이튿날 尹대통령 주재 회의서 "'압사' 단어 빼라" 지시

입력 | 2022-12-07 18:00   수정 | 2022-12-07 18:43
10·29 참사 이튿날 윤석열 대통령 주재로 열린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관계기관 회의에서 ′압사′라는 명칭을 쓰지 말라는 지시를 내린 정황이 드러났습니다.

국회 국정조사특별위원회 신현영 의원이 제출받은 관계기관 모바일 상황실 대화 내용에 따르면, 박향 보건복지부 방역총괄반장은 ″오늘 열린 대통령 주재 회의 결과″라며 ″이태원 압사 사건을 ′압사′ 제외하시고 이태원 사고로 요청드린다″고 말했습니다.

여기에 서울지역 재난인력 관계자가 ″이태원 사고로 변경하겠다″고 답하자, 박향 방역총괄반장은 ″감사해요″라는 답을 남겼습니다.

신 의원은 ″참담한 사고의 진상을 밝히고 수습하기보다 10·29 참사의 본질을 왜곡하고 사실을 축소하려는 의도가 아니었는지 진상을 밝혀야 한다″고 촉구했습니다.

이수진 더불어민주당 원내대변인도 오늘 오후 국회 브리핑에서 ″압사임이 명백한데도 ′압사′를 빼라고 한 것은 참사의 다른 원인을 찾고 싶었던 것이 아니냐, 압사가 아닌 마약 관련 사고이기를 바랐던 것이냐″고 비판했습니다.

이에 대해 대통령실 관계자는 ″′압사′라고 쓰지 않으면 압사라는 현상이 사라지는 것이냐″며 ″국민을 우습게 보는 단편적인 주장″이라고 반박했습니다.

이 관계자는 ″사망자라고 집계한다고 해서 그분들의 희생을 가볍게 여기는 게 아닌 것처럼, 행정 용어에서 이태원 사고라고 통일한다고 해서 압사 사고가 없어지는 게 아니″라고 덧붙였습니다.

보건복지부 관계자 또한 ″사고의 명칭과 관련해서는 그동안 중대본 브리핑 등을 통해 여러 차례 정부의 입장을 밝혀 왔다″고 설명했습니다.

앞서 행정안전부 역시 참사 직후 지자체에 보낸 공문에서 ′이태원 참사 희생자′ 등 당시 쓰이던 명칭이 아닌 ′이태원 사고 사망자′로 용어를 통일하도록 지침을 내려 논란을 빚었습니다.

행정안전부는 ″명확하게 가해자 책임이 나온 부분에 대해서는 희생자나 피해자라는 용어를 사용하지만, 그런 상황이 객관적으로 확인되지 않은 상황에서 중립적인 용어가 필요하다는 취지″라고 해명한 바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