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PD수첩팀

[PD수첩] 대법원 무죄 판결받은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그의 지난 9년 동안의 수사기록

입력 | 2022-09-20 22:40   수정 | 2022-09-20 22:40
- PD수첩과 시사IN의 협업을 통해 들여다본 김학의 전 차관의 9년 동안의 수가기록 검토
- 2011년 검찰이 놓쳤던 기회, 부산 저축은행 사건에서 김학의 전 차관의 차명 휴대전화가 나왔지만, 김 전 차관을 수사하지 않은 검찰
- 2013년과 2014년 두 차례 김학의 전 차관을 조사대상에 올렸지만, 무혐의 처분으로 김 전 차관을 놓친 검찰. 2019년 세 번째 수사에도 김 전 차관은 무죄 판결을 받았다

20일 밤 PD수첩 <김학의 무죄, 9년의 기록>에서는 2013년 언론 보도를 통해 불거졌던 김학의 전 차관의 ‘별장 성접대 사건’을 취재했다. 2013년 3월 15일 박근혜 정부 법무부 차관으로 임명된 김학의 법무부 차관. 그는 전날인 14일 언론에서 공개된 성접대 동영상이 보도된 이후 차관 임명 6일 만에 사퇴했다. 당시 동영상 속 인물 중 한 명으로 거론된 김 전 차관. 성상납에 동원된 여성들은 사업가와 예술가, 일반 주부 또한 포함돼 충격적이었다. 이후 경찰과 검찰 수사가 이어졌고, 김 전 차관의 성폭력 혐의에 대해서는 검찰이 2013년과 2014년 두 차례 무혐의 처분을 내린 바 있다.
2012년 말, 법조계에서는 돌았던 소문. 이상한 성관계 동영상이 있다는 것. 당시 서울고검 검사로 소문을 들었던 이용주 변호사는 “그때만 하더라도 말도 안 되는 소리라며, 이게 사실이라면 검찰 신뢰에 엄청난 치명타”라는 의견이 있었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이세민 당시 경찰청 수사기획관은 “저는 3월 13일 (법무부 차관) 내정되기 전에 정무수석실 산하 사회안전비서관에게 ‘그 인물은 고위공직자로 임명하기엔 부적절한 임물”이라고 전화 보고를 했고 “3월 12일 서면으로 동일한 내용을 팩스 보고했다”라고 밝혔다. 경찰이 성접대 동영상에 관한 정보를 보고했지만, 박근혜 정부는 김학의 대전고등검찰청 검사장을 법무부 차관에 지명했다는 것.

동영상을 촬영한 사람은 건설업자 윤중천 씨. 김학의 전 차관은 충주지청장 시절 범죄예방위원회 소속 지역 사업가들을 통해 2005년경 윤중천 씨를 소개받았다고 알려졌다. 그의 전 운전기사는 당시 윤중천 회장이 “‘학의 형’은 검찰총장까지 올라가실 분이다”라고 했다며 형사사건 청탁을 위해 자기가 알고 지낸 여성들을 소개했다고 경찰에 진술했다. PD수첩은 김 전 차관에게 성접대를 했다는 여성을 만나 당시 상황을 들을 수 있었다. 윤씨를 따라 별장에 갔다가 성폭행을 당했다고 주장한 모델 A씨. 그녀는 다음 날 윤씨로부터 김학의 검사에게 성접대를 하라고 강요받았다고 말했다. 윤씨는 A씨의 성접대 장면을 촬영해 협박까지 했는데, 그는 A씨를 로비스트로 키워주겠다고 회유하며 서울 강남의 오피스텔을 얻어주었다고 했다. 그녀는 “매일매일 감학의(당시 검사)가 왔어요. 퇴근하면 왔고, 일요일은 교회 끝나고 왔다”라고 말했다. 윤중천 씨는 김학의 전 차관에게 A씨를 소개해 준 건 맞지만, 그녀에게 성접대를 요구한 사실은 부인했다.
2013년 경찰은 검찰 측에 부산저축은행 사건 당시 최 사장에 대한 수사기록 및 차명 휴대전화의 통화 내역을 요청했다. 사업가 최씨를 통해 개설한 차명 휴대전화의 실사용자, 즉 당시 김학의 검사장이 부산저축은행 사건에서 로비스트로 활동한 박태규와 여러 번 통화한 사실이 2011년 검찰 수사 과정에서 포착됐기 때문이었다. 당시 최씨는 검찰에 소환돼 조사를 받은 바 있었다. PD수첩은 최씨에게 2011년 당시 검찰에(차명 휴대전화는) 김 전 차관이 실소유자라고 진술했는지 물었다. 그는 “수사관들이 경제 관료에게 차명 휴대전화를 제공한 것이 아니냐고 추궁하기에 부인하고 ‘공무원은 맞다‘라고만 진술을 했으며 김 전 차관의 실명은 밝히지 않았다”라고 답했다. 검찰은 더 이상 추궁하지 않았다. 김 전 차관을 단죄할 수 있었던 기회를 놓치게 된 것.
2013년 3월 경찰은 김학의 전 차관과 윤중천 씨의 성폭력 혐의에 대해 본격적으로 수사에 나섰다. 그런데 한 달 뒤 해당 사건을 수사하던 경찰 간부들에 대한 인사이동이 있었다. 2019년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경찰청 국정감사에서 이세민 당시 경찰청 수사기획관은 사건 보고를 끝내고 나오는 자리에서 “(경찰청장이) 기획관, 남의 가슴을 아프게 하면 벌 받아‘”라는 것과 “(경찰청장이) 김학의 성폭력 피의사건의 죄명을 건설 브로커 사건으로 바꿔라”라는 지시도 했다고 밝혔다. 경찰은 2013년 5월 감학의 성접대 동영상 원본을 확보해 김 전 차관의 출국금지와 체포영장 등을 신청했지만, 검찰은 ’범죄 관련성 여부 불투명‘과 ’범죄 혐의 소명이 이뤄졌다고 보기 어렵다‘며 두 건 모두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경찰은 병원에 입원 중이라는 이유 등으로 소환에 응하지 않은 김 전 차관을 찾아갔고, 그를 단 한 번 만나 조사를 마무리했다. 경찰은 김학의 전 차관과 윤중천 씨를 특수강간 혐의를 적용해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

2013년 윤중천 씨는 주택 재개발 사업을 하는 과정에서 한 저축은행으로부터 불법 대출받은 혐의도 받고 있었다. 윤씨 업체의 대출 한도는 80억 원인데, 페이퍼컴퍼니를 통해 총 320억 원을 대출받은 것. 윤씨는 재개발지역 부동산의 감정평가액을 부풀렸고, 대출을 승인해준 저축은행 전무에게 빌라 한 채를 제공한 혐의도 있었다. 검찰은 저축은행 김 전무를 구속기소 했지만, 윤씨는 불기소 처분을 내렸다. 윤씨가 페이퍼 컴퍼니를 만들고, 저축은행 전무에게 빌라 한 채를 준 사실이 있지만 범죄행위에 적극 가담한 증거가 없다고 판단한 것. 윤씨와 관련된 김 전 차관에 대해 고제규 시사IN 기자는 당시 검찰이 김 전 차관을 조사한 것은 단 한 차례. 신문조서는 단 두 장뿐이었다고 설명했다. 검찰은 김 전 차관에게 불기소 처분을 내렸다. 2014년 피해자 A씨가 김학의 전 차관과 윤중천 씨를 다시 고소했지만, 검찰은 단 한 번 피해자 진술을 듣고 조사를 진척시키지 않았고, 김 전 차관의 뇌물수수 혐의마저 수사하지 않았다. 검찰은 김 전 차관을 또다시 불기소 처분했다.

2018년 문재인 정부 들어서 출범한 <검찰 과거사진상조사단>이 김학의 성접대 사건을 조사 대상으로 올렸고 <검찰 과거사진상조사단>은 2013년과 2014년에 있었던 검찰 수사 문제점을 지적했다. 김학의 씨가 받은 성접대의 대가성을 수사해 뇌물죄로 기소할 수 있었는데 이 부분을 놓쳤다는 것. 법무부 산하 <과거사위원회>는 사건 수사에 관련해 김학의 차관의 뇌물 혐의 등 실체적 진실과 부실 수사 의혹, 수사 과정에 청와대의 외압은 없었는지 밝히라고 검찰에 권고했다. 검찰의 3차 수사를 앞두고 2019년 3월 22일 김학의 전 차관은 한밤중에 태국으로 출국을 시도하다 저지당했다. 이후 김 전 차관은 검찰에 동년 4월 자택과 사무실을 압수수색을 당했고 다음 달인 5월 구속 수감됐다. 검찰은 김 전 차관을 뇌물수수 혐의로 기소했다. 김학의 전 차관에 대한 검찰의 공소장을 보면 그는 친구 소개로 만난 사업가 최씨에게 법인카드를 받아 9차례 골프를 친 금액 630만 원과 고급 음식점 등에서 약 1,900만 원을 결제했고, 부인의 이모의 통장으로 1,200여만 원의 현금도 송금받는 등의 내용을 확인할 수 있었다. 그는 에이스저축은행 김 회장한테서도 43회에 걸쳐 1억 5,500만 원을 받은 혐의도 있지만, 2012년 김 회장이 사망하며 현금에 대한 대가성 여부를 밝힐 수 없게 됐다. 검찰의 공소장에는 김 전 차관이 건설업자 윤중천 씨에게도 성접대와 돈을 받은 혐의가 나와 있었다. 윤씨에게 승용차와 사무실 등에서 1,900만 원 등을 받았다는 혐의였다. 김 전 차관은 성접대 동영상이 공개된 지 6년 만에 뇌물수수 혐의로 법의 심판을 받게 된 셈이다. 이에 대한 혐의를 인정하는지 김 전 차관에게 전화와 메시지를 보냈지만, 그는 답이 없었고 찾아가도 만날 수 없었다.
검찰의 김학의 특별수사단은 봐주기 수사 의혹이 제기된 검찰 수사팀에 대해 책임을 묻지 못했다. 특별 수사단은 공소시효가 지나서 검사들의 직무유기 혐의에 대해 수사를 진행할 수 없었다고 해명했다. 특별수사단은 정치권 외압 수사에도 나서지 않았다. 김학의 사건을 담당한 경찰관들이 외부로부터 압력을 받은 사실이 일절 없었다고 진술했다는 것. 이세민 당시 경찰청 수사기획관이 반발했지만, 여환섭 당시 수사단장은 “그분만 그런 거예요. 다른 모든 분들하고 진술이 어긋나고 그러는데 다른 의도를 가진 게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답했다. 검찰은 김 전 차관의 유죄를 이끌어내지 못했다. 김 전 차관은 법원 재판 1심에서 무죄를 받았다. 공소시효가 지났거나 직무 관련 대가성을 인정받지 못했다는 것. 2심에서는 최 사장이 대가를 바라고 돈을 줬다며 진술을 번복해 김 전 차관에게 유죄가 선고됐지만, 대법원은 최씨의 진술의 신빙성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무죄를 확정했다. 검찰은 세 차례나 김 전 차관을 수사했지만,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은 그 어떤 법적 처벌도 받지 않게 됐다. 김태일 참여연대 권력 감시국 팀장은 중요한 것은 검찰이 무엇을 수사하지 않았느냐를 따져봐야 한다고 말한다. “과거에 수사를 부실하게 했던 검사들의 책임에 대해 제대로 규명하지 않았고, 검사들의 직무유기 책임을 방기한 부분에 대해서 처벌이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게 가장 큰 문제”라고 문제점을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