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나세웅

[서초동M본부] 조현천 사건 뭉개는 검찰, 윗선 밝힐 의지 있나

입력 | 2023-06-24 09:00   수정 | 2023-07-29 17:31
<strong style=″font-weight:bold; font-family:initial; font-size:23px″>ㅁ 조현천 귀국 석달 ′태풍급′ 파장?… 잠잠한 검찰, 여전히 ′미풍′</strong>

조현천 전 기무사령관이 돌연 5년여만에 귀국한지 석달이 다 돼 갑니다. 검찰은 인천공항 입국장에서 계엄 문건의 핵심 인물인 조 전 사령관의 신병을 확보하고 멈췄던 수사를 재개했습니다. 보름 만에 자유총연맹 회장 선거 동향 보고를 받고 박근혜 지지 관제 집회를 열게 한 혐의로 조 전 사령관을 기소했습니다. 계엄 문건 작성 혐의는 계속 수사하겠다고 했습니다.

지난 2018년 계엄 문건 군·검 합동수사단은 수사 개시 넉달만에 기무사가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심판을 앞두고 성과를 낸 바 있습니다. 수사단은 기무사 요원들이 ″비상사태로 보기 어려운 상황에서 병력을 동원해 집회 시위 등 국민 기본권과 입법·행정·사법·언론 기능을 제한하는 계엄 문건을 작성했고, 문건의 상당 내용이 기무사 직무범위로 보기 어렵다″는 잠정 결론을 내렸습니다. 다만, 한민구 당시 국방장관, 김관진 청와대 안보실장 등 주요 인사들과의 공모 여부 등을 입증하기 위해 조 전 사령관 본인 조사가 꼭 필요하다며 수사를 잠정 중단했습니다.

하지만, 5년 뒤 2차 수사를 맡은 서울서부지검은 두달 동안 조 전 사령관을 불러 조사조차 하지 않은 채 시간을 흘려보냈습니다. 단순히 기간만 비교해보자면 1차 수사기관의 절반이 지난 겁니다. 지금껏 주요 인물 소환 등 진척도 보이지 않고 있습니다. 조 전 사령관 귀국이 ′태풍급′ 파장을 일으킬 것이란 관측도 나왔지만, 지금 검찰 상황만 봐선 여전히 ′미풍′에 그치고 있습니다.

<strong style=″font-weight:bold; font-family:initial; font-size:23px″>ㅁ 검찰 잠잠한 사이… 기무사 예비역, 막무가내 ′계엄문건′ 옹호</strong>

그 사이 옛 기무사령부 출신의 예비역 장교들은 계엄 문건을 이제와서 옹호하고 나섰습니다. 국방부를 담당하는 100기무부대장 출신 민병삼 전 대령은 지난달 17일 언론 인터뷰에서 ″기무사의 ′계엄령 검토 문건′은 단순 검토 문건이었지만 정치적으로 악용돼 기무사가 해편되는 사태까지 이르렀다″고 주장했습니다. 이달초 기자들과 만나선 계엄 문건에 대해 ″계엄이 발령됐을 때에 기무사가 해야 할 일에 대해서 검토를 한 것″이라며 ″1년에 2번 하는 검토″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문제가 되면 파기했을 텐데, (문제가 없기 때문에) 나중에 활용할 목적으로 정식으로 (시스템에 비밀로) 등재했다″고 강변했습니다.
<strong style=″font-weight:bold; font-family:initial; font-size:23px″>ㅁ 기무사 예비역의 ′계엄문건 옹호′ 사실일까? 하나하나 따져보니…</strong>

민 전 대령의 주장은 사실일까? 모두 검찰 수사 및 이후 법원이 내린 판단과는 동떨어진 주장입니다. 하나씩 살펴 보겠습니다.

<b style=″font-family:none;″>① 기무사가 해야 할 일을 검토한 것이다 </b>

사실이 아닙니다. 계엄법에서 계엄 업무 주관 부서는 합동참모본부고, 기무사령관은 계엄군 내에서 수사를 관장하는 합동수사본부장을 맡을 뿐입니다. 그런데 계엄 문건은 수사본부 운영과는 관계 없는 내용들로 채워져 있습니다. 이는 이미 재판을 받은 기무사 요원들의 재판에서도 확인됩니다. 지난 2월 소강원 전 기무사 참모장의 2심 재판부는 ″탄핵 심판 선고일을 디데이(D-day)로 삼아 현 시국 진단, 시위대 통제를 위해 동원 가능한 부대 검토를 하는가 하면, 국회에서 계엄 해제 시도시 이를 막기위한 방안 등이 작성됐다″며 ″명백히 직무를 벗어난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이 판결은 그대로 확정됐습니다.

<b style=″font-family:none;″>② 1년에 2번하는 통상적인 검토다</b>

역시 사실이 아닙니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정국에서 기무사는 기우진 수사단장을 비밀 TF 책임자로 두고 계엄문건을 작성했습니다. 비밀 TF는 [미래 방첩 업무 발전 방안 TF]라는 가짜 명칭을 달고, 각지에서 모은 요원들이 다른 연구를 하는 것처럼 위장했습니다. 2016년, 2017년 2년간 20개의 기무사 TF 가운데 이렇게 가짜 명칭으로 위장한 경우는 없었습니다. 지난 5월 법원은 기우진 전 단장에 대한 2심에서 ″ TF 자체에 가짜 명칭을 부여하거나 이름 뿐만 아니라 연구 내용까지 다른 TF인 것처럼 위장하는 관행은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습니다.

작성에 참여한 실무자도 ″TF를 구성해 평시를 대비한 계엄령 문건을 검토하는 건 그 내용 및 방식에서 상당히 이례적″이라고 진술했습니다. 작전에 ′백두산′, ′한라산′, ′대동강′ 같은 이름을 붙이는 경우와 다르고 일반적이지 않다는 얘깁니다. 그러면서 기 전 단장을 향해 ″계엄 검토 문건 등 자신의 위법 가능성에 대하여 심사숙고하거나 지적 능력을 다해 회피하기 위한 진지한 노력을 하지 않았다″고 질타했습니다.
<b style=″font-family:none;″>③ 나중에 활용할 목적으로 정식으로 비밀 등재했다</b>

민 전 대령은 비밀로 등재됐으니 문제가 없다는 입장입니다. 문제가 됐으면 파기했지 않겠냐고 반문했습니다. 실제 파기됐습니다. 다른 비밀과 달리, 계엄 문건은 관리번호도 없고 지휘관 결제도 없었습니다. 절차에 따라 비밀로 등재하지 않은 채 최종본 1부만 USB에 담아 보관했습니다. 나머진 모두 없앴습니다. 그러다 문재인 전 대통령 취임일인 2017년 5월 10일에야 제목과 내용 일부를 바꾼 뒤 훈련용 비밀로 ′KR훈련 기간′에 작성된 것처럼 꾸며서 등재했습니다. 법원은 ″정권 교체 뒤 드러날까봐 뒤늦게 훈련 비밀 생산을 시도한 것″이라고 봤습니다. 활용 목적이란 주장은 인정되지 않았습니다.

<b style=″font-family:none;″>④ 실행 의사가 없는 단순 검토 문건이다 </b>

군부대를 동원해 시위대를 진압하고 국회의원을 체포하는 등 계엄 문건 내용을 두고 관련자들은 단순한 ′도상 연습 계획′이라고 주장합니다. 실행을 전제로 작성된 것은 아니라는 겁니다. 문건 내용이 충격적인 만큼 설마 그러려고 했겠냐는 반응도 나옵니다. 그러나, 이와 반대되는 증언도 있습니다. MBC가 확보한 1차 수사기록을 보면, 계엄 문건 작성에 참여한 기무사 전 모 중령은 2018년 8월 소환 조사에서 ″국방장관의 지시가 있으면 실시되는 것″이라고 검찰에 진술했습니다. 당시 작성된 계엄 문건엔 향후 추진 일정을 밝힌 대목에, 계엄 시행 준비에 착수하는 시점을 ″의명″이라고 정해놨는데 이는 ″장관의 명을 뜻한다″며 ″결정은 장관님의 판단″이라고 설명했습니다.

기 전 단장 역시 실무진은 실행 계획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다고 일관된 주장을 펼치면서도, 보고를 받는 국방장관의 의지에 달린 일이라고 한발 물러섰습니다. 그는 계속되는 추궁에 ″국방장관이 추가 명령을 한다면 실제 계획이 실행되었을 것이라는 생각을 했다″고 실토하면서, ″자료를 활용하는 윗분들 생각을 알 수 없다, 그 부분까지는 실무자들이 어떻게 할 수 없는 부분″이라며 책임을 윗선으로 미뤘습니다. </b>

<b>▶′계엄문건′ 수사기록 보니‥″′윗선′ 지시했다면 계엄 실행했을 것/뉴스데스크 </b>
<a href=″https://imnews.imbc.com/replay/2023/nwdesk/article/6488411_36199.html″ target=″_blank″><b>https://imnews.imbc.com/replay/2023/nwdesk/article/6488411_36199.html</b></a>

<strong style=″font-weight:bold; font-family:initial; font-size:23px″>ㅁ 한민구 조현천, 누가 거짓말을 하나? 검찰이 밝힐 윗선은?</strong>

5년여간 인터폴 수배, 여권 무효화 조치에도 아랑곳 않고 미국에 머문 조현천 전 사령관이 ″실체적 진실을 밝히겠다″며 스스로 돌아온 만큼 이제 공은 검찰에 넘어갔습니다. 국민적 의혹을 풀 핵심은, 문건 작성의 ′윗선′을 밝히는 겁니다.

당시 기무사 실무진들은 하나같이 입을 모아 ″장관이 현 위중한 상황을 고려해 위수령과 계엄 절차 검토하라 지시했다″, ″장관이 그림을 그릴 수 있도록 도와줘야 한다고 했다″고 한민구 국방장관을 배후로 지목했습니다. 조현천 전 사령관 역시 미국에서 보낸 우편진술서에서 ″한민구 장관의 구체적 지시에 따라 위수령과 계엄을 검토하였다″고 진술했다고 검찰은 밝혔습니다. 실제 국방장관은 계엄 선포 건의 권한을 갖고 있기도 합니다.

그런데, 정작 한민구 전 장관은 2018년 검찰 조사에서 정반대되는 진술을 했습니다. ″당시 국회에서 위수령에 대한 질의를 두 번 받았는데 일관된 답변을 하지 못해, 전반적으로 검토시키려고 한다고 했다. 그러자 조현천이 그얘길 듣고 먼저 ′그럼 저희도 검토 해보겠다′고 말했고, 그래서 ′그럼 한번 해보라′했을 뿐″이라는 겁니다.
<strong style=″font-weight:bold; font-family:initial; font-size:23px″>ㅁ ″진실 밝히겠다″ 제발로 귀국… 수사 지지부진하자 ″풀어달라″</strong>

한민구, 조현천 두 사람 중 한 사람은 거짓말을 하고 있습니다. 조 전 사령관은 실무진에게 정치인 가택연금 상황과 계엄 선포 뒤 발생할 20여 가지 상황을 상정하고, 심지어 수도권 군부대 통제계획까지 작성 지침을 주고 계엄문건을 작성시켰습니다. 단지 위수령 등 관련 법령의 문제를 한번 검토해보라는 말에 이같은 일을 벌였다는 점은 잘 납득이 되지 않습니다. 당시 국회에서 질의한 이철희 전 의원은 과거 <시사인>과의 인터뷰에서 ″위수령을 폐지할 의지가 있는지를 물었는데, 민간을 상대로 군을 동원할 수 있는 방법이 무엇인지 검토했다는 얘기″라고 황당하다는 반응을 보였습니다.

1차 수사에서 검찰은 또 계엄문건 작성 전후로 각각 조 전 사령관이 청와대를 방문한 것에 주목했습니다. 김관진 전 청와대 안보실장을 만나거나 박근혜 대통령으로부터 직접 지시를 받은 것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됐지만 당시엔 밝혀지지 못했습니다. 김관진 전 실장은 계엄 문건을 보고받은 적도 없어 관련이 없다고 진술했습니다. 이 부분 역시 정확히 규명돼야 합니다.

지지부진한 검찰 수사에, 핵심 피의자인 조 전 사령관 본인도 답답함을 호소하고 있습니다. 정치 관여 혐의로 먼저 구속 기소된 조 전 사령관은 최근 법원에 불구속 상태에서 재판을 받게 해달라고 보석을 신청했습니다. 그는 재판부에 계엄 문건으로 인해 ″수많은 부대원이 인사 조치당하고 수사와 재판을 받는 등 시련과 고통을 겪어왔다″며 ″법적 책임이 있다면 피하지 않고 당당하게 책임지겠다″고 말했습니다.

일각에서는 조 전 사령관이 현 정부여당과 교감 속에 선처를 약속받고 들어온 것 아니냐는 이른바 기획 입국설까지 주장하고 있습니다. 이제는 검찰이 정치적 고려 없이 사건의 전모를 드러내, 사회적 논란에 종지부를 찍을 때입니다. 이에 대해 검찰은 ″통상 절차에 따라 수사하고 있다″는 말만 앵무새처럼 되풀이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