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백승우

이혼 후 '혼인 무효' 가능해진다‥40년만 대법 판례 변경

입력 | 2024-05-23 14:42   수정 | 2024-05-23 14:47
이미 이혼했더라도 당사자 간에 실질적 합의가 없었다는 등 특별한 사정이 있으면 혼인을 무효로 할 수 있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습니다.

이미 이혼한 부부의 혼인을 무효로 돌릴 법률상 이익이 없다는 기존 대법원 판례가 40년 만에 깨진 겁니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전 남편을 상대로 혼인을 무효로 해달라고 낸 소송에서 원심의 각하 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가정법원으로 돌려보내면서 이같이 판시했습니다.

대법원은 ″혼인 관계를 전제로 수많은 법률관계가 형성돼, 그 자체의 무효 확인을 구하는 것이 관련된 분쟁을 한꺼번에 해결하는 유효하고 적절한 수단일 수 있다″며 ″이혼으로 혼인 관계가 이미 해소된 이후라고 하더라도 혼인무효의 확인을 구할 이익이 인정된다″고 밝혔습니다.

혼인 무효 소송을 낸 여성은 2001년 결혼했다가 2004년 이혼했는데, 혼인신고 당시 의사를 결정할 수 없는 정신 상태에서 실질적 합의 없이 혼인신고를 했다고 주장했습니다.

민법 815조는 당사자 간에 혼인의 합의가 없었거나 근친혼일 경우 혼인을 무효로 할 수 있다고 정합니다.

하지만 1984년 나온 대법원의 기존 판례는 이미 이혼한 부부의 혼인은 사후에 무효로 돌릴 수 없다는 입장을 유지해왔습니다.

당시 판례는 ″단순히 여성이 혼인했다가 이혼한 것처럼 호적상 기재되어 있어 불명예스럽다는 사유만으로는 혼인 무효 확인의 이익이 없다″고 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