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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마' 진선규 "징그럽다·불쾌하다? 배우에겐 최고의 칭찬" [인터뷰M]

입력 | 2025-08-29 16:48   수정 | 2025-08-29 16:48
1980년대를 풍미했던 희대의 화제작 ‘애마부인’의 제작 과정을 둘러싼 비하인드와 당시 충무로 영화판의 치열한 경쟁과 욕망, 그리고 엄혹한 시대가 드러낸 야만성을 풀어낸 시리즈 '애마'의 배우 진선규를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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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선규는 80년대 당시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살아남은 신성영화사 대표 '구중호'를 연기했다. '구중호'는 신성영화사의 간판 스타 '희란'(이하늬)에게 마지막 계약 작품으로 '애마부인'을 제안하지만 대차게 거절당한 뒤 '희란'을 조연으로 강등시킨다. 그리고 당돌한 '주애'(방효린)를 새로운 스타로 키워내고자 하는 인물이다.

'애마' 공개 직후 시청자들은 '구중호'에 대해 "징그럽다", "짜증 난다", "불쾌하다"라는 반응을 쏟아냈다. 하지만 진선규는 오히려 그것이 가장 기분 좋은 칭찬이라고 말했다. 그는 "주위에서 '작품이 너무 재미있다', '너무 잘 봤다'는 말과 함께 제 연기에 대해서는 '징그럽다', '짜증 난다', '불쾌하다'는 반응을 보이더라"며 "배우 입장에서는 사실 듣기 좋은 말이다. 그만큼 캐릭터 색깔이 제대로 비춰진 것 같았다"고 소감을 밝혔다.

대본을 처음 받아들고 읽었을 때 이런 반응을 예상했을까. 그는 "비호감으로 보이는 게 이 역할을 제대로 표현하는 거라 생각했고, 대본에 이미 이 캐릭터의 언행이 분명하게 그려져 있었다. 생각한 대로 반응이 왔고, 그런 면에서는 참 다행"이라며 애초부터 호감형 캐릭터와는 거리가 멀었음을 전했다.

캐릭터를 준비하면서 이해영 감독이 어떤 주문을 했었냐고 묻자 "감독님이 원하셨던 건 '정말 징그럽고 짜증 나고 비열하지만 섹시했으면 좋겠다'였다. 그래서 저는 '앞부분은 되겠지만 뒤에 건 안 될 수도 있습니다'라고 답했다. 그래도 그 모습을 만들기 위해 분장팀과 의상팀이 엄청 노력해주셨다"고 전했다.

이미 대본에 구중호의 말 한마디, 행동 하나하나가 징그럽고 비열한 인간으로 그려져 있었기에 진선규가 더 노력해야 할 지점은 '섹시함'이었다. 그는 "얼굴이 반지르르하게 보이도록 기초 화장을 엄청 많이 해주시더라. 기존의 메이크업과는 달랐다. 그렇게 기초를 다져주시니 얼굴에서 윤기가 나더라. 헤어팀도 머리를 부풀리고, 의상팀은 화려한 옷을 입혀주셨다. 그렇게 완성된 구중호의 외관을 보니 갑자기 자신감이 확 올라오더라. 이후에는 시나리오에 있던 대로, 구중호의 욕망을 밀고 나가는 데만 집중했다"고 설명했다.

전문 스태프들의 손길로 완성된 외형 외에도, 진선규가 개인적으로 아이디어를 낸 요소가 있었다. 그는 "선글라스를 꼭 쓰고 싶었다. 80년대 헐리우드 배우 존 트라볼타 같은 스타들은 라이방 스타일의 선글라스를 멋지게 쓰고 다녔다. 성공한 영화인으로 보이기 위해서는 그런 아이템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또 하나의 디테일은 사투리였다. 원래 대본에는 표준어가 쓰여 있었지만 그는 "상경해 살아남으려는 인물의 욕망을 표현하기 위해 일부러 사투리를 입혔다"고 했다. 당시 서울로 올라와 성공하려는 사람들이 지녔던 간절함과 비굴함을 담아내기 위해 사투리가 캐릭터의 현실감을 배가시켰다는 설명이다.

작품마다 다른 얼굴을 보여주는 배우지만 이번 '애마'에서의 연기는 한층 깊고 자연스러웠다. 그는 비결을 묻자 "분장과 의상 덕분"이라고 잘라 말했다. "의상과 분장이 만들어준 가면 덕분에 굉장히 자유로웠다. 저는 사람을 많이 타는 배우다. 누가 '좋다'고 하면 더 잘하는 스타일이고, 분위기가 안 되면 노멀하게 간다. 그런데 이번엔 외형적으로 너무 확실한 가면을 쓴 덕에 안에서 마음껏 확장할 수 있었다"고 털어놓았다.

그러면서 구중호를 단순한 악역으로 소비하고 싶지 않다고 강조했다. "구중호는 나쁜 놈이지만 그래도 영화를 사랑하는 마음이 밑바탕에 깔려 있다고 생각했다. 돈을 벌려고 하지만 결국 영화로 관객에게 무언가 해소를 주려는 마음이 있다. 저는 그 지점이 캐릭터를 유지하는 힘이었다." 그는 "관객 입장에서는 '죽여버리고 싶은 놈'일 수 있지만, 저는 연기하면서 '이 시대에 충분히 있을 법한 인물'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오히려 더 자연스럽게 다가가고 싶었다"고 말했다.

진선규가 바라본 구중호는 약자에게 강하고 강자에게 약한 인물이었다. "타인에게 물리적으로 손을 대지 않고도 하는 행동 자체가 거지 같아서 비열하게 보이는 사람이다. 그런데 막상 싸울 때 보면 애들처럼 싸우기도 하고, 트로피를 던지고 머리 잡고 난리 치는 장면도 있다. 그게 사실 구중호의 본 모습일 수 있다." 그는 특히 트로피를 던지는 신을 가장 인상 깊은 장면으로 꼽았다. "읽을 때부터 너무 재밌었는데, 실제 촬영할 때는 진짜로 서로 던지고 피했다. 안전 소품을 준비해놓고 실제로 던지고 피하는 방식으로 촬영했는데, 그래서 더 실감 났다. 그 장면이 구중호의 내면을 잘 보여준 것 같았다. 밖으로는 욕망을 쫓아가지만 안에서는 애처럼 비겁하게 피하는 모습이 공존한다"고 말했다. 이어 "사실 그 장면은 제가 B형 독감으로 고열에 시달리던 시기였는데, 티가 나지 않게 3일 동안 촬영을 이어갔다. 힘들었지만 작품 속에서는 오히려 더 자연스럽게 담긴 것 같아 신기했다"고 덧붙였다.

'애마'에서 진선규는 동료 배우 이하늬와의 호흡도 특히 인상 깊었다고 말했다. "극 중에서는 계약을 두고 서로 협박하고 으르렁거리는 장면이 많은데, 현장에서는 너무 즐겁고 짜릿했다. 특히 희란과 구중호가 티키타카처럼 대화를 주고받는 장면이 있었는데, 컷이 끝나자마자 현장 스태프들이 박수를 쳐줬다. 그 순간이 정말 짜릿했고, 배우로서도 잊기 힘든 경험이었다"고 회상했다. 그는 "워낙 오랫동안 함께한 배우라 서로를 있는 그대로 바라보며 연기할 수 있었다. 계산된 합이 아니라 그 자리에 존재하는 두 사람이 자연스럽게 맞물려 들어가는 느낌이었다. 나쁜 얘기를 주고받는 장면임에도 불구하고 현장에서는 웃음과 박수가 터져 나왔다. 그만큼 희란과 구중호라는 두 캐릭터가 극 안에서 진짜 살아 움직였던 것 같다"고 전했다.

1980년대 한국을 강타한 에로영화의 탄생 과정 속, 화려한 스포트라이트에 가려진 어두운 현실에 맞서는 톱스타 ‘희란’과 신인 배우 ‘주애’의 이야기를 그린 넷플릭스 시리즈 '애마'는 지금 넷플릭스에서 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