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김상훈

[단독] 서울구치소 구금시설 담당자, '내란의 밤' 재출근했다

입력 | 2025-10-10 09:18   수정 | 2025-10-10 10:03
지난 2024년 12월 17일, 내란의 책임소재를 규명하기 위해 열린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 더불어민주당 김용민 의원이 당시 신용해 법무부 교정본부장에게 뜻밖에 질문을 던졌습니다.

질문의 요지는 구금시설 확인했냐는 내용이었습니다.
<blockquote style=″position:relative; margin:20px 0; padding:19px 29px; border:1px solid #e5e5e5; background:#f7f7f7; color:#222″> 김용민 의원 : 지금 국회의원들 끌려올 것에 대비해서 독거실 개수와 위치 파악하라는 지시를 받았다는 제보를 제가 받았습니다. 그런 사실 있습니까, 없습니까?

신용해 본부장 : 없습니다.

김용민 의원 : 5급 이상 대기하라고 했는데 왜 6급, 7급에 해당하는 거실 담당 직원들이 급하게 출근해서 독방 있는지 없는지 확인하게 했습니까?

신용해 전 교정본부장 : 그런 사실 없습니다. </blockquote>

그런데 MBC가 더불어민주당 김용민 의원실에서 입수한 자료에 따르면, ′내란의 밤′ 서울구치소 거실지정 담당 직원인 전 모 씨와 이 모 씨가 심야에 출근을 한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거실 지정′이란 서울구치소 내 구금시설을 담당하는 업무를 말합니다. 결국 신 전 본부장은 사실상 위증한 셈입니다.
전 씨와 이 씨의 출근 시간은 각각 00시 19분과 0시 20분. 박 전 장관은 비상계엄 선포 직후 법무부 고위간부들을 긴급 소집하여 회의를 진행했고, 밤 11시 4분쯤 당시 신용해 교정본부장과 통화한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신 본부장은 통화 뒤 서울구치소장과 연달아 통화를 한 걸로 알려졌습니다. 이런 점에서 전 씨와 이 씨는 윗선의 지시를 받고 구금시설 확보를 위해 재출근한 걸로 특검은 의심하고 있습니다.
이런 내용은 박성재 전 장관에 대한 내란 특검의 구속영장 주요 혐의에도 포함됐습니다. 박 전 장관은 비상계엄 당일 밤, 법무부 출입국 본부와 교정본부에는 각각 출국금지팀 대기와 수용시설 확보를 지시한 의혹을 받고 있는데, 결국 법무부 차원에서 비상계엄 뒤 이른바 ′수거대상′들의 구금 시설을 적극적으로 확보하면서 사실상 계엄에 동조한 게 아니냐는 겁니다. 당시 법사위에서는 김용민 의원뿐 아니라 조국혁신당 박은정 의원도 비슷한 질의를 했습니다.

<blockquote style=″position:relative; margin:20px 0; padding:19px 29px; border:1px solid #e5e5e5; background:#f7f7f7; color:#222″> 조국혁신당 박은정 의원 : 12월 3일 내란 당일날 전국 교도관 확대간부회의가 있었고 구치소 교도소룸을 다 비워라, 다 잡혀들어올 거다, 이런 내용의 회의였다고 저도 제보를 받았습니다. </blockquote>

박 전 장관은 비상계엄 선포 직후 법무부 고위간부들을 긴급 소집하여 회의를 진행했고, 0시 23분쯤에는 각 산하 교정기관에 ′5급 이상 간부들은 비상대기 바람′이라는 내용의 지시사항을 전달했습니다. 신용해 전 교정본부장은 새벽 1시 9분쯤부터 약 10분간 교정시설 기관장들과의 영상회의를 진행하면서 ′수용 여력을 확인하라′고 발언했습니다.

비상계엄 당시 구치소와 교도소별 직원 출입 현황을 보면, 5급 이상 간부들의 비상대기 지시로 서울구치소와 서울동부·남부구치소, 안양, 남부 교도소는 소장이 모두 출근했고, 영상회의 준비를 위한 관련자들도 자정을 넘어 출근했습니다.  그런데 유독 서울구치소에서만 6-7급 상당인 ′거실 지정 담당자′ 2명이 출근했습니다. 이들은 국회가 계엄해제를 의결하고 1시간 10여분 뒤인 새벽 2시 14분에야 구치소에서 퇴근했습니다.

당초 검찰 수사에서 계엄군은 서울 남태령에 위치한 수도방위사령부 B1벙커에 체포한 정치인들을 구금하려고 했던 걸로 드러났는데, 인근인 경기 의왕에 위치한 서울구치소에서 수용자 거실 담당자를 출근시켜 별도로 정치인 수용 시설을 준비했다면 사실상 계엄에 가담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박 전 장관은 윤석열 전 대통령이 계엄 당일 자신의 계획을 알리기 위해 가장 먼저 불렀던 최측근 인사 중 한 명입니다. 비상계엄 선포를 심의한 국무회의에도, 이튿날 비상계엄 해제 국무회의에도 모두 참석했습니다. 또 비상계엄 해제 당일인 12월 4일 밤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장관과 김주현 대통령실 민정수석, 이완규 법제처장과 함께 삼청동 안가에서 4인회동을 가지기도 했습니다.

박 전 장관 측은 교정본부에 수용 여력을 확인하라고 지시한 것에 대해 계엄 이후 소요나 폭동 등이 발생하면 수용 공간이 필요할 수 있으니 점검하라는 차원이었다고 해명하고 있는 걸로 알려졌습니다. 다음 주로 예상되는 박 전 장관에 대한 구속심사에서도 이 부분이 주요 쟁점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