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앵커: 엄기영,백지연

나이지리아 사기단, 비자금 돈세탁 미끼로 한국 기업 사기[박성제]

입력 | 1996-02-07   수정 | 1996-0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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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지리아 사기단, 비자금 돈세탁 미끼로 한국 기업 사기]

● 앵커: 다음 뉴스입니다.

우리나라가 어떻게 비자금과 돈세탁의 대표적인 나라, 척 하면 알아듣는 나라로 세계에 인식이 돼버린 모양입니다.

이제는 저 아프리카 나이지리아 사기단까지 우리기업들을 비자금 돈세탁으로 유혹하고 있습니다.

문제는 그렇게 사기당한 회사들이 있다는데 있습니다.

박성제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 기자: 지난해말 서울 신림동의 한 건축자재 수출회사에 이상한 편지 한통이 날아왔습니다.

발신자는 나이지리아 재무성의 한 고위관리, 편지에는 놀랄만한 제안이 들어있었습니다.

자신들은 나이지리아 정부가 숨겨놓은 수천만달러의 비자금을 관리하고 있는데 한국의 무역회사를 통해 돈세탁을 하고싶다, 그 댓가로 비자금의 20%를 줄테니 우선 착수금을 보내달라는 내용이였습니다.

● 권영준 팀장 (주식회사 고도 CND): 활동자금이 필요하다, 그래서 정확하게 10만2천5백불을자기네 구좌에 넣어달라고 그러더라구요, 그것도 스위스 은행 구좌로.

● 기자: 이쪽에서 관심을 보이자 곧바로 10여통의 팩스가 잇따라 날아왔습니다.

나이지리아 중앙은행이 발행한 잔고 증명서, 재무성 외환관리국의 비밀문서 등, 누가 봐도 그럴듯한 내용의 서류들이였습니다.

나이지리아로 직접 국제전화를 걸어봤습니다.

● 나이지리아 사기단과 통화: 3천4백만불을 보내겠다.

너무 액수가 크면 3등분해 입금하겠다.

먼저 착수금을 보내라.

● 기자: 이러한 감언이설이 담긴 편지를 받은 우리 무역 회사가 지난해에만 100여군데가 넘습니다.

이들 사기단은 우리 정부가 수출 진흥을 위해해외에 배포하는 책자를 보고 범행대상을 물색합니다.

걸려든 기업인들에게는 돈세탁 착수금을 가지고 직접 나이지리아로 오거나 영국 등, 제3국에서 만나자고 유혹하고 여의치 않으면 스위스 비밀은행으로 돈을 송금하라고 요구합니다.

선진국에는 이미 널리 알려진 범죄이기 때문에 대한무역진흥공사는 우리 기업들의 피해를 막기 위해 애를 쓰고 있지만 솔깃한 유혹에 넘어가 거액을 날린 회사도 적지않습니다.

● 안복녀 대리 (대한무역진흥공사 아프리카담당): 싸인만 하면은 돈이 나온다라는 그 말만 믿고 간 업체들같은 경우에 왕복 항공티켓하고 가지고 있는 소지품을 모두 뺏기고 무역관으로 온 업체가 5개 업체 정도.

● 기자: 나이지리아 정부도 악명 높은 국제사기단 때문에 국가이미지가 실추될 것을 우려해 대통령 직속 특별수사반까지 운영하고 있습니다.

● 화요미 아킨 공사 (나이지리아 대사관): 거래 전에 정식으로 등록된 단체인지 대사관에 확인해 볼 것을 한국 기업인들에게 권유합니다.

● 기자: 우리 제품의 아프리카 시장 진출이 급증하는 추세를 틈타 기승을 부리는 사기조직에 당하지 않도록 기업들의 각별한 주의가 요구된다는 것이 무역 전문가들의 충고입니다.

MBC 뉴스, 박성제입니다.

(박성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