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앵커: 엄기영,백지연

컴퓨터 없어 친구들로부터 소외감 느낀 고등학생 자살[이진호]

입력 | 1996-04-23   수정 | 1996-04-23

Your browser doesn't support HTML5 video.

[컴맹 증후군]

● 앵커: 넉넉하지 못한 가정형편 때문에 컴퓨터가 없어서 친구들로부터 소외감을 느낀 한 고등학교 남학생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습니다.

어이없는 일입니다만은 그러나 또 한편으로 학교에서라도 충분한 컴퓨터 교육이 이루어 졌더라면은 하는 안타까운 생각이 듭니다.

이진호 기자입니다.

● 기자: 하루가 다르게 급속도로 발전해가는 컴퓨터의 세계.

컴퓨터 회사들은 하루가 멀다하고 뛰어난 성능의 제품들을 광고하지만 어제새벽스스로 목숨을 끊은 고등학교 3학년 김모군에겐 이 모두가 그저 꿈이었습니다.

집안형편이 넉넉하지 못한 김군은 컴퓨터를 살 수 없었고 소위 컴맹이 될 수밖에 없어 친구들끼리 나누는 컴퓨터 관련 대화에 낄 수 없었습니다.

결국 친구들로부터의 소외감은 심한 우울증으로 변해 김군은 자신의 처지를 유서로 남기고 자살이라는 극단적인 방법을 택했습니다.

개인적인 문제로 치부하기엔 이 사건은 우리사회의 컴퓨터 교육의 열악성을 잘 보여주고 있습니다.

만일 우리나라의 학교 컴퓨터 교육이 충분이 이루어졌더라면 김군은 목숨을 끊지 않을 수 있었을지도 모릅니다.

● 안현자 교사(서울 영신고): 일선학교에서의 컴퓨터라고 하는 게 굉장히 낮은 수준의컴퓨터이기 때문에 체계적인 교육이 이루어질 수가 없습니다.

● 기자: 현재 우리나라의 초등, 중등, 고등학교에 보급된 컴퓨터는 24만5천여 대로 한 학교당 27대꼴입니다.

그나마 이중에 70.8%가 16bit 기종으로 PC시장에서 사라진지 오래입니다.

따라서 1주일에 한시간정도 특별활동시간에 하는 컴퓨터 교육은 대부분 자판연습 정도에 불과합니다.

따라서 집에 컴퓨터를 갖지 못한 학생들은 컴맹이 되기 쉽습니다.

● 장윤영양: 요새 정보화다 산업화다 해가지고 인터넷, 정보의 바다 이러면서 많이 활용하라고 자꾸 권장하고 있는 편인데요, 지금 학교 교실에서는 입시제도다 뭐다 해가지고....

● 기자: 컴맹학생을 양산하는 말 뿐인 컴퓨터 교육이 아니라 과감한 예산투자를 통한 실질적인 교육이 절실한 실정입니다.

MBC뉴스 이진호입니다.

(이진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