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앵커: 이인용,김지은

30대 회사원들의 망년회 밀착 취재[박성제]

입력 | 1996-12-19   수정 | 1996-1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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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폭음회로]

● 앵커: 망년회는 말 그대로 지난 1년을 되돌아보면서 나쁜 기억을 잊어버리자는 모임입니다.

그렇지만 술이 있어야 잊어지는지 우리 직장인들의 망년회는 만취한 상태까지 가는 게 보통입니다.

그래서 이름만이라도 망년회에서 송년회로 바꿨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듭니다.

어느 30대 회사원들의 망년회에 박성제 기자가 자리를 함께 해봤습니다.

● 기자: 서울시내의 어느 한식집.

30대 초반의 직장인 10여명이 고교 동창 망년회를 갖고 있습니다.

자리에 앉기가 무섭게 소주잔이 몇 차례 돌아갑니다.

화제는 연말 불경기와 만만찮은 세상살이.

"너는 보험회사 다니니까 연말에 보너스 좀 두둑하게 나왔겠다."

"요즘 불경기라서 말이야, 보너스 얼마 준다는 얘기 없더라."

"너 얻은 전세가 얼마나 들었어?"

"8천5백인데, 내가 수서 살거든, 그거 얻으면서 진짜 고생 많이 했다"

어두운 속 풀이 얘기가 계속되자 한 사람이 폭탄주를 제의합니다.

"야 골치 아픈 얘기 하지 말고 술이나 한잔씩 하자"

"야, 야 폭탄 돌려 폭탄!"

"야, 그래 폭탄 한잔 돌리자"

"아줌마, 여기 양주 한 병"

1차부터 시작된 폭탄주에 이미 얼큰하게 취한 채 음식점을 나선 시간은 밤9시반, 2차 술집으로 선택한 곳은 근처의 단란주점입니다.

2 차에서는 처음부터 폭탄주입니다.

요즘 유행하는 회오리주도 빠지지 않습니다.

이 쯤 되면 마시기 싫어도 거절할 수가 없습니다.

이어지는 노래와 춤, 더 이상의 대화는 필요 없습니다.

정신없이 양주와 맥주를 들이키다 보니 어느새 밤12시, 이미 일행 중 두 사람은 몸을 가누지 못할 정도로 취했습니다.

비틀거리며 술집을 나옵니다.

만류를 무릅쓰고 기어이 운전대를 잡습니다.

결국 1년 만에 만난 고교동창생들의 망년회는 늘 그랬던 것처럼 폭탄주로 시작해 음주운전으로 끝을 맺었습니다.

MBC뉴스 박성제입니다.

(박성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