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앵커: 엄기영,백지연
미궁속에 빠진 지한별양과 이형호군 유괴사건[도인태]
입력 | 1996-01-23 수정 | 1996-01-23
Your browser doesn't support HTML5 video.
[ 미궁 속 유괴사건 ]
● 앵커: 엊그제 유괴 된지 52시간 만에 극적으로 구출됐던 원종하군은 이제 가족의 품에서 끔찍했던 악몽을 씻어내고 있을 겁니다.
그러나 아직도 유괴범들에게 아들딸을 빼앗긴 채 고통의 나날을 보내는 부모들이 있습니다.
아직도 그 이름들이 기억에 남아있는 미궁에 빠져버린 유괴사건들을 도인태 기자가 되돌아봅니다.
"지난 8일 오후 5 시쯤, 서울 송파구 문정동 훼밀리 아파트에 사는 시나리오 작가 43살 지장학 氏의 딸 12살 한별양이 실종됐습니다"
● 기자: 한별 양이 실종된 지 햇수로 4년, 한별양의 부모는 아직도 딸의 방을 정리하지 않고 있습니다.
지금 살아있다면 고등학교 1학년이 돼있을 한별양의 책상에는 한 번도 펴보지 못한 중학교 1학년 교과서들이 덩그러니 놓여있습니다.
● 최경희氏(한별양 어머니): 큰 한별이가 상상이 안 되고, 국민학생들 보면은 항상 생각이 나요...
● 기자: 한별이가 실종된 92년 8월 8일, 낯선 20대 여자가 한별이를 데려가는 것을 한 친구가 바로 이 놀이터에서 목격했습니다.
그 이후로 한별이를 보았다는 사람은 없었습니다.
실종 사흘째 되던 날 몸값 천5백만 원을 요구하는 편지 한통이 배달된 이후 범인으로부터의 연락도 끊겼습니다.
경찰은한별양의 얼굴과 범인의 몽타쥬가 실린 전단을 전국에 배포하고 제보를 기다렸지만 아무런 단서도 잡지 못한 채 2년 전에 수사본부를 해체했습니다.
한별양이 유괴되기 한해 전인 91년, 43일 만에 한강변 하수구에서 숨진 채 발견된 이형호군의 유괴살해 사건도 미궁에 빠졌고 범인의 소름끼치는 목소리만 남았습니다.
● 유괴범의 목소리: (아이 목소리라도 들려주세요) 제가 데리고 있다구요...
아이는 끝입니다.
● 기자: 지금도 한별이와 형호군의 가족은 범인이 꼭 붙잡힐 것으로 믿으며 충격을 이겨내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들에게 더 없는 아픔은 망각의 독침이 사건 자체의 기억마저 용해시키고 있다는 것입니다.
MBC 뉴스 도인태입니다.
(도인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