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앵커: 엄기영,백지연

북한에 납치된 전 수도여고 교사 고상문씨 부인 투신 자살[이상호]

입력 | 1996-07-18   수정 | 1996-07-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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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다림이 병이 돼… ]

● 앵커: 다시 서울입니다.

지난 79년 북한에 납치된 前 수도여고 교사 고상문氏의부인 조복희氏가 오늘새벽 스스로 목숨을 끊었습니다.

짧았던 신혼, 그리고 고통의 기다림 17년, 남편을 보내달라는 북한 당국자에 보내는 조氏의 애절한 서신만이 남아있었습니다.

이상호 기자가 보도합니다.

● 기자: 79년 봄, 결혼 15개월만에 남편과 생이별을 했던 조복희氏.

납북된 남편을 기다리며 홀로 살아온 20여 년 인고의 시간은 속절없이 멈춰섰습니다.

조氏의 시신은 오늘 새벽 서울 은평동 구산동 자신의 집 근처에서 발견됐습니다.

조 여인은 30여m 높이의 아파트 옥상에서 뛰어내려 바로 이 배수관에 떨어져 그자리에서 숨졌습니다.

경찰은 조氏가 우울증 증세를 보여왔고 최근에는 자주 살기 싫다는 말을 했다는 가족들의 말에 따라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 조씨 유가족: 딸도 학교에서 한번씩 그런 문제로 해가지고 마음 상해가지고 오고 하는 그런거에 대한 일들을 여러번 겪으면서, 평소 지병처럼 가지고있는 잠재돼 있는 그런 갈등이고...

● 기자: 지난 94년 7월, 남편이 북한에 살아있다는 사실이 국제사면위원회를 통해 알려지자 조氏는 송환을 요구하는 탄원서를 각계에 내면서 남편과의 재회를 손꼽아 기다렸습니다.

● 생전의 조복희氏: 선미아빠 보세요, 당신이 노르웨이로 떠난 후 이틀이 멀다하고 그곳 연수생활 소식을 전하고 마지막 그림엽서에 하루 빨리 한국에 돌아오겠다는 자상한 당신이 납북됐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 기자: 오늘 조氏의 집에선 북한의 김정일에게 보내는 한 통의 편지가 발견됐습니다.

조氏는 남편을 하루 빨리 가족의 품으로 보내지 않으면 남편을 찾아 어디든 갈 것이라고 눈물로 호소했습니다.

그리고 오늘 조氏는 남편을 찾아 저 험한 땅, 차가운 하늘로 날아갔습니다.

MBC 뉴스, 이상호입니다.

(이상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