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데스크이해인

[선택2020] 연동형 비례대표제 취지는 어디로…위성정당만 키웠다

입력 | 2020-03-28 20:31   수정 | 2020-03-29 0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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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앵커 ▶

지난해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도입하는 선거법이 국회를 통과하자 다당제와 정당간 협치의 시대가 열릴 거란 기대가 나왔습니다.

하지만 거대양당의 위성정당 꼼수에 오히려 정치권의 극한 대결은 더 심해지고, 연동형 비례대표제도 이번 총선 이후 폐지될 것으로 보입니다.

이해인 기자입니다.

◀ 리포트 ▶

두 번의 ′동물국회′ 끝에 가까스로 통과된 연동형 비례대표제.

소수정당에 대한 국회 문턱이 낮아져 다당제가 본격화되고, ′대결의 정치′ 대신 ′대화의 정치′를 가져올 거란 기대가 나왔습니다.

[이인영/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지난해 12월29일)]
″한국정치에서 대결과 적대의 정치를 추방하며 협치와 합의의 새로운 정치를 꽃 피울 수 있기를 진심으로 소망합니다.″

실제 최근 MBC 여론조사에서 비례투표로 3석 이상을 얻을 것으로 예상되는 정당만 5개.

더불어민주당과 미래통합당까지, 모양새는 최소 7개 정당이 경쟁하는 다당제 체제가 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비례의석의 4분의 3을 싹쓸이 하는 건 위성정당이어서, ′무늬만 다당제′가 될 가능성이 큽니다.

이런 위성정당을 먼저 만든 건 미래통합당이었습니다.

셀프 제명을 통한 ′의원 꿔주기′에, 종이로 당 간판을 급조한 날림 창당으로 정치를 희화화한다는 비판을 받았습니다.

[황교안/미래통합당 대표(2월5일})]
″미래한국당 창당은 무너지는 나라를 살리기 위한 자유민주세력의 고육지책입니다.″

하지만 원내 1당을 내줄 지 모른다는 두려움에 꼼수로 맞대응한 더불어민주당 역시 비판을 피할 수 없습니다.

′의원 꿔주기′에다 위성정당 당명과 로고 선정까지.

자신들이 비난했던 미래통합당을 그대로 따라하며 꼼수 대결을 펼쳤습니다.

[이해찬/더불어민주당 대표(3월26일)]
″지역구는 더불어민주당, 비례대표는 더불어시민당. 이게 아주 단순한 슬로건이 되겠습니다.″

위성정당 등록을 선관위가 허용한 상황에서 막을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유권자의 심판이지만, 최근 MBC 여론조사에서 거대 양당의 위성정당은 20% 이상의 정당투표를 얻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꼼수를 심판하기보다 꼼수를 써서라도 이겨야 한다는 진영논리가 위성정당을 가능하게 하고 있는 겁니다.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을 주도한 정의당도 더 나쁜 선거제도가 됐다며 뒤늦게 반성했지만, 제도의 취지를 살릴 수 있는 방법은 사실상 없습니다.

[심상정/정의당 대표(3월26일)]
″선거제도 개혁을 추진해왔던 사람으로서 위성정당 출현을 제도적으로 대비하지 못한 점에 대해 깊은 책임감을 느낍니다.″

거대 양당이 위성정당으로 무력화 시켜버린 연동형 비례대표제는 이번 총선 이후 폐지될 수 밖에 없을 전망입니다.

MBC뉴스 이해인입니다.

(영상취재 : 박지민 / 영상편집 : 우성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