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앵커 ▶
평균 나이가 65세인 충북 단양의 한 작은 마을이 온 주민의 힘을 모은 덕에 수해를 막아 냈습니다.
하천 물이 마을을 덮칠 정도로 거세게 들이 닥치는 동안 모두가 몰려 나와서 모래 주머니로 제방을 쌓은 건데요, 그 기적 같은 당시의 장면이 마을 CCTV에 그대로 담겨 있었습니다.
이지현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 리포트 ▶
지난 2일 아침 6시경, 충북 단양군의 한 마을.
마을을 가로지르는 하천이 무섭게 불어나기 시작합니다.
다리 위를 스칠 정도로 차오르자 출입 통제선이 설치됩니다.
잠시 뒤 15톤 화물차가 나타나 흙더미를 쏟아붓고 하나둘 모인 주민들이 모래주머니에 흙을 담아 다리 양쪽에 둑을 쌓기 시작합니다.
[심영식/마을 주민]
"여자들은 자루를 붙잡고 남자들은 삽으로 퍼붓고 또 한 무리의 남자들은 가서 둑을 쌓고 이랬어요."
작업을 시작한 지 불과 30분 남짓.
양쪽에서 주민 수십 명이 달려든 끝에 금세 2백 개가 넘는 마대를 채웠고, 그사이 빠른 속도로 물이 불어나 다리를 집어삼켰지만 켜켜이 쌓인 제방을 넘진 못했습니다.
지금은 물이 많이 빠졌지만, 아직도 그때 쌓은 제방은 그대로인데요.
이후에도 여러 차례 거센 비가 오다 그치기를 반복했지만 한 번도 무너진 적이 없습니다.
전체 150가구 가운데 침수 피해를 본 건 가장 낮은 지대에 있던 단 세 가구뿐.
사비로 사놓은 흙 30톤을 기꺼이 내놓은 이장부터 대피 방송에 신속히 나와 힘을 보탠 주민들이 함께 만든 결과입니다.
[김우영/마을 이장]
"나무 농장을 지금 하고 있는데 거기에 나무 심을 때 필요한 흙이었습니다. 마침 그때 그 흙이 생각나서…"
하천이 마을을 덮쳤던 32년 전, 1988년 폭우와 똑 닮아 내내 내리던 비가 공포였지만 수해의 고통을 알기에 멈출 수 없었습니다.
[이석준/마을 주민]
"아이고, 겁이 나죠 그때는. (1988년에는) 오니까 우리 식구는 옥상에 올라가서 울고 앉았더라고요. 한 번 물에 놀라 놓으면 비만 오면 겁나요."
마을 주민 모두 힘을 합쳐 자연재해를 막아낸 경험은 더 큰 자부심으로 돌아왔습니다.
[김명자/마을 주민]
"그때는 한 사람이 된 기분이었어. 그래도 우리 모두 이렇게 마음을 합하면 살 수 있다 이런 생각이 들더라고요."
MBC뉴스 이지현입니다.
(영상취재: 천교화/충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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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데스크
이지현
이장은 흙 내놓고 주민은 둑 쌓아…힘 합쳐 수해 피했다
이장은 흙 내놓고 주민은 둑 쌓아…힘 합쳐 수해 피했다
입력
2020-08-13 19:58
|
수정 2020-08-13 2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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