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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에서 제일 안전하다"…우한의 진실은?

"세계에서 제일 안전하다"…우한의 진실은?
입력 2020-12-28 20:33 | 수정 2020-12-28 2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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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앵커 ▶

    지난주, 성탄절을 하루 앞둔 중국 우한시의 풍경입니다.

    꼭 1년 전, 코로나 19 발원지로 두 달 넘게 도시 전체를 봉쇄했던 공포감은 더 이상 감지 되지 않습니다.

    그렇다고 이 장면이 우한의 속사정까지 모두 설명해 주는 건 아닙니다.

    우한의 겉과 속, 베이징 김희웅 특파원이 현지 취재했습니다.

    ◀ 리포트 ▶

    우한 시내에서 가장 번화한, 우리의 명동과 같은 곳입니다.

    대학생만 130만 명이 있는 젊은 도시 우한은 중국에서 연말연시를 가장 떠들썩하게 보내는 곳입니다.

    크리스마스를 앞둔 지난 24일 저녁, 거리는 나들이 나온 시민들로 북적입니다.

    [우한 시민]
    "지금은 우한이 가장 안전해요. 방역도 제일 앞서있고요."

    [우한 시민]
    "(가장 안전하다고요?) 우한은 코로나를 완전히 잡았잖아요."

    지난 5월 중순 이후 우한에선 코로나 확진자가 한 명도 발생하지 않았습니다.

    우한 정부는 방역 승리를 기념하는 전시관을 만들었습니다.

    "우한의 승리는 후베이의 승리!"

    신속히 건립된 임시병원, 전국 각 지역에서 모여든 군인과 경찰, 의료진, 이 모든 과정이 당과 시진핑 주석의 지도 하에 완벽히 실시됐다고 부각하고 있습니다.

    두 달 반의 도시 봉쇄를 버텨낸 천만 우한 시민들은 영웅으로 칭송됐습니다.

    [우한 시민]
    "봉쇄 기간에 생선, 과일에 우유까지 먹을 거 전부를 정부가 다 챙겨줬어요."

    [우한 시민]
    "전시회를 보니까 우한 시민이라는 것이 너무 자랑스러워요."

    정부의 방역 조치와 주민의 희생을 통해 코로나를 극복해냈다는 중국의 자부심을, 하지만 그대로 받아들일 수만은 없는 것이 중국 밖의 다른 나라 사람들과 어쩌면 중국 내 일부 국민들에게도 남아있는 정서입니다.

    은폐와, 왜곡에 대한 의구심 때문입니다.

    지난해 12월 코로나19 첫 환자가 발생한 것으로 보고됐던 화난수산물 시장.

    지금 시장 이름은 아예 감춰졌습니다.

    울타리가 빙 둘러져 있을 뿐 시장의 흔적은 없습니다.

    [우한 시민]
    "시장 옮겼어요. (드나드는 사람도 없어요?) 없어요. 아무도 안 다녀요."

    당초 이 곳에서 불법 거래된 야생 동물에서 코로나19가 시작됐을 것으로 추정됐지만 지금 중국 당국은 해외에서 유입된 냉동 수산물 제품에서 원인을 찾으려 하고 있습니다.

    근처에 있는 우한 중심병원.

    이 병원 안과의사였던 리원량은 코로나 바이러스 환자를 처음 상부에 보고했다가 유언비어를 유포했다며 질책을 받았고 이후 자신도 코로나에 걸려 목숨을 잃었습니다.

    병원 안에 리원량에 대한 흔적은 없었습니다.

    하지만 시민들은 그를 기억하고 있습니다.

    리원량이 책임을 다했다고 말하는 건 당국에 대한 에두른 비판으로 들립니다.

    [우한 시민]
    "이렇게 되고 나니 그가 옳았다는 걸 알았지요. 의사로서 책임을 다한 겁니다."

    [우한 시민]
    "누구라도 나서서 해야 할 일이었어요. 잘 한 겁니다."

    우한 시내에 있는 한커우 기차역.

    급작스런 도시 봉쇄 통보 이후 바리케이트가 처지는 순간, 남아있는 사람들이 정말로 고립됐음을 실감하게 했던 곳입니다.

    다른 지역을 다녀온 우한 사람들 스스로도 이 도시의 마스크 착용률이 거의 백 퍼센트에 가까울 만큼, 중국 내 다른 지역에 비해 월등히 높은 게 놀랍다고 말합니다.

    도시 전체가 경험한 상처와 공포, 강한 트라우마가 그 이유로 추정됩니다.

    힘겨운 호흡 끝에 마지막 숨을 거둔 아버지의 마지막 모습을 휴대전화 카메라에 담아두고 있는 아들.

    [우한 시민/지난 10월]
    "'아들아, 나는 죽고 싶지 않다. 제발 살려달라'고 하셨는데…"

    스스로 생존을 책임져야 했던 기억은 지금도 거실 입구에 물과 라면, 휴지 같은 생필품을 잔뜩 쌓아두게 했습니다.

    [우한 시민/지난 10월]
    "어떻게 우리 세 식구가 무사히 한 해를 넘길까만 생각했습니다."

    이 곳은 우한시 외곽의 장례식장입니다.

    지금은 이렇게 한적하지만 코로나 기간에 사망자가 폭발적으로 증가하면서 대규모로 화장 처리가 이뤄졌던 곳입니다.

    우한의 코로나19 사망자는 공식적으론 3천8백여 명입니다.

    그러나 입원실이 없다며 병원에서 거부당한 뒤 집 베란다에서 그릇을 두들기며 살려달라고 외치고, 아파트 단지에서 사망한 시신을 실어나르는 영상 속 사연들이 공식 통계에 포함됐는지 여부는 알 수 없습니다.

    당시 이런 상황을 알리던 시민기자들은 모두 자취를 감췄습니다.

    [우한 시민]
    "거짓말이에요. 친척이 병원에 있는데 사망자가 훨씬 많다고 했어요. (얼마나요?) 몇 천명 정도가 아니라고요."

    코로나는 우한의 교민 사회에도 타격을 줬습니다.

    작년 여름 문을 열자마자 우한의 핫 플레이스로 떠올랐던 한국 패션타운.

    한국인들이 운영하던 가게 절반은 다시 문을 열지 못했고, 매출 회복은 아직 먼 이야깁니다.

    [권태욱 본부장/더 플레이스]
    "매출로 나타나죠. 작년에 만약 100만원 파시던 분은 지금 4-50만원만 매출이 나오는거죠."

    중국 생활 20년이 넘었다는 한 교민은 차원이 다른 공포였다고 말합니다.

    [이상갑 사장/우한 K99한식당]
    "온 식구가 다 죽었는데도 시체 처리도 못하고 (실제로 그랬다는 거죠?) 네. 그게 진짜예요. 사스 때하고 다르구나…이제 이런 생각이 드는 거예요."

    지난 여름 우한에서 벌어진, 마스크도 쓰지 않은 채 빼곡했던 수영장 파티.

    당시 중국 관영 매체는 "우한은 그럴 자격이 있다"며 적극 선전했습니다.

    우한에서 생계를 이어가는 사람들은 코로나 발원지라는 오명을 털어내기 위한 당국의 의도에 부응하려 했습니다.

    [우한 시민]
    "이미 우한바이러스 아닌 것으로 밝혀졌잖아요. (어떻게 들으신거예요?) 뉴스에서 봤습니다."

    [우한 시민]
    "우한에서 시작된 거지 원인은 아니잖아요. 우한에 덮어씌우는 겁니다."

    하지만 여전히, 특히 타지로 나가 직장을 구해야 하는 젊은이들은 우한 출신이란 낙인을 견뎌야 합니다.

    [우한 대학생]
    "다른 지역에 갔을 때 좀 꺼려 하는 느낌이랄까…(우한에서 왔다고 하면요?) 네, 맞아요."

    [우한 대학생]
    "그럴 수 있죠. 이해해요.(그러면 어떡해요?) 이제 안전하다고 설명을 잘 할 수밖에요."

    WHO는 내년 초 우한을 방문해 조사에 나서기로 했지만, 코로나19 발원 논란이 종식될 거란 기대는 없습니다.

    밖에서 보내는 원망 어린 시선, 이별과 은폐로 얼룩진 내부의 상처 역시 쉽게 사라지긴 어려워 보입니다.

    우한에서 MBC뉴스 김희웅입니다.

    (영상취재·편집: 고별(베이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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