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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재민
"기자들이 피해자 소재로 떠들어"…5년 만에 청원
입력 | 2021-05-12 20:36 수정 | 2021-09-17 10: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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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앵커 ▶
2016년 가수 정준영 씨를 불법 촬영 혐의로 고소했던 피해자가 ″성 범죄 2차 가해를 멈춰 달라″는 국민 청원을 올렸습니다.
5년이란 시간이 지난 지금까지도 2차 가해를 부추기는 듯한 기사, 그리고 댓글들에 고통을 받고 있다는 건데요.
고재민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 리포트 ▶
지난 2016년 A씨는 가수 정준영을 불법 촬영 혐의로 경찰에 고소했습니다.
당시 대학생이었던 A씨에게는 정 씨의 인생을 망쳤다는 비난이 쏟아졌습니다.
유명 인사를 이길 수 없을 거란 두려움에 바로 고소를 취하했지만, 고소 사실은 기사를 통해 알려졌고 입에 담기도 어려운 악성 댓글이 쏟아졌습니다.
[피해자 A씨]
″제 행실을 탓하고, 저한테 꽃뱀이라고 하고, 무고죄라고 하고. 언론에서 무자비한 보도를 하고…″
환청이 들릴 정도로 정신적 고통이 심해 학교를 그만둬야 했고 1년 넘게 병원 치료도 받았습니다.
이후 정준영은 집단 성폭행과 불법촬영 혐의 등으로 징역형을 받았고, 시간이 흘러 A씨도 괜찮아지는 듯했습니다.
그런데 얼마 전 자신이 언급된 한 지상파 방송사의 유튜브 영상을 보게 됐습니다.
[SBS <끝까지판다> 유튜브 방송 (2019년 12월)]
″그 여성이 막 찾아와서 초인종도 누르고 만나자는 시도들을 해요. 그런데 그거에 대해서 정준영은 매니저한테…수습해야 한다고. 치워라. 막 이런 거. <치워라?>″
기자들은 당시 A씨가 정준영과 다시 사귀면서 고소를 취하한 것이라는 사실과 다른 발언도 서슴지 않았습니다.
A씨는 무엇보다 피해자인 자신을 소재로 삼아 아무렇지 않게 떠드는 모습에 더 충격을 받았습니다.
[피해자 A씨]
″제가 듣기에도 모욕적이고, 제가 그런 걸 당했다는 걸 남한테 공표하는 것도 모욕한 거고…″
A씨는 ″잘못 알려진 이야기를 바로잡겠다″며 동영상에 댓글을 달고, 기자들에게도 메일을 보내 항의했습니다.
하지만 답장은 받지 못했고, 오히려 A씨의 댓글이 다시 기사화됐습니다.
[피해자 A씨]
″절대 피해자의 사생활과 인격권을 침해하는 보도를 해서는 안 된다 이런 말을 했더라고요. 본인들이 그렇게 행동을 해놓고…그래서 너무 위선적이다. 최소한의 사과는 해야 되지 않나.″
결국, A씨는 유튜브에 출연한 기자들을 언론사가 징계해달라며 국민청원을 올렸습니다.
그러면서 성범죄의 피해자들이 흥밋거리로 소비되는 성범죄 뉴스의 댓글창을 금지해달라고 요구했습니다.
문제의 영상에 대해 SBS는 ″피해자에 고통을 드려 죄송하다″며 ″해당 동영상은 삭제했고, 재발방지를 위해 노력하겠다″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기자들 징계 요구에 대해서는 아무런 입장을 내놓지 않았습니다.
A씨는 청원을 올리면 또 악성 댓글이 달릴 걸 알지만, 용기를 낼 수밖에 없었다고 합니다.
[피해자 A씨]
″(다른) 성폭력 사건들의 댓글을 볼 때도, 2차 가해 댓글이 달리는 걸 봤거든요‥그 고통을 알아서, 마음이 아파서, 이제는 진짜… 나랑 같은 고통을 겪는 사람이 없었으면 좋겠다.″
MBC뉴스 고재민입니다.
(영상취재: 한재훈/영상편집: 조기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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