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데스크손하늘

5백 채 세 모녀의 '세놓고 돈 먹기'…피해는 나 몰라라

입력 | 2021-05-29 20:21   수정 | 2021-05-29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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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앵커 ▶

세 모녀가 빌라 5백 채를 사들인 뒤 전세 보증금을 돌려주지 않은 사건의 피해자가 속출하고 있습니다.

어떻게 이런 식으로 돈을 벌 수 있었을까 참 이해가 되지 않았는데요.

저희 인권사회팀의 손하늘 기자가 이들의 행적을 추적한 끝에 그 비밀을 밝혀냈습니다.

어떤 수법을 쓴 건지 보도 보시죠.

◀ 리포트 ▶

서울 화곡동의 한 빌라.

김 모씨 부부는 지난해 7월 전세보증금 2억원을 빼려고 집주인에게 연락을 했습니다.

그러나 연락 두절, 지금까지 돌려받지 못하고 있습니다.

[김OO/피해자]
″지금까지 살면서 조금 조금씩 모았던 게 이 정도까지 모아놨더니 하나도 못 받고…″

그러다 최근 뉴스를 보고 자신이 ′5백 채 세모녀′ 피해자란 걸 알게됐습니다.

[김OO/피해자]
″′박OO′ 해가지고 서울시 강서구에만 2백 몇십 채… 그 기사를 본 거예요.″

세 모녀가 2년 동안 사들인 빌라는 최소 524채.

한 채당 2억 원만 잡아도 모두 합하면 1천억 원에 달합니다.

하지만 빌라 매매로 차익을 챙기진 못한 걸로 보입니다.

개발 호재가 없는 동네에서 이미 지은 지 몇 년 지난 빌라를 세 모녀가 내놓은 가격에 사려는 사람이 없었기 때문입니다.

[최OO/피해자]
″집을 보러 오는 사람이 없었어요. 집 시세가 있는데 너무 비싸다고…″

그렇다면 왜 5백 채나 사들였을까?

경기도 부천의 한 다세대 빌라 건물.

세모녀는 미분양이었던 이 빌라 두 세대를 사고 분양대행사로부터 뒷돈을 받았습니다.

[A 분양사무실 관계자]
″그래서 3백만 원을 줬나.″
(두 채니까 6백이었던 거죠?)
″그렇죠. 그거 받을 때 다른 (명의의) 계좌로 하면…″

서울 화곡동 빌라를 살 때는 아예 노골적으로 돈을 요구했습니다.

[C 부동산 관계자]
″R(리베이트)라고 저희가 표현을 하는데, 많게는 2천만 원까지도…″

이렇게 사들인 빌라에서는 관리비로 이권을 챙겼습니다.

이를 위해 어머니 김 씨는 빌라 관리업체까지 만들었습니다.

[최OO/ 피해자]
″굳이 동대표를 하겠다고 하더라고요. 2천(만 원)정도 하자보수금이 나오는 것으로 알고 있어요.″

일부 빌라에선 관리비 적립금을 횡령하기도 했습니다.

[김OO/피해자]
″하자가 있는데도 고치지도 않고, 신경도 안 쓰고, 중간에 관리비가 한 백만 원이 (쌓여)있어야 하는데 그 돈이 없었고…″

피해자들은 소송에 나섰지만 소송서류는 대부분 반송되고 있습니다.

세 모녀가 실제 살지도 않는 빈 집에 전입신고를 했기 때문입니다.

작은딸의 주소지로 찾아와봤지만, 집에는 살고 있는 사람이 없습니다. 가스 계량기를 봐도 검침 당시와 현재 수치가 동일합니다.

현관문 앞엔 법원 우편물을 찾아가라는 안내문도 여럿 붙어 있습니다.

[이웃 주민]
″우체부 아저씨가 항상 이만큼씩 갖고 다녀요. 직접 전해줘야 한대요. 그런데 한 번도 못 봤어요.″

수소문 끝에 서울 목동의 한 아파트에서 이들의 흔적을 찾았습니다.

바로 어머니 김 씨가 대표이사로 있다는 명함 속 관리업체의 주소였습니다.

세 모녀는 4년전부터 이 아파트에서 보증금 2천만 원, 월세 80만 원에 살고 있다고 합니다.

[집주인]
″아들이 근처에 독서실도 다녀야 하고 학원도 다녀야 한다고… 딸 얘기는 안 했었고.″

밤 늦은 시각 거실 불이 켜지는 걸 확인하고 초인종을 눌렀지만 아무 응답도 없었습니다.

(하실 말씀 없으세요?)
″…″
(책임감 안 느끼십니까?)
″…″

누군가에겐 전재산이다시피 한 전세금은 분양업체로 흘러갔고 세 모녀는 임대사업자 등록을 이용해 세금은 덜 내고, 리베이트와 관리비까지 알뜰히 챙겼습니다.

[우OO/피해자]
″두 달을 (대출) 연장했는데도 못 나가면 어떻게 되냐, 은행에 물어보니까 그 때는 그냥 신용불량자가 되는 거래요.″

국회에선 나쁜 임대인 공개법이 발의됐지만 아직 논의조차 시작되지 않았고, 남은 4백 채의 빌라를 처분한다 해도 전세금을 돌려주기엔 모자란 상황입니다.

MBC뉴스 손하늘입니다.

(영상취재: 장영근·나경운·이주혁/영상편집: 김재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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