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데스크김민욱

'단풍'도 건너뛰었나?‥짧아진 가을에 빛깔 못 내

입력 | 2021-10-23 20:16   수정 | 2021-10-23 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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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앵커 ▶

올 가을에는 이상하게 단풍이 잘 보이지 않는다는 생각 해보셨습니까.

지역마다 단풍이 늦게 시작을 하고, 빛깔도 예전같지 않다는데요.

이게 다 가을이 짧아지고 있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무슨 얘기인지, 김민욱 기자가 지리산에서 취재했습니다.

◀ 리포트 ▶

지리산 천왕봉으로 가는 길목인 치밭목대피소.

예년같으면 단풍으로 울긋불긋 물들어 있어야 할 산이 칙칙한 녹색빛입니다.

단풍나무가 붉은 빛깔을 뽐냈던 지난해 이맘때와 비교해보면 차이가 확연합니다.

[조대현 / 지리산국립공원경남사무소 재난안전과장]
″지리산 대부분이 단풍이 예쁘지만 특히 이 치밭목 주변이 예쁜 곳인데 올해는 지금 단풍을 거의 찾아보기 힘든 실정입니다.″

우선 단풍 자체가 제 빛깔을 못내고 있습니다.

대피소 인근의 단풍나무입니다.

나뭇잎이 붉게 물들기도 전에 이렇게 말라버렸습니다.

단풍은 기온이 내려가 나뭇잎에서 엽록소가 빠져나가고 노란색과 붉은색 색소가 보이면서 물들기 시작합니다.

하지만 이달 중순까지 예년보다 기온이 높다가 갑자기 뚝 떨어지면서 단풍 특유의 색상이 제대로 안나오는 겁니다.

[임종환 / 국립산림과학원 기후변화생태연구과장]
″(10월) 고온도 단풍을 흐리게 하는데 영향을 주고요. (기온이 내려가면) 잎이 얼기 때문에 더더욱 선명한 단풍을 보기가 어렵습니다.″

1990년대에 비해 2010년대의 9월과 10월 평균기온이 0.5도 가량 높아지면서 단풍 시작시기도 1~3일 가량 늦어졌습니다.

단풍은 늦어지고 있는데 가을은 점점 짧아지면서 단풍을 즐길 수 있는 기간도 줄어들고 있습니다.

[반기성 / 케이웨더 예보센터장]
″이번에 설악산이나 오대산이 대표적인 경우죠. 단풍 들자마자 얼마 있지 않아 눈이 내려서 얼어붙어버렸거든요 다.″

기후변화가 계속돼 기온이 상승하고 집중호우가 빈번해지면 한반도 남쪽부터 단풍이 서서히 줄어들 거라는 우려도 나오고 있습니다.

가을 정취의 대명사였던 단풍.

기후변화가 단풍마저 우리에게서 빼앗아가려 하고 있습니다.

MBC뉴스 김민욱입니다.

영상취재 : 강재훈/영상편집 : 조민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