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제는 화학물질 누출 같은, 심각한 사고에도 처벌 수위를 낮추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는 건데, 피해자들의 목소리는 듣지 않고, 기업들의 민원만 해결해주려는 거냐, 이런 비판이 나오고 있습니다.
고은상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 리포트 ▶
업무상 과실로 화학물질 누출 사고를 일으켜 사람을 죽거나 다치게 하면, 10년 이하 금고나 2억 원 이하 벌금을 받습니다.
화학물질관리법입니다.
정부는 이 법을 고치기로 했습니다.
사람을 죽게 하면 똑같이 적용하지만, 다치게 하면 7년 이하 금고나 1억 원 이하 벌금으로 깎아주기로 한 겁니다.
[현재순/일과건강 기획국장]
″실제 피해 당사자들은 주민과 노동자인데 어떤 의견 수렴도 없이 그렇게 하는 게 말이 안 되잖아요. 상식적으로.″
공정거래법도 고치기로 했습니다.
기업의 지배구조를 속여도, 벌금형이 아니라 과태료 행정처분으로 바꾸기로 했습니다.
대기업이 납품업체들에게 자기들과만 거래하도록 횡포를 부려도, 처벌 대신 먼저 시정명령부터 내리도록 바꾸기로 했습니다.
법을 어겨도 한 번은 봐준다는 뜻입니다.
[박상인/경실련 재벌개혁위원장 겸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
″대기업들이 횡포를 부리는 것을 사전적으로 방지하려고 만든 조항들이죠. 시정조치 안 지키면 형벌적인 조치를 취한다는 것인데 이건 한 번 위반하라는 말밖에 안 돼요. 이건 위법 행위를 조장하는 조치가 돼요. 굉장히 우려스럽다.″
정부는 민간 경제 활성화를 명분으로 내세웠습니다.
[방기선/기획재정부 1차관]
″과도한 경제 형벌이 민간의 경제 활동을 위축시키고 우리나라의 상대적 투자 매력도를 저하한다고 지적돼 왔습니다.″
하지만 기업들 민원 들어주는 거라는 비판도 나옵니다.
오염물질을 불법 배출해 사람을 다치게 하거나 상수원을 오염시킨 범죄도, 최대 징역 15년형을 10년형으로 깎아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