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데스크이아라

신출귀몰 송이 '대도' 10년 만 포착했는데 경찰은 "우리 일 아냐"

입력 | 2022-10-20 20:36   수정 | 2022-10-20 2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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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앵커 ▶

본격적인 송이버섯 수확 철을 맞아서 송이 도둑이 극성을 부리고 있습니다.

한 송이 재배 마을에서는 10년 넘게 수억 원어치의 송이를 도둑맞았는데, 10년 만에 도둑의 단서를 겨우 잡았습니다.

이아라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 리포트 ▶

깜깜한 밤, 인적이 드문 산속.

이마에는 헤드랜턴, 손에는 막대기를 든 한 남성이 주위를 살핍니다.

곧 땅에서 뭔가를 캐낸 뒤 다시 소나무 잎을 덮고 막대기로 땅을 고르게 펴 흔적을 없앱니다.

계속 주위를 살피며 1시간 넘게 산을 헤매는 남성.

송이 도둑입니다.

범인이 송이를 훔쳐 간 자리입니다.

산주가 덮어놓은 마른 소나무 잎을 들춰 나무 막대기로 송이를 채취해갔습니다.

1등급 크기가 되기를 기다리며 며칠 더 놔뒀는데, 그새 도둑을 맞은 겁니다.

[심상욱/피해 농민]
″(송이를) 금방 따면 값어치가 없고 이틀 정도만 두면 이게 개당 한 3만 원에서 5만 원 정도 되거든요.″

10년 넘도록 가을 수확기마다 이 마을에서 도둑이 훔쳐간 송이만 3억 원어치 이상으로 추정됩니다.

범인을 잡으려고 설치한 CCTV 30여 대도 모조리 부서지거나 훔쳐갔습니다.

[김순홍/피해 농민]
″(CCTV 카메라) 알맹이는 다 깨버리고 다 가져가고 없어요. 이것만 남겨놓고 갔어요, 도둑들이.″

그런데 최근 높은 나무에 설치한 CCTV에 도둑의 모습이 찍힌 겁니다.

10년 만에 단서를 잡아 경찰에 신고했지만 이번엔 경찰이 움직이지 않았습니다.

[심상욱/피해 농민]
″경찰에다 신고해도 이게 ′희미하다′, 이거는 좀 ′우리가 할 일은 아니다′, 그래서 문제를 경찰서에서 조사를 안 해주고…″

경찰은 취재가 시작되자 범행이 일어난 산지를 국유림으로 착각해 산림청과 삼척시에 사건을 이관했다면서 다시 수사에 나서겠다고 밝혔습니다.

MBC뉴스 이아라입니다.

영상취재: 배광우(강원영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