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데스크공태현, 송서영

연일 '관광지'‥'7박 9일 카자흐·키르기스' 간 경기도의원들

입력 | 2025-09-24 20:26   수정 | 2025-09-24 2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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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앵커 ▶

지방의회의 외유성 해외 출장이 계속되고 있는 현실을 최근 전해드렸는데요.

저희 취재진이 어제 출국하는 경기도의회 의원들을 공항에서 만났습니다.

7박 9일 동안 매일 관광지를 방문하는 일정이 짜여 있는데도 혈세로 외유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에는 발끈했습니다.

공태현·송서영 두 기자가 보도합니다.

◀ 리포트 ▶

어제 오후, 인천국제공항 출국장.

경기도의회 안전행정위원회 소속 의원들이 카자흐스탄과 키르기스스탄으로 7박 9일 해외 출장을 떠나기 위해 속속 모여듭니다.

더불어민주당 소속 4명, 국민의힘 6명입니다.

MBC가 입수한 출장 계획서에는 국내에서 노후화돼 쓰지 않는 소방차 지원이 주목적으로 적혀 있습니다.

[임상오/경기도의회 안전행정위 위원장]
″폐기되는 소방차를 전달해주는 전달식 때문에‥″

그런데 세부 일정을 살펴보니, 유명 여행지 방문이 거의 매일 포함돼 있습니다.

도착 바로 다음 날, ′차른 캐니언′에 갑니다.

[여행사 홍보 영상]
″′중앙아시아의 그랜드 캐니언′이라고 불리며 트래킹 코스로 관광객들이 즐겨 찾는 곳입니다.″

주말에는 ′이식쿨 호수′ 같은 관광 일정만 있습니다.

[임상오/경기도의회 안전행정위 위원장]
″주말에는 어차피 기관 연수도 안 되고 그러면 쉴 수 있는 시간에 그거라도 눈으로 좀 볼 수 있는 상황이 되는 것이 좋은 거 아니겠어요?″

방문 예정 관광지는 침블락 국립공원, 오시 바자르 전통시장, 알라 아르차 국립공원, 알라투 광장 등 모두 6곳입니다.

소방 행정과 관계없는데 왜 가는지 묻자 엉뚱한 답을 합니다.

[임상오/경기도의회 안전행정위 위원장]
″<호수는요?> 호수도 우리 우리나라 요만한데 그 나라가 크니까 크게 만들 수 있는 호수가 어디 있는지도 연구해 볼 필요도 있지 않아요. <그래서 거기 캐니언 같은 절벽 그런 것도?> 아 우리도 캐니언 없으면 캐니언 개발을 좀 해봐야지.

게다가 이번에 소방차가 전달되는 나라는 키르키스스탄 뿐입니다.

[임상오/경기도의회 안전행정위 위원장]
″<카자흐스탄은 지원 안 했다는데요?> 요번에 이쪽 주고, 그쪽하고도 또 무슨 얘기를 하다 보면 뭐가 또 나오겠지.

′외유성 출장′ 아니냐고 묻자 나라가 크니까 6-7시간 차를 타고 다녀야 한다며 아니라고 했습니다.

[임상오/경기도의회 안전행정위 위원장]
″언론에서도 조금 색다르게 봐줘야 하는데. 자꾸만 가서 봐야 주민들 대표로서 뭔가 일을 하는 거거든요.″

출장 계획서와 다른 말을 하는 의원도 있습니다.

[유경현/경기도의회 안전행정위 부위원장]
″제가 알기로는 관광지 견학은 없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지난달 출장 심사 회의록을 보면 한 위원이 ″놀러가는 것이라는 오해 소지가 있다″고 하자 출장 대표 의원은 ″상당히 세밀하고 아주 강행군이라고 생각한다″고 답했습니다.

이번 출장에는 모두 3천5백여만 원의 세금이 들어갑니다.

MBC뉴스 공태현입니다.

영상취재: 전인제, 우성훈 / 영상편집: 이유승

◀ 리포트 ▶

지방의회 의원들이 해외 출장을 얼마나 많이 갈까요?

서울과 경기, 인천 등 수도권 지방의회 69곳 출장 일정을 전수 분석했습니다.

이번달과 다음달 두 달 동안을 살펴봤는데요.

모두 72개팀, 의원 547명이 해외로 이미 다녀왔거나 떠날 예정입니다.

공무원도 2백여 명이 동행합니다.

그럼 어디로 가는지 대륙별로 보면, 아시아가 54개 팀으로 가장 많았고요.

다음이 유럽, 오세아니아순이었습니다.

아프리카까지 안 가는 곳이 없습니다.

나라별로 볼까요?

일본이 16개팀으로 가장 많고요.

중국이 9팀으로 그 다음이었습니다.

싱가포르와 호주가 각각 6개팀으로 공동 3위였는데, 해외 출장이 특정 국가로 쏠리는 경향이 보였습니다.

유명 관광지도 많이 보입니다.

일본 교토에 있는 유명 사찰 청수사, 그리고 드라마의 배경이 됐던 곳이죠, 스페인 알함브라 궁전 방문 일정도 있고요.

헝가리 부다페스트 와인 페스티벌, 독일 맥주 축제 옥토버페스트를 가는 의원들도 있습니다.

마침 오늘 서울 강북구의회가 해외 출장을 떠났는데요.

출장 일정을 입수했습니다.

기간은 일주일, 장소는 호주 시드니입니다.

오페라하우스, 시드니 천문대, 블루마운틴 국립공원 같은 대표적인 관광 명소를 두루 둘러보는 일정인데요.

출장 목표로는, ′선진 국가의 우수 시설 견학′을 내세웠습니다.

지난해 말 국민권익위원회가 최근 3년 동안 지방의회 해외 출장 915건의 실태를 들여다본 결과를 내놨습니다.

관광지 겹치기가 많았습니다.

일본의 경우 벚꽃이 아름다운 오사카성을 간 의원들이 12팀이었습니다.

미국을 가면 뉴욕 맨하탄의 하이라인 파크, 뉴질랜드는 쥬라기 공원의 촬영지였던 레드우드 공원, 프랑스는 세계 3대 박물관 중 하나인 루브르 박물관, 네덜란드는 풍차마을로 유명한 잔세스칸스 마을을 너나할것 없이 찾았습니다.

싱가포르 가든스바이더베이 수목원은 74팀이 갔습니다.

의정 목적을 고려하지 않은 채 여행사에 일정을 맡기다보니 관광지 위주로 일정이 짜여진다는 게 권익위 판단입니다.

3년간 해외출장에 들어간 예산은 355억 2천여만 원.

권익위 조사 결과 비행기푯값을 부풀려 받아내는 등 예산을 빼돌린 경우도 많았습니다.

해외 출장 비리를 수사 중인 경찰은 권익위 수사의뢰를 받아 지방의회 188곳에 대해 동시다발 수사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MBC뉴스 송서영입니다.

영상취재: 전인제, 우성훈 / 영상편집: 권시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