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데스크이병선

[단독] 발렌타인 10년이면 통과시켜주고?‥연수 심사 녹취 들어보니

입력 | 2025-10-01 20:01   수정 | 2025-10-01 21:16

Your browser doesn't support HTML5 video.

◀ 앵커 ▶

내년 상반기 임기 만료를 앞둔 지방의회 의원들의 잇단 외유성 출장 논란 계속 전해드리고 있는데요.

지방의회마다 심사위원회가 있다는데, 논란의 여지가 있는 출장을 왜 계속 승인해주는 걸까, 의문이 생길 수밖에 없죠.

저희 취재진이 실제 어떻게 이 심사가 이뤄지는지 회의 녹취를 입수했습니다.

이병선 기자의 단독 보도입니다.

◀ 리포트 ▶

강원도 영월군의회 의원들이 오는 11월 초 떠나기로 한 호주 출장 계획서입니다.

군의원 5명에다 의회 직원 2명이 5박 7일, 호주 시드니를 방문합니다.

[영월군의회 관계자(음성변조)]
″출장국 선정 배경으로는 자연자원 보존과 도시재생을 동시에 달성한 대표적 사례국이라는 점이…″

그런데 블루마운틴과 포트스테판 등 인기 관광지 일정이 많습니다.

이 견학에 세금 2천8백만 원이 들어갑니다.

외유성인지 따져볼 출장심사위원회가 군의회에서 열렸습니다.

총 7명의 심사위원 중 4명이 참석했는데 부위원장이 대뜸 농담이라며 이런 말을 꺼냅니다.

[심사위원회 부위원장(음성변조)]
″호주 이런 데 갔다 오시면 뭐 술이라도 한 병 갖다가 그래도 그 직원들 한 잔 하고 이럽니까? 아니 그게 있으면 뭐 통과시키고 그렇지 않으면 아예…″

비용의 적절성이나 견학의 목적을 따지는 질문은 하나 없고 또 술 얘기로 이어집니다.

[심사위원회 부위원장(음성변조)]
″우리 oo위원님도 술을 굉장히 좋아하시는데 갔다 오시면 뭐 하다못해 호주 유명한 술이 뭐예요? 럼인가? 뭐 정 없으면 발렌타인 10년짜리라도 갖다가, 뭐 소주라도 한 잔 하자고 이래야 되는 거 아닌가…″

알맹이 없는 심사는 불과 15분 만에 끝났습니다.

″이의가 없으므로 가결되었음을 선포합니다.″

심의 위원은 노인회, 이장협의회 관계자 지역지 기자 등으로 이뤄졌는데, 심사 대상인 군의회의장이 임명한 사람들입니다.

특히 심사 회의록은 그대로 군의회 홈페이지에 공개해야 하지만, 문제의 회의는 홈페이지에서 아예 삭제되어 있어 은폐 의혹까지 제기되고 있습니다.

이 출장 일정을 심사하는 심사위원회는 재심의 끝에 원안대로 가결했는데, 심사가 아니라 농담을 주고받는 자리였다는 비판이 나옵니다.

MBC뉴스 이병선입니다.

영상취재: 차민수(원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