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데스크원석진

[소수의견] 불법건축물 된 대안학교‥"학교를 지켜주세요"

입력 | 2025-12-17 20:41   수정 | 2025-12-17 2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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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앵커 ▶

경쟁보다 협력을 중시하고 학생의 자율성을 최우선으로 여기는 대안학교.

우리나라에도 2백 곳 넘게 설치돼 학생들이 그 속에서 자라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 대안학교들이 불법 건축물로 찍혀 철거될 처지에 놓였다고 합니다.

어찌 된 일인지 ′소수의견′에서 원석진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 리포트 ▶

가을이면 숲속 낙엽을 밟고, 겨울에는 눈밭으로 변한 운동장에서 눈싸움을 합니다.

사시사철 아이들 웃음이 끊이지 않는 이곳은 경기 고양의 대안학교 ′고양자유학교′입니다.

시험과 수행평가가 없고, 토론과 체험·놀이 위주로 수업이 진행됩니다.

7살부터 18살까지 90여 명이 다닙니다.

[이준우/고양자유학교 5학년]
″편안하게 공부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해줘서 그 부분이 좋은 거 같고요.″

[송윤/고양자유학교 4학년]
″목공 같은 경우에는 저희가 뭔가를 만들고 저 같은 경우에는 썰매도 만들고.″

그런데 최근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줄어들었습니다.

학교가 ′불법 건축물′이 됐기 때문입니다.

지난달 구청이 보내온 고지서.

′건축법을 위반했다′며 올해 말까지 8천5백70만 원을 내라고 적혀 있습니다.

지난 2018년 군부대 시설로 쓰이던 이 건물로 학교가 이사 올 때 건축물 용도를 ′노약자와 유아 등을 위한 복지시설′로 사용 승인을 받았습니다.

관할 구청과 협의한 내용입니다.

하지만 ″′교육시설′로 승인받지 않았다″고 누군가 민원을 제기했고, 관할 구청이 2022년 시정명령을 내리면서 혼란은 시작됐습니다.

이후 학교가 시정명령 취소 소송에서 지면서 구청이 이행강제금을 부과한 겁니다.

철거하지 않으면 매년 수천만 원 돈을 내야 합니다.

[신수경/학부모]
″공무원들은 여기를 떠나든 돈을 내든 그거는 알 바 아니고 나는 법대로 이렇게 한다.″

대안학교는 대안교육기관법에 따라 교육청에 정식 등록된 교육기관이지만, 건축법은 대안학교로 쓸 수 있는 건물을 지정해 놓지 않았습니다.

이 때문에 음식점이나 마을회관, 축사로 등록된 공간을 학교로 쓰는 곳도 있습니다.

전국 260여 개 대안학교 사정이 똑같습니다.

법적 공백 속에 언제든 ′불법 건축물′이라는 이유로 학교 문을 닫을 수 있는 겁니다.

[이홍우/대안교육연대 사무국장]
″연쇄적 폐교 사태와 함께 대안교육 생태계 전체의 붕괴를 초래할 수 있습니다 법의 빈틈을 메우지 못하면…″

국토교통부가 ″대안학교 건축물을 합법적으로 등록할 수 있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는 답만 반복하는 사이, 아이들은 배움터를 한순간에 잃을 위기에 놓여 있습니다.

MBC뉴스 원석진입니다.

영상취재: 황주연 / 영상편집: 박찬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