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20-05-12 11:00 수정 | 2020-05-12 11:06
20대 국회 법사위원장 ′버럭′ 여상규
20대 국회에서 여상규 법제사법위원장은 여러 차례 논란의 중심에 섰습니다.
지난 2018년 이은애 헌법재판관 후보자 청문회때에는 사법농단 질문이 나오자 ″그 문제는 발언권을 드리지 않겠다″고 저지했고, 의원들이 항의하자 ″계속 떠들면 법에 의한 조치를 하겠다″고 말했습니다. 판사 출신인 여 위원장이 ′국회가 아니라 재판정으로 생각한다′, ′사법기관을 감시하는 게 아니라 감싼다′는 비판이 같은 당 안에서도 나왔습니다.
′버럭 여상규′라는 별명이 네티즌들에게 널리 알려지게 된 건 지난 해 국감이 결정적이었습니다. 서울고등검찰청에서 열린 국정감사에서 김종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자신의 발언을 문제 삼자 ″웃기고 앉아 있네. XX 같은 게″라고 욕설을 한 게 고스란히 생중계됐습니다.
그 밖에도 조국 당시 법무부 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 때 ″취지는 이미 나와있는데 뭘 미주알고주알 하느냐″고 면박을 준다든가, 패스트트랙 사건 수사에 대해 자신이 당사자인데도 정당방위라고 주장한다든가 하면서 논란이 계속됐습니다.
법사위…본회의 길목 막는 막강한 권한
′버럭 여상규′ 위원장이 주목받은 건 발언 자체가 논란이 되기도 했지만, 여상규 위원장이 다름 아닌, 국회 상임위 가운데서도 가장 막강한 권한을 가진, 법제사법위원회의 위원장이었기 때문입니다.
국회법 86조 1항을 보면 ′위원회에서 법률안의 심사를 마치거나 입안할 때에는 법제사법위원회에 회부해 체계와 자구에 대한 심사를 거쳐야 한다′는 문구가 있습니다.
′체계와 자구 심사′의 원래 의미는 국회에서 만든 법안이 최종 확정되기 전에 혹시 헌법에 위배되지는 않는지, 또 법률 사이에 충돌이나 모순은 없는지, 법사위에서 한 번 더 살펴본다는 겁니다.
그런데 상임위를 거친 법안이 모두 법사위를 다시 한 번 거쳐야 하다 보니, 현실에서는 본회의가 열리기 전 마지막 관문으로, 쟁점 법안이 통과되느냐 마느냐를 결정짓는 마지막 전쟁터 같은 역할을 하며 ′국회의 상원′으로 불려왔습니다.
여상규 위원장은 이런 법사위원장의 위치를 적극적으로 활용했습니다. 여 위원장은 지난해 6월 ″각 상임위원회가 한국당과 합의 없이 처리한 법안은 해당 상임위로 회부하고, 아니면 법사위에서라도 여야 합의 처리하겠다″고 말했는데 법사위의 역할인 체계·자구 심사를 벗어나는 일이다보니 바로 논란이됐습니다. 민주당은 ″일하는 의원들의 입법권을 침해하는 위헌·위법″이라고 비판했고, 정의당도 ″본인이 국회의 상원의장이라고 착각하는게 아닌지 묻고 싶다″고 말했습니다.
법사위원장은 여당 몫? 야당 몫?
국회 상임위원장을 어떻게 정하는지에 대한 정확한 규정은 없습니다. 총선이 끝나면 원내대표단이 만나서 원 구성에 대해 협의를 하고, 통상 적으로 각 당의 의석 비율에 따라 배분해왔습니다.
20대 국회 후반기에 18개 상임위원장 가운데 민주당은 9개, 통합당은 8개, 민생당은 1개 상임위의 위원장을 차지했었는데, 민주당 의석수가 늘어나면서 이제 더 많은 상임위원장을 요구할 수 있게 됐고, 민주당은 11~12개, 통합당은 6~7개를 가져갈 거라는 예상이 나오고 있습니다.
가장 관심을 끄는 건 역시 법사위원장 자리입니다. 법사위원장은 2004년 17개 국회 이후에 야당 다선 의원이 맡는 게 관례처럼 되어왔지만, 민주당은 공수처법 등 문재인 정부의 개혁 입법 과제를 추진하려면 법사위원장 자리를 확보해야 한다고 보고 있습니다. 그런데 미래통합당 입장에서도 법사위원장 자리는 절실합니다. 의석수도 줄었는데, 법사위원장 자리를 확보해야 그나마 본회의로 가는 길목을 지킬 수 있기 때문입니다.
법사위 야당에 주지만, 권한 줄인다?
여야의 신경전이 벌써부터 치열한 가운데, 민주당에선 법사위가 국회의 상원처럼 기능하지 못하도록, 아예 힘을 빼버리는 방안도 검토되고 있습니다.
김태년 신임 민주당 원내대표는 선거 공약으로 법사위의 체계자구심사 기능을 폐지하겠다고 밝혔었고, 당선된 뒤 인터뷰에서도 ″법사위는 17대 때 우리가 여당일 때 야당에 양보해 야당이 갖는 것처럼 되어 있다″면서 ″법사위를 게이트키퍼 수단으로 악용하는 악습을 끊을 때가 됐다″고 강조했습니다.
하지만 야당 입장에선 여당의 법안 독주를 견제할 수 있는 수단인 법사위의 역할을 포기할 수 없다 보니, 미래통합당의 동의를 받기는 쉽지 않아 보입니다.
민주당은 이번 주 금요일까지 소속 의원들에게 상임위 신청을 받겠다고 공지했습니다. 부친상 중인 주호영 통합당 원내대표가 돌아오는 13일부터는 법사위원장을 포함해 주요 상임위원장을 확보하려는 여야의 본격적인 샅바 싸움이 시작될 걸로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