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이정은

[World Now] 코로나 확진 브라질 대통령 "이것이 인생"

입력 | 2020-07-08 16:37   수정 | 2020-07-08 17:29
<strong style=″font-weight:bold; font-family:initial;″>코로나19는 경미한 독감이다?</strong>

코로나19를 ″경미한 독감에 불과하다″고 말한 사람이 있습니다. 바로 브라질의 트럼프라 불리는 ′자이르 보우소나루′ 대통령입니다.

보우소나루 대통령이 최근 고열과 감기 증세를 보이더니 현지시간 7일 새벽, 코로나19 양성 판정을 받았습니다.

지난 3월 이후 코로나19 검사를 네 차례 받은 끝에 ′드디어′ 확진자가 됐습니다.

브라질 정부는 비상이 걸렸습니다.

대통령은 관저에 격리됐고 정부 주요 인사들은 줄줄이 검사를 받았습니다.

7월 4일 미국 독립기념일을 맞아 대통령과 함께 오찬을 한 외교부 장관·국방부 장관 등 주요 각료들은 물론이고 대통령의 셋째 아들, 주 브라질 미국 대사까지 30여명이 코로나19 검사를 받았습니다.

<strong style=″font-weight:bold; font-family:initial;″>확진판정 이후에도 돌출 행동</strong>

그런데 확진판정을 받은 이후 보우소나루의 말과 행동이 상식을 뒤엎습니다.

코로나19 감염사실을 공개하는 기자회견에선 의료진의 권고를 무시하고 취재진과 가까운 거리에 선 보우소나루 대통령.
갑자기 회견 도중 마스크를 벗어버립니다.

몇 걸음 뒷걸음치긴 했지만 깜짝 놀랄 만한 행동이었습니다.

그리고 이렇게 말했습니다.

<i>″바이러스가 진행되는 것을 두려워할 필요 없습니다. 이게 인생입니다. (You can′t just talk about the consequences of the virus, you should worry. Life goes on.)″</i>

기자들은 경악했습니다.

브라질 언론협회는 보우소나루 대통령의 행위는 ″취재진을 위험에 빠뜨릴 수 있는 범죄행위″라고 비난했습니다. 협회는 연방 대법원에 보우소나루를 고발할 방침입니다.

보우소나루의 기행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습니다.

확진 판정을 받고 보우소나루는 페이스북에 40초 분량의 동영상을 올렸습니다.
바로 의사들이 부작용을 경고해온 말라이아 약 ′하이드록시클로로퀸′을 복용하는 영상이었습니다.

보우소나르는 세 알을 먹었다면서 ″과학적으로 증명된 건 없지만, 확실이 이 약이 자신한테는 효과가 있는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strong style=″font-weight:bold; font-family:initial;″>마스크 안 쓰더니…걸릴만 했다?</strong>

보우소나루 대통령은 그동안 ′언론이 불안을 조장한다′며 코로나19에 대한 경각심을 평가절하 해 왔습니다.

모범을 보여야 할 대통령 스스로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은 채 거리를 활보하고 지지자들과 악수와 포옹을 하기도 했는데요.

브라질 연방법원이 대통령에게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을 시 매일 2000헤알, 우리 돈 46만원의 벌금을 내라는 결정까지 내릴 정도였습니다.

코로나19 사태를 겪으면서 어록도 생겼습니다.

<i>″코로나19에 대한 공포감은 언론이 만든 판타지이다.″
″바이러스에 감염되는 건 당연하다. 남자답게 받아들이자″
″축구 선수들은 바이러스에 걸려도 사망할 확률이 낮다″
″코로나19는 작은 감기에 불과하다″</i>

그의 태도에는 일관성도 꽤 있었습니다.

지난 4월엔 코로나19의 위험성을 경고한 보건부 장관을 경질했고, 최근엔 밀폐된 공공장소에서의 마스크 착용을 의무화한 법에 거부권을 행사했습니다.

소셜미디어에는 그동안의 그의 행태를 비판하며 ″코로나19에 걸릴만 했다″는 조롱글이 넘쳐나고 있습니다.

AP 통신과 인터뷰를 한 브라질 학생은 ″보우소나루는 생각을 고쳐야 한다″며 ″상황을 개선하기 위해 노력하라″고 비판했습니다.
로이터와 인터뷰한 한 남성은 ″작은 감기에 불과하다고 하더니 결국 결렸다″고 비꼬았습니다.

또 다른 시민은 ″그에겐 최고의 의료진이 있으니 결국엔 낫지 않겠냐″고 씁쓸한 미소를 지었습니다.

<strong style=″font-weight:bold; font-family:initial;″>코로나19 확진자 수, 브라질이 세계 2위</strong>

최근 리우데자네이루 간호사 노조가 공개한 사진에는 충격적인 브라질 상황이 고스란히 담겨있습니다.

병실 내에서 촬영된 사진인데, 치료받고 있는 환자들 사이로 커다란 검은 봉지가 놓여있습니다. 코로나19 치료를 받아 숨진 시신들입니다.
병원 밖을 찍은 사진엔 커다란 컨테이너 3개가 놓여있는데 각 컨테이너에 시신 75구가 담겨있었습니다.

확진자 폭증으로 의료망이 붕괴돼 브라질에서는 환자를 제대로 치료하기 힘든 건 물론이고 넘쳐나는 시신 처리도 못하고 있습니다.

브라질의 코로나19 확진자는 7월 8일 현재 166만 5천여명, 사망자도 6만 6천여명에 이릅니다. 환자와 사망자수 모두 미국에 이은 세계 2위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이것이 인생″이라는 보우소나루 대통령의 말에 과연 브라질 국민들은 동의할 수 있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