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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 반중신문 빈과일보 폐간 선언…"26일 마지막 발간"

입력 | 2021-06-23 17:33   수정 | 2021-06-23 17:34
홍콩 반중매체 빈과일보가 폐간을 공식 발표했습니다.

홍콩 공영방송 RTHK에 따르면 빈과일보 모회사 넥스트디지털 이사회는 오늘 성명을 내고, ″현재 홍콩을 장악한 상황을 고려한 결과 늦어도 이번 토요일인 26일에는 마지막 신문을 발간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이어 ″온라인 버전에는 늦어도 26일 밤 11시59분 이후로 접속할 수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면서 ″회사는 충성스러운 지지를 보낸 독자들과 26년간 헌신해준 기자, 스태프, 광고주에 감사를 표한다″고 밝혔습니다.

앞서 홍콩 경찰 내 국가보안법 담당부서인 국가안전처는 지난 17일 빈과일보 사옥을 급습해 1천800만 홍콩달러, 약 26억원 규모의 자산을 압류하고, 라이언 로 편집국장 등을 체포해 기소했습니다.

경찰은 빈과일보에 실린 글 30여편이 홍콩보안법 위반 혐의를 받는다고 밝혔습니다.

빈과일보는 사업가 지미 라이가 1995년 6월 20일 창간했습니다.

중국 광둥성의 가난한 집안에서 태어난 그는 파산한 의류 공장을 인수한 후 한국에도 널리 알려진 의류 브랜드 ′지오다노′를 창업, 아시아 굴지의 의류 기업으로 키운 입지전적 인물입니다.

1989년 중국 정부의 톈안먼 민주화 시위 유혈진압에 충격을 받은 그는 1990년 넥스트 매거진, 1995년 빈과일보를 창간해 언론 사업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습니다.

빈과일보는 처음에는 파파라치와 선정적인 보도로 대표되는 영국 타블로이드지와 같은 길을 걸었습니다.

성적인 보도와 가십으로 도배돼 논란의 중심에 섰고, 특이한 방식으로 신문을 홍보하는 지미 라이에게는 ′제정신이 아닌 미치광이 사업가′라는 수식어가 따라 붙었습니다.

그러나 빈과일보는 2002년 둥젠화 초대 홍콩 행정장관이 취임한 이후 정치문제에 집중된 보도를 내놓으며 중국과 홍콩 정부를 신랄하게 비판하기 시작했습니다.

중국 지도부의 비리와 권력투쟁 등을 적극적으로 보도해 홍콩의 대표적인 반중 매체로 떠올랐습니다.

2019년 ′범죄인 인도 법안′ 반대 시위 때는 종종 대중의 시위 참여를 촉구했고, 경찰 폭력 등을 적극적으로 보도했습니다.

지미 라이도 2014년 ′우산 혁명′과 2019년 송환법 반대 시위에 직접 참여하며 홍콩 범민주진영과 시민사회를 대표하는 인물로 떠올랐습니다.

중국 관영매체와 홍콩 친중세력은 그를 외세와 결탁해 홍콩 정부를 전복하고 홍콩의 독립을 선동하는 인물이라고 몰아세웠습니다.

이어 지난해 6월30일 홍콩보안법이 발효된 후에는 그와 빈과일보가 홍콩보안법을 위반하고 있다고 비판했습니다.

결국 그는 홍콩보안법 위반 혐의로 지난해 8월 체포됐고 12월 기소됐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