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신정연

[World Now_영상] 금발에 푸른 눈이라서?‥美 '실종 백인 여성 증후군' 논란

입력 | 2021-09-24 14:19   수정 | 2021-09-24 14: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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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자리에서 울고 있던 여성이 경찰의 지시에 차에서 내립니다.

흐느끼면서 운전석에 있는 약혼자와 왜 싸웠는지 경찰에게 설명합니다.

지난달 12일 미국 유타주의 한 고속도로에서 여행 블로거인 22살 여성 ′개비 퍼티토′가 약혼자와 심하게 다투는 모습이 경찰에 포착됐습니다.

보름 뒤 부모와 마지막으로 문자메시지를 주고받은 뒤 실종됐는데, 결국 지난 19일 와이오밍주의 한 국립공원에서 시신으로 발견됐습니다.

함께 여행을 떠났던 약혼자는 현재 종적을 감췄습니다.
<strong style=″font-weight:bold; font-family:initial;″>美 언론, 20대 백인 여성 실종사건 한 달간 대서특필</strong>

미국의 전 언론은 지난 한 달간 퍼티토의 행방과 경찰이 쫓는 약혼자의 추적 상황을 주요 뉴스로 실시간 보도했습니다.

ABC 등 지상파 방송은 황금 시간대에 이 사건 뉴스를 배치했고, 지난 7일 동안 CNN 방송은 346차례, 폭스뉴스는 398차례 사건 경과를 보도했습니다.

워싱턴포스트는 퍼티토를 ″파란 눈과 금발의 모험가″로 묘사하며 사건을 다뤘고, 뉴욕포스트는 1주일 사이 세 차례나 1면에 이 사건을 실었습니다.

그런데 미국 언론이 이 ′금발에 푸른 눈′을 가진 20대 백인 여성의 실종 사망 사건에 관해 무려 한 달 가까이 대서특필을 이어가면서 논란이 일고 있습니다.
<strong style=″font-weight:bold; font-family:initial;″>금발에 푸른 눈이라서?‥′실종 백인 여성 증후군′ 논란</strong>

미국 언론의 이러한 보도 행태가 ′실종 백인 여성 증후군′에서 비롯됐다는 지적이 언론 내부에서 제기된 겁니다.

뉴욕타임스는 현지시간 22일 칼럼을 통해 미국 언론이 퍼티토 사건에 과도한 관심을 보이는 이유를 비판적으로 분석하면서 백인과 유색 인종 실종 사건에서 나타나는 보도 불균형 문제를 진단했습니다.

이 사건의 경위를 밝히고 범인을 잡아야 하는 것과 별개로 젊은 백인 여성이 아닌 유색 인종 여성이 실종됐다면 큰 관심을 두고 보도를 했겠느냐는 지적입니다.

′실종 백인 여성 증후군′은 미국 공영방송 PBS의 흑인 여성 앵커였던 그웬 아이필이 2004년 저널리즘 컨퍼런스 행사에서 백인과 유색 인종 사건에서 나타나는 불균형 보도 현상을 지적하며 만들어낸 용어입니다.

<strong style=″font-weight:bold; font-family:initial;″>언론계 내에서 ′유색 인종에 불균형 보도′ 반성</strong>

최근 7일 동안 퍼티토 사건을 100차례 보도한 MSNBC 방송의 흑인 여성 진행자는 인디언 원주민과 흑인 실종 사건을 다루는 시민단체 관계자들과 대담을 진행하며 ″왜 유색 인종이 실종됐을 때는 이번 사건만큼이나 언론의 관심이 없었는가″라고 의문을 표시했습니다.

뉴욕타임스도 이런 문제의식을 전하면서 실제로 유색 인종 실종 사건은 백인보다 더 높은 비율로 발생하지만, 언론의 관심을 끌지 못했다고 보도했습니다.

퍼티토 시신이 발견된 와이오밍주에선 지난 2011년부터 2020년 사이 인디언 원주민 710명이 실종됐고 이 중 57%가 여성이었지만 퍼티토만큼이나 언론의 주목을 받은 사례는 없었습니다.

전문가들은 미국 언론이 유색 인종 여성에 대해선 종종 위험을 자초하거나 실종 사건에 어느 정도 책임이 있는 것으로 특징짓는 경향이 있다고 지적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