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신정연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총리 취임 후 처음으로 태평양전쟁 A급 전범이 합사된 야스쿠니신사에 공물을 봉납했습니다.
NHK와 교도통신에 따르면 기시다 총리는 야스쿠니신사의 추계 제사가 시작된 오늘 `내각총리대신 기시다 후미오` 명의로 ′마사카키′라는 공물을 봉납했습니다.
마사카키는 신단이나 제단에 바치는 상록수의 일종을 말합니다.
기시다 총리는 오늘부터 이틀간 열리는 추계 제사 기간 신사를 직접 참배하지는 않을 방침이라고 교도통신과 지지통신은 전했습니다.
지지통신은 기시다 총리가 직접 참배하지 않는 것에 대해 ″중국, 한국과의 외교 관계에 부정적인 영향을 피하려는 의도로 보인다″고 해석했습니다.
전임자인 스가 요시히데 전 총리도 재임 중 태평양전쟁 종전일인 8월 15일과 춘계· 추계 제사 때 직접 참배 대신 공물 봉납을 선택했습니다.
하지만 스가 전 총리는 오늘 퇴임 후 처음으로 야스쿠니신사를 직접 참배했다고 교도통신이 보도했습니다.
스가 전 총리는 참배한 뒤 기자들에게 ″전 내각총리대신으로서 왔다″고 말했습니다.
한편 아베 신조 전 총리는 2차 집권 이듬해인 2013년 12월 야스쿠니신사를 직접 참배해 한국과 중국 등 주변국의 강한 반발을 초래한 바 있습니다.
아베 전 총리는 그 후 재임 기간에는 공물만 봉납하다가 퇴임 후에는 태평양전쟁 종전일과 춘계·추계 제사 때 매번 직접 참배하고 있습니다.
도쿄 지요다에 있는 야스쿠니신사는 메이지 유신 이후 일본에서 벌어진 내전과 일제가 일으킨 수많은 전쟁에서 숨진 246만 6천여 명의 영령을 떠받드는 시설입니다.
이 중 90%에 가까운 213만 3천 위는 일제가 `대동아전쟁`이라 부르는 태평양전쟁과 연관돼 있습니다.
일제 패망 후 도쿄 전범재판을 거쳐 교수형에 처한 도조 히데키 전 총리 등 7명과 무기금고형을 선고받고 옥사한 조선 총독 출신 고이소 구니아키 전 총리 등 태평양전쟁을 이끌었던 A급 전범 14명도 1978년 합사 의식을 거쳐 야스쿠니에 봉안됐습니다.
이 때문에 야스쿠니신사는 일본 우익 진영에는 `성소`로 통하지만, 일제 침략으로 고통받았던 한국과 중국 등 주변국 사람들에게는 전범의 영령을 모아놓은 `전쟁 신사`로 각인돼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