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22-06-28 15:53 수정 | 2022-06-29 10:10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오늘 한국경영자총협회를 만난 자리에서 ″물가 상승세를 심화시킬 수 있는 과도한 임금 인상을 자제해달라″고 요청했습니다. 추 부총리는 ″대기업 중심으로 높은 임금 인상 경향이 나타나고 있는데 이는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임금 격차를 더욱 확대해 결국 사회적 갈등을 증폭시킬 우려가 있다″고도 지적했습니다.
<strong style=″font-weight:bold; font-family:initial;″>■ 왜 임금 올리면 안되나?…″임금 올리면 물가 연쇄 상승″</strong>
추경호 부총리의 논지는 이렇습니다.
1. 지금 경제 상황이 굉장히 안 좋다. 특히 물가가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다.
2. 임금을 올리기 시작하면 물가가 연쇄 상승할 수 있다
3. 기업이 원가 절감노력을 해서 가격 상승 요인을 최대한 자체 흡수해주기를 당부한다.
임금을 안 올리면 왜 물가 상승 요인을 흡수할 수 있다는 것일까? 부총리의 말을 풀어보겠습니다.
기업이 물품을 생산할 때 드는 비용에는 [전기·가스 등 공장을 돌릴 때 드는 비용, 원자재 가격 이외에도 근로자의 임금]이 포함돼 있습니다. 근로자의 임금을 동결하면 결국 물품의 최종 가격 결정 요인 중 일부를 흡수할 수 있게 된다는 계산이 나올 수 있습니다.
추 부총리는 ″물가 상승 분위기에 편승해 경쟁적으로 가격·임금을 올리기 시작하면 물가·임금의 연쇄 상승이라는 악순환을 초래해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설명했습니다.
<strong style=″font-weight:bold; font-family:initial;″>■ 임금 안 올리면 물가 잡히나?…″월급쟁이가 봉인가?″</strong>
부총리의 임금 인상 자제 요청은 사실 이례적입니다. 추 부총리도 조심스러웠는지 ″임금은 기본적으로 노사 간 자율적으로 결정할 부분″이라는 단서를 달면서도 ″다만 최근 우리 경제의 어려움을 감안해 경영계에서는 과도한 임금 인상을 자제해달라″고 요청했습니다.
임금 인상을 자제해 달라...사측 입장에는 정부의 요청을 마다할 이유가 없겠습니다만 임금 노동자 입장에서는 어떻게 될까요?
이미 기름값은 하루가 멀다 하고 뛰어오르고, 당장 다음 달부터 전기요금과 가스요금도 다 오르는데 내 임금만 동결한다?
고등학교 경제 시간에서 배운 상식만으로 생각해 봐도 물가가 다 오르는데, 내 월급만 ′제자리′에 있으면 실질소득이 하락하게 됩니다. 인플레이션 상황에서는 구매력이 하락한다, 결국 희생을 임금 노동자에게 전가하게 되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올 수 있게 됩니다.
<strong style=″font-weight:bold; font-family:initial;″>■ 양대 노총 ″월급 빼고 다 올라…최저임금 인상해야″</strong>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과 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국노총)은 오늘 오후 정부세종청사 앞에서 결의대회를 열고 ″최저임금 대폭 인상″을 요구했습니다.
양경수 민노총 위원장은 ″기름값을 비롯한 물가는 폭등하고 금리도 가파르게 올라 노동자·민중의 삶은 더는 견디기 어려운 지경에 이르고 있다″며 ″월급 빼고 다 올랐다는 말은 푸념이 아니라 현실″이라고 말했습니다.
<strong style=″font-weight:bold; font-family:initial;″>■ 시험대에 오른 윤석열 정부 경제문제 해결 능력</strong>
경제적 해법을 찾기가 쉽지는 않을 겁니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경제를 총괄하는 부총리가 이렇게 말해버리면 민심은 정부의 노력에 동조해 주기가 어려워집니다.
물가상승을 억제하고 싶은 정부의 심정은 알겠지만, 다른 물가는 다 오르는데 왜 임금만 억제하라는 걸까요? 어제 전기요금, 가스요금을 올린 건 다른 누구도 아닌 정부 자신이었는데 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