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22-04-23 07:39 수정 | 2022-04-23 09:01
최근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북한TV의 간판 아나운서에게 신축 호화 아파트를 무상 지급했다고 해서 눈길을 끌었죠. 평양 한복판에 있는 해당 아파트는 복층 구조에 실내엔 벽걸이 에어컨까지 설치돼 있다는 데요. ‘김정은의 입’으로 불리는 체제 선전의 일등공신에게 크게 포상을 한 셈입니다. 그럼 평양의 고급 아파트는 가격이 얼마나 할까요?
<b style=″font-family:none;″><입사증과 집데꼬></b>
북한은 공식적으로는 주택을 사고팔 수 없지만 암묵적으로 매매 거래가 이뤄진 지는 꽤 됐습니다. 북한 전문가들은 북한이 1990년대 대기근 수준의 경제난 이후 무상 공급 체계가 붕괴되면서 장마당 즉 시장이 생기기 시작했고 이후 부동산 시장도 형성된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북한에서 주택 거래는 ‘입사증’을 사고파는 형태로 이뤄지는데요. 입사증은 집을 사용할 수 있는 권리 문서입니다. 집을 중개하는 업자를 ‘집데꼬’라고 부릅니다.
<b style=″font-family:none;″><‘억’ 소리 나는 평양 아파트></b>
북한에서 주택 거래가 활발한 곳은 평양, 그리고 신의주를 비롯한 북한-중국 접경지역의 큰 도시들입니다. 평양에선 주로 미국 달러로, 접경지역에선 중국 위안화로 거래가 이뤄집니다. 산업은행 KDB미래전략연구소 한반도신경제센터의 자료 ‘최근 북한 주택시장 동향과 전망’(2019. 8. 26)에 따르면, 2018년 기준 평양의 고급 아파트 가격은 25만 달러가 넘습니다. 우리 돈으로 3억 원 정도 한다는 얘기죠. 같은 시기 평양 다음으로 집값이 비싼 북중 접경 도시 신의주의 아파트는 4만 달러 정도입니다. 북한 부동산 전문가인 정은이 통일연구원 연구위원은 MBC ‘통일전망대’(2020. 10.10)에 출연해 “평양의 새 아파트는 선호도가 높기 때문에 평균 15만 달러에서 20만 달러, 30만 달러까지도 간다”고 전했습니다. 지하철과 시장 등 인프라와 편의시설이 상대적으로 잘 갖춰져 있는 평양의 아파트가 얼마나 비싸게 거래되는지 알 수 있습니다. 식량난에 허덕이는 북한의 주민들은 평생 구경도 할 수 없는 금액이죠. 평양의 특권층, 빈부 격차를 한눈에 보여 주는 대목이기도 합니다.
<b style=″font-family:none;″><북한 아파트 가격 폭등></b>
북한의 부동산 시장은 2000년대 이후 급성장했습니다. 아파트 가격은 폭등했습니다. KDB미래전략연구소 한반도신경제센터의 자료를 보면, 평양의 2008년 아파트 가격은 5만 달러 정도였는데, 2018년과 비교해 보면 10년 새 5배 급등했습니다. 정은이 연구위원은 “2010년 북한에서 최고가 주택이 10만 달러 정도였는데, 2016년~2017년 쯤 35만 달러 정도하는 집들이 등장했다.”고 말했습니다. 이 정도면 북한에 부동산 광풍이 불었던 거죠.
북한에서 아파트 건설은 국가, 특권기관, 돈주 이렇게 3개 주체가 하고 있는데, 특권기관이 돈주의 자본을 끌어들여 아파트를 건설하는 경우가 증가하고 있습니다. 돈주는 북한의 장마당이나 북중 무역을 통해 큰돈을 번 신흥 자본가를 말합니다. 사업권을 거머쥔 특권기관과 건축비용을 투자한 돈주는 완공된 아파트를 나눠 갖는데, 일부는 특권기관이 갖고 나머지는 돈주가 개인에게 분양해서 막대한 이윤을 챙깁니다. 북한판 정경유착인 셈이죠.
<b style=″font-family:none;″><대북제재, 코로나 팬데믹 그리고 북한 부동산 급락></b>
천정부지로 치솟던 북한 대도시의 집값은 2019년 이후 확연한 하락세로 돌아섰습니다. 유엔의 대북제재 효과가 나타나면서 무역이 위축되고 경기가 둔화된 영향이 큽니다. 여기에 2020년 초 코로나 팬데믹에 따른 방역 조치로 북한이 북중 접경을 봉쇄하면서 주택 가격은 더 떨어지고 있습니다. 북한 전문 매체인 데일리NK는 지난 11일, 접경 도시인 양강도 혜산시에서 생활난에 주택을 내놓는 주민들이 증가하면서 아파트 가격이 급락세를 보이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중국 돈 12만 위안(약 2,300만 원)인 아파트를 절반인 6만 위안에 거래한 사례도 소개했습니다.
북한은 지난해 초 노동당 대회에서 ‘경제개발 5개년 계획’(2021~2025)을 발표했는데, 주요 내용은 5년 동안 평양에 해마다 1만 세대씩 총 5만 호를 건설하겠다는 겁니다. 북한 매체들은 지난 11일, 그 중 1차분인 1만 호를 완공했다고 전했습니다. 평양에서 다시 대규모 부동산 개발에 시동이 걸리면서 돈주들이 투자처를 물색하고 있다는 소식도 들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