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22-05-03 14:05 수정 | 2022-05-04 06:16
<b style=″font-family:none;″>′사퇴 종용′ 의혹 ″이재명 조사할 필요 없다″던 검찰</b>
지난 2월 3일, 서울중앙지검은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를 무혐의 처분했습니다. 이 후보는 2015년 2월 6일 황무성 성남도시개발공사 사장 사퇴를 종용했다는 혐의를 받았었습니다.
그런데, 당시 검찰이 이 후보를 대면조사는 물론 서면조사조차 하지 않았습니다. ′봐주기 수사′ 아니냐는 논란이 일었습니다. 검찰은 ″관계인 진술 등에 비춰 이 후보의 지시, 공모 혐의를 인정할 증거가 발견되지 않은 상황에서 이 후보에 대한 조사를 진행하기 어려웠다”고 말했습니다. 한 마디로 조사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다는 겁니다.
당시 사건 내용을 좀 더 살펴보겠습니다. 지난 2015년 2월 6일, 유한기 성남도시개발공사(도개공) 개발사업본부장은 황무성 도개공 사장을 찾아가서 사표를 내라고 합니다. ″왜 나가냐″는 항변에 ″시장님의 뜻″이라고 일곱 차례 언급했습니다. 이 대화는 모두 녹음돼 지난해 10월 세상에 알려졌습니다.
경기도 성남시 대장동 개발 사업이 본격화할 무렵 어떤 세력이 황 사장을 몰아냈다는 겁니다. 그런데 직급상 아랫사람이 사장에게 나가라고 하는 상황도 이상합니다. 게다가 대화에선 ′시장님′이 7차례 등장하니, 이재명 후보가 사퇴를 종용했다는 의혹이 불거진 겁니다.
하지만, 검찰은 이 후보의 최측근인 정진상 전 성남시 비서실장, 그리고 유한기 전 본부장과 유동규 전 도개공 기획본부장 등을 조사했습니다. 그 결과 이 후보를 직접 불러 조사할 만큼의 증거가 나오지 않았다는 얘기입니다.
시간도 쫓겼습니다. 직권남용 혐의의 공소시효는 7년, 2022년 2월 6일이 만료일이었습니다. 이 사건을 고발한 시민단체가 재정신청을 하면서 형사소송법 규정에 따라 사건 처리 기한이 열흘 정도 늘긴 했습니다만 어쨌든 물리적으로 시간이 부족했던 게 사실입니다.
사건의 공소시효가 지나도록 결론을 못 내렸다면 검사로선 치욕스러운 일일 겁니다. 물론 검사는 피의자가 혐의가 없다는 게 명백하면 조사 없이 사건을 종결할 수 있습니다. 공교롭게 공소시효 만료를 코 앞에 두고 검찰은 이재명 후보를 조사할 필요가 없었다고 발표한 겁니다.
<b style=″font-family:none;″>″조사할 필요 없다″면서‥ 집까지 찾아가 출석 통보?</b>
그런데 이 말은 사실이 아니었던 것 같습니다. 검찰이 이 후보에게 여러 차례 출석 통보를 한 사실이 확인된 겁니다. 겉으론 조사할 필요가 없다고 했는데 사실 필요가 있었던 모양입니다.
작년 10월 국민의힘과 시민단체가 이 사건을 고발했습니다. 검찰은 그 후 올해 1월, 검찰은 이 후보 측에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 받으러 오라고 통보를 하기로 했습니다. 그런데 이 후보 측은 이른바 대장동 의혹과 관련해 변호사를 선임하지 않았던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보통 검찰은 소환장을 변호사에게 전달하는데, 전달할 사람이 없었던 겁니다.
그래서 이 후보의 집을 찾아갔지만, 집은 비어있었습니다. 검찰은 민주당 대선 캠프 법률지원단장이던 양부남 전 고검장에게 전화를 걸었습니다. ″이 후보에게 출석을 통보했으니 전해달라″고 합니다. 공소시효가 임박해 임기응변으로 이 후보 변호인이 아닌 양 전 고검장에게 전화를 건 겁니다.
양 전 고검장은 MBC에 ″이런 예민한 사안에 대해선 내가 이 후보에게 직접 말하는 것보다 측근을 통해 전달하는 게 좋겠다고 생각해 그렇게 했다″고 말했습니다. 다만 이 후보로부터 대답이 돌아왔는지 등에 대해선 답을 피했습니다.
이 후보는 검찰에 답하지 않았고, 검찰은 그대로 불기소 처분을 내렸습니다. 대면 조사가 어려웠으면 서면조사라도 했을 법한데, 검찰은 어떤 형태로든 조사 없이 이 후보를 불기소했습니다.
이 후보를 조사할 필요가 없었다던 검찰… 검찰 말대로 이 후보의 혐의가 없는 게 명백했다면, 무혐의 처분 직전까지 여러 번 출석 통보한 일은 분명 이상해 보입니다.
<b style=″font-family:none;″>대선 앞두고 나란히…윤석열 부인 김건희씨도 출석 통보</b>
대통령 선거 당시 다른 후보의 부인도 검찰 수사를 받고 있었습니다. 바로 윤석열 국민의힘 당시 후보의 부인 김건희 여사였습니다. 검찰은 비슷한 시점 김 여사에게도 출석 통보했습니다.
검찰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에 동원된 김 여사 명의의 계좌 6개를 발견했습니다. 이 계좌들이 모두 284차례, 미리 짜고서 사고 파는 ′통정매매′ 등 주가조작 의심 거래에 이용됐습니다.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수사팀은 그러나 대선 전 김 여사에 대해 ″현재 수사내용으로는 기소하기 어렵다″고 지휘부에 얘기했습니다. 김 여사가 자신의 계좌가 주가조작에 쓰이는 걸 알고 있었는지 여부 등이 명확하지 않다는 겁니다. 반면, 검찰 지휘부 일부는 ″기소할 수 있다″는 다른 의견을 냈습니다. 다만, 수사팀도, 지휘부도 김 여사에 대한 대면조사가 반드시 필요하다는 입장은 일치했다고 합니다. 그래서 김 여사에게도 출석해달라고 통보한 겁니다.
앞서 검찰은 김 여사에 대해 서면조사를 진행하습니다. 김 여사의 기획사 코바나컨텐츠의 전시회에서 받은 대기업 협찬금이 뇌물은 아닌지 의혹에 대해 물었습니다. 서면 조사 결과 코바나 콘텐츠 전시회 중 시기가 오래된 전시들, 즉 공소시효가 임박한 전시회는 무혐의 처분했습니다.
이 서면조사에서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에 가담했는지 의혹에 대해서도 일부 확인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그리고 공소시효가 아직 남은 도이치모터스 의혹은 김 여사에 대한 조사가 더 필요하다고 보고 소환조사 하기로 한 겁니다.
하지만 김 여사는 대면조사에는 응하지 않았습니다. 결국 도이치모터스 사건은 지금까지 처분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b style=″font-family:none;″>′출석불응′ 수사가 미뤄진 사이, 세상이 바뀌었다</b>
세상이 바뀌었습니다. 윤석열 후보는 대통령 당선인이 됐습니다. 취임은 다음주로 다가왔습니다.
검찰은 대통령 선거를 앞둔 예민한 시점, 이재명 후보, 또 윤석열 후보의 부인 김건희씨, 모두를 불러 조사하려고 시도했습니다. 법과 원칙에 따라 절차대로 조사하려 했다는 점은 평가할 일입니다. 만약 조사가 이뤄졌다면, 또 그 결과에 따라 기소 등 조치가 이뤄졌다면 정치권에선 공방과 논란이 거셌을 수도 있지만, 이뤄지지 않은 일은 논외로 하겠습니다.
그 다음 과정은 석연치 않습니다. 답이 없던 이재명 후보에 대해선 최종 불기소 처분을 했습니다. 서면조사라도 할 수 있었을 텐데 하지 않았습니다. 실제 출석통보까지 해놓고도 ′조사할 필요를 못 느꼈다′고 발표했던 것도 이상합니다. 더구나 이재명 후보가 대장동 개발사업에 직접 개입했는지, 큰 줄기의 의혹 수사는 여전히 검찰에 남아있습니다.
김건희 여사 사건도 검찰에겐 부담으로 남았습니다. 출석에 응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하염없이 수사를 미뤘습니다. 선거 결과 윤석열 후보가 당선되면서 사건 처분은 더 어려워졌습니다. 정권 교체기 검찰이 예비 영부인 혹은 영부인을 제대로 수사할 수 있을지 의구심이 갈 수밖에 없습니다.
검찰 입장에선 억울할 수도 있습니다. 대선을 앞두고 양쪽 진영 두 사람 모두 조사해서 사건을 처리하려 했다는 겁니다. 두 사람이 응하지 않으면서 검찰이 난처해진 것 뿐일 수도 있습니다.
<b style=″font-family:none;″>″수사는 공정해야 하는 동시에 공정하게 보여야 한다″</b>
사건의 일거수일투족을 담당 검사만큼 알지 못하는 기자가 수사 과정에 대해 말하는 건 조심스러운 일이기도 합니다. 다만 법조계에서 자주 회자되는 말 중 하나가 ″수사는 공정해야 하지만 동시에 공정해 보여야 한다″는 겁니다. 아무리 검찰이 공정한 수사를 한다 해도 국민이 보기에 신뢰할 수 없다면 좋은 수사가 아니라는 뜻일 겁니다.
아쉬움이 남는 건 사실입니다. 이재명 후보를 출석 통보까지 했었다면 무혐의 처분을 하기 전에 서면조사라도 하는 게 국민들이 보기에 공정해 보였을 겁니다. 마찬가지로 김건희 여사에게도 출석 통보를 했었다면 사건 처리를 계속 미루고만 있을 일이 아닙니다. 남편이 대통령이 된 상황,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사건 처리는 더 어려워지고, 과연 처리가 공정한지 국민들 시선도 집중될 수 밖에 없습니다.
더불어민주당은 검찰의 공정성을 지적하면서 이른바 ‘검수완박’을 추진했고 완료를 눈 앞에 두고 있습니다. 법안 통과에 따라 오는 9월, 검찰의 직접 수사대상이 축소됩니다. 검찰이 진행하고 있는 대형 사건들은 한번 변곡점을 맞을 수 밖에 없습니다. 넉 달이 남았습니다.
앞으로 검찰은 이 후보가 대장동 개발에 직접 개입해 특혜를 줬는지, 또 김 여사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에 가담했는지, 결론을 내야 합니다. 남은 몇 개월, 검찰이 공정하면서도 또한 국민들에게 공정해 보이는 수사 마무리를 할 수 있을지 지켜봐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