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조희형

[World Now] 현대판 '황제와 차르'의 만남‥우즈베키스탄에서 생길 일

입력 | 2022-09-11 07:59   수정 | 2022-09-11 16:38
<strong style=″font-weight:bold; font-family:initial;″>현대판 ′황제와 차르′의 만남‥″그동안 많은 일이 있었지″ </strong>
중국 시진핑 국가주석과 러시아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오는 15일~16일 우즈베키스탄 사마르칸트에서 열리는 상하이협력기구(SCO) 정상회의에서 만납니다. 안드레이 데니소프 주중 러시아 대사는 지난 7일 언론 기자회견에서 두 정상이 별도의 양자회담을 할 예정이라고 밝혔습니다. 두 정상이 지난 2월, 베이징 겨울올림픽에서 대면한 지 8개월 만입니다. 푸틴 대통령으로선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처음으로 만나는 자리이고, 시 주석으로선 코로나 이후 2년 8개월 만에 첫 해외 순방입니다. 시 주석은 다음달인 10월, 20차 당대회에서 3연임을 앞두고 있습니다. 현대판 황제와 차르의 만남에 관심이 쏠리는 이유입니다.

SCO는 2001년 중국과 러시아의 주도로 출범해 카자흐스탄, 키르기스스탄, 타지키스탄, 우즈베키스탄, 인도, 파키스탄 등 8개국을 회원국으로 하는 정치, 경제, 안보 협의체입니다. 이번 SCO 정상회의에는 8개국 전원이 참석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데니소프 대사는 ″구체적인 안건에 대한 진지하고 온전한 회담을 계획하고 있다″면서 ″중국 측 파트너와 안건을 다듬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strong style=″font-weight:bold; font-family:initial;″>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더 가까워진 둘‥경제·국방 협력 심화 </strong>
중러 양국은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부쩍 가까워졌습니다. 중국 관영매체 글로벌타임스는 8일 올해 중국의 1월~8월 대러 무역액이 전년 동기 대비 31.4%증가해 1천172억 달러(한화 161조원)를 기록했다고 보도했습니다. 러시아에 대한 서방 제재로 글로벌 기업들이 떠난 러시아 시장은 ′메이드 인 차이나′가 빠르게 대체하고 있습니다. 블룸버그통신은 한국산 스마트폰과 TV는 중국의 샤오미가 대체했고, 지난 분기 차량 수입의 80%는 중국산이었다고 합니다.
지난 5일부터 시작된 러시아의 동방경제포럼(EEF)에 중국은 205명의 대표단을 파견해 최대 규모를 기록했습니다. 이 포럼은 러시아가 극동 지역 투자 유치와 국제 협력을 위해 매년 9월 블라디보스토크에서 개최합니다. 이 포럼에는 중국 공산당 서열 3위인 리잔수 전국인민대표대회 상무위원장이 직접 참석했습니다. 글로벌타임스는 양국이 79건의 거래를 논의하고 있고, 이 규모는 총 1천600억달러(한화 221조원)에 달한다고 덧붙였습니다.
경제 뿐일까요. 지난 1일부터 7일까지 진행된 러시아 주도의 다국적 군사훈련인 ′보스토크(동방) 2022′ 훈련에는 중국은 사상 처음으로 육·해·공 3군을 모두 파견했습니다. 푸틴 대통령도 훈련을 직접 참관했습니다. 중국 국방부는 8일 훈련 폐막식에서 ″전투 우의를 다지고, 상호 신뢰 협력을 높였다″고 평가했습니다. 중국과 러시아는 경제와 국방에서 긴밀하게 협력하고 있는 모양새입니다.

<strong style=″font-weight:bold; font-family:initial;″>미국이 싫어서 ′탈달러′‥서방 제재 무력화될까 </strong>
양국이 이렇게까지 친해진 이유는 미국이라는 ′공동의 적′이 있기 때문입니다. EEF의 올해 주제도 ′다극화 세계로 가는 길′이었습니다. 미국이라는 하나의 패권을 인정할 수 없다는 의미입니다. 푸틴은 이 포럼에서 ″미국과 동맹국들은 자신들에게만 이익이 되는 세계 질서를 만들었고 모두를 따르게 했다″며 ″그러면서도 그들은 자신이 만든 질서를 상황에 따라 어기거나 바꿨다″고 맹비난했습니다.
둘은 우선 달러에서 벗어나고 싶어합니다. 달러에서 벗어나지 못하면 결국 미국의 제재와 통화 정책에서 자유로울 수 없기 때문입니다. 지난 6일 러시아 국영 가스회사 가스프롬은 중국에 공급하는 천연가스를 달러 루블과 위안화로 대체해 지급하기로 했다고 발표했습니다. 앞서 러시아는 지난 베이징 겨울올림픽을 계기로 중국에 연간 100억㎥의 천연가스를 30년간 공급하기로 했습니다. G7이 우크라이나 전쟁의 책임을 물어 앞으로 러시아산 원유와 석유제품 가격에 상한제를 걸겠다고 합의한 가운데, 러시아산 천연가스의 루블·위안화 결제가 앞으로 러시아에 가해질 서방 제재를 무력화시킬 수 있을지 주목됩니다.

<strong style=″font-weight:bold; font-family:initial;″>한반도 둘러싸고 북중러 친해지면? </strong>
문제는 중러 동맹이 북한까지 확장되고 있다는 점입니다. 러시아는 유가상한제에 참여 의사를 밝힌 한국에 대해 ″심각한 부정적 결과로 이어질 것″이라고 경고했습니다. 러시아 외무부 게오르기 지노비예프 국장은 7일 스푸트니크통신에 이같이 밝히고 ″북한에 원유, 석유 공급을 재개할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습니다. 한반도를 둘러싼 북, 중, 러가 가까워지면 질수록 불안한 마음이 드는 게 사실입니다. 3연임, 대관식을 앞둔 중국의 시진핑 주석, 전쟁을 일으킨 러시아의 푸틴 대통령, 이 둘은 다음주 우즈베키스탄에서 만나 무슨 얘기를 나눌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