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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헤르손 쓰레기매립장에서 자국군 시신 소각"

입력 | 2022-11-22 15:16   수정 | 2022-11-22 15:17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 남부 도시 헤르손을 점령했을 때 쓰레기매립장에서 자국군 시신을 몰래 소각했다는 주장이 현지 주민들로부터 제기됐다고 영국 일간 가디언이 보도했습니다.

이 도시의 북서부 변두리에 있는 쓰레기매립장은 평상시 주민들이 쓰레기를 버리는 일상적 장소였지만 러시아군은 우크라이나군의 탈환 공세가 시작된 지난 여름부터 이 지역의 주민 출입을 금지했습니다.

러시아군이 쓰레기매립장에 대해 출입금지령을 내린 것은 숨진 러시아 군인들의 시신을 이곳에 버린 뒤 불태우기 위해서였다고 가디언은 주변 주민과 여기서 일한 근로자들을 인용해 전했습니다.

러시아군은 트럭에 검은 자루를 실어 이 쓰레기매립장에 반입한 뒤 불을 붙였고 그러자 연기구름이 공중에 가득 차면서 시신이 타는 끔찍한 악취가 나곤 했다고 주민들은 털어놨습니다.

평소에 트럭을 쓰레기매립장으로 몰고 가서 쓰레기를 버리곤 했다는 한 부부는 어느 날 러시아군이 입구에 검문소를 설치해 통행을 막았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면서 아내는 ″어느 날 러시아군이 ′용무′를 보고 있을 때 우리가 도착하는 바람에 남편이 몽둥이로 얼굴을 세게 얻어맞았다″고 설명했습니다.

헤르손 주민 이리나 씨도 ″우크라이나군이 러시아군을 포격했을 때마다 러시아군이 시신을 쓰레기장에 옮겨서 불태웠다″고 말했습니다.

이 쓰레기매립장의 썩은 진흙탕 여기저기에서 러시아 국기, 러시아 군복과 철모 등이 나왔다는 게 주민들의 설명입니다.

익명을 요구한 헤르손의 쓰레기수거업자는 러시아군이 ″카마즈 트럭에 온갖 쓰레기와 시신을 가득 쓸어담았다가 쓰레기 매립장에 내려놓고 갔다″며 ″시신을 버리고 나서는 그 위에 쓰레기를 버렸고, 그걸로 끝″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는 시신들이 군인이었는지 민간이었는지는 보지 못했다며 우크라이나 속담을 인용해 ″적게 알수록 잠을 더 푹 잘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가디언은 기자가 쓰레기매립장 현장에 직접 가 봤지만 이런 주민들의 목격담을 별도로 확인할 방법은 없었다고 전했습니다.

또 우크라이나 당국 역시 이런 주장을 조사 중인지 여부를 언급할 수 없다고 말했다고 덧붙였습니다.

러시아군이 시신 소각에 이용한 것으로 추정되는 곳은 쓰레기매립장에서도 가장 외딴곳에 있으며 보안을 이유로 여전히 출입이 금지된 상태라고 가디언은 설명했습니다 해당 장소에 러시아군이 지뢰를 묻어 놓았거나 폭발물을 남겨 놓았을 수도 있다고 쓰레기매립장에서 일하는 트럭 운전자는 귀띔했습니다.

우크라이나군은 6월 말부터 헤르손을 점령한 러시아군을 상대로 맹렬한 포격을 개시했고 이달 들어 러시아군이 철수한 뒤 우크라이나군이 도시를 탈환했습니다.

우크라이나 보안당국은 러시아군이 전사자 수천 명의 시신을 소각한 뒤 ′행방불명자′로 처리한 것으로 의심하고 있습니다.

실제로 지난 봄과 여름에 러시아 군인들의 전화통화를 감청한 내용에서도 이런 정황이 포착됐다고 가디언은 전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