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이세옥

민주당 전당대회 돈봉투 의혹‥2012년이 소환되는 까닭은?

입력 | 2023-04-22 14:51   수정 | 2023-04-22 16:05
민주당이 2년 전 전당대회 ′돈 봉투′ 사건으로 위기에 몰렸습니다. 당시 송영길 캠프에서 지지를 부탁하며 현역 의원과 지역본부장, 상황실장 등에게 돈 봉투를 돌렸다는 게 의혹의 핵심입니다.

언론에서는 2012년 1월 한나라당의 ′돈 봉투′ 사건을 소환합니다. 당시 고승덕 의원은 2008년 전당대회 당시 박희태 국회의장 쪽 인사로부터 3백만 원을 건네서 받았다가 돌려줬다고 폭로했습니다. 현역 의원에게 지지 요청과 함께 건넨 봉투, 액수도 3백만 원으로 이번과 같습니다. 총선을 석 달여 앞둔 시점에 나온 폭로였기에 한나라당은 쑥대밭이 됐습니다. 박희태 의장은 일단 모르쇠로 일관했고 검찰 수사로 이어졌습니다. 하지만 수사 결과는 고승덕 의원이 폭로한 데서 한 발짝도 나가지 못했습니다. 박희태 의장과 돈을 건네는 데 관여한 인사 2명을 기소했을 뿐이었습니다. 고 의원 외에 추가로 제의를 받거나 돈을 실제 받은 의원들이 더 있었는지 밝혀내지 못한 것입니다.
당시 돈 봉투 파문은 한나라당에만 그치지 않았습니다. 때마침 전당대회를 치르고 있던 민주당으로 불똥이 튀었습니다. 발단은 인터넷 언론의 단독기사였습니다. 오마이뉴스는 2012년 1월 9일 당시 민주통합당 1.15 전당대회에 출마한 A 후보가 영남권 지역위원장들을 상대로 돈 봉투를 돌렸다는 증언을 확보해 보도했습니다. ″2011년 12월 임시 전국 대의원 대회 때 A 후보 측이 50만 원이 든 돈 봉투를 돌렸지만 거절했다, 지역책임자 경우 500만 원 이상 주는 것으로 안다″고 구체적으로 보도했습니다. 한나라당을 매섭게 비판했던 민주당은 발칵 뒤집혔습니다. 당일 긴급최고위를 열고 자체진상조사단 꾸리기로 했습니다. 전당대회에 출마한 일부 후보들은 ′수사 의뢰′를 촉구하고 나섰고, 선거 막판 쟁점화되는 듯했습니다. 하지만 곧 ′적전분열은 안 된다′는 당내여론이 대세가 됐습니다. 당 지도부는 ″조사과정에서 구체적인 증거나 실명이 확인되면 수사 의뢰할 것″이라고 공언했지만, 이후 자체 진상조사는 흐지부지되고 말았습니다. 결국, 시민단체 고발로 검찰이 수사에 착수했지만, 그것도 성과 없이 끝났습니다.
그러나 이번에는 상황이 다릅니다. 돈을 주고받은 당 관계자들의 음성이 언론에 낱낱이 공개됐습니다. 증인과 증거는 검찰의 수중에 있습니다. 사법처리의 규모와 그 파장을 가늠하기 어려울 수준입니다. 송갑석 최고위원의 말대로 당의 도덕성과 정체성이 뿌리째 흔들릴 상황입니다. 송영길 전 대표의 결자해지나 검찰 수사만 넋 잃고 바라볼 상황이 아닌 겁니다. 스스로 진상을 밝히며 구태와의 단절 의지를 내보이지 못한다면 1년 앞으로 다가온 총선의 결과는 볼보 듯 뻔합니다.

민주당을 향해 ′쩐당대회′라며 파상공세를 퍼붓고 있는 국민의힘도 이렇게 반사이익만 챙길 때 인지 되돌아봐야 합니다. 지난 2012년 돈 봉투 사건 때 고승덕 의원은 ″쇼핑백 크기의 가방에 돈 봉투가 가득 들어 있었다″고 증언했습니다. 돈 봉투를 받은 사람이 한 두 사람이 아닌 게 뻔한 데도 당 내부의 고해는 전혀 없었습니다. 오히려 관행이었다는 말이 이때도 나왔습니다. 또 폭로한 고 의원에 대해 ′왜 돈을 받았을 때 폭로하지 않았느냐′며 당에 부정적 이미지만 덧씌웠다고 비난이 나왔습니다. 정치 혐오만 키우고 ′돈 봉투 정치′를 끊어내는 계기로 삼지 못한 책임이 없지 않습니다.
검찰의 책임은 더 무겁습니다. 2012년 검찰수사는 ′총체적 부실′이라는 오명을 얻었습니다. 당시 여당이었던 한나라당 수사에서는 자금의 출처는 물론 추가로 받은 이들이 더 있는지에 대해서 제대로 밝혀내지 못했습니다. 오히려 핵심 피의자에 대한 굼뜬 압수수색으로 비판을 자초했습니다. 수사결과 돈을 돌린 이는 구속하고, 박희태 의장 등 윗선은 불구속 기소해 심부름꾼에게만 철퇴를 가했다, 깃털만 건드렸다는 비판도 받았습니다.

또 민주당에서 불거진 의혹에 대해서는 ′전광석화′ 같은 압수수색에 나서 ,′여야 균형을 고려한 정치 수사′를 벌이고 있다는 의심을 사기도 했습니다. 결정적으로 검찰이 돈 봉투를 돌린 것으로 지목해 소환조사까지 했던 야당 정치인이 실제로는 출판기념회 초청장을 돌린 것으로 드러나 망신을 당하기까지 했습니다. 지금 검찰은 ′일말의 정치적 고려도 있을 수 없다′고 밝히고 있습니다. 언론 보도에 나온 녹취도 검찰이 제공한 것이 아니라고 부인하며 신속, 공정하게 수사하겠다고도 했습니다. 이런 검찰의 다짐이 지켜질 지도 지켜봐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