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23-09-02 11:41 수정 | 2023-09-02 12:28
<뉴스데스크>는 최근 고립은둔 청년의 실태와 대책에 대해 ′집중취재M′ 코너를 통해 사흘간 심층 보도했습니다.
▶[집중취재M] ″15년째 집에만‥″ 스스로 숨어든 고립·은둔 청년 54만 명
<a href=″https://imnews.imbc.com/replay/2023/nwdesk/article/6519395_36199.html″ target=″_blank″><b>https://imnews.imbc.com/replay/2023/nwdesk/article/6519395_36199.html</b></a>
▶[집중취재M] 이들은 왜 은둔에 들어갔나?‥″배신당하고 버려진 느낌″
<a href=″https://imnews.imbc.com/replay/2023/nwdesk/article/6519803_36199.html″ target=″_blank″><b>https://imnews.imbc.com/replay/2023/nwdesk/article/6519803_36199.html</b></a>
남은 궁금증들을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의 윤정숙 범죄분석·조사연구실장(범죄심리학자/총괄이상심리, 성범죄, 사이코패스 분야 담당)에게 직접 물어봤습니다. 일부 전문가들이 지적하는 것처럼, 고립은둔 생활을 오래 하다 보면, 정말 범죄를 저지를 가능성이 높아지는 건가요?
<strong style=″font-weight:bold; font-family:initial;″>Q. ′은둔형 외톨이′ 혹은 고립은둔 청년들이 실제로 범죄를 저지를 확률이 얼마나 되는지…혹시 관련된 범죄학 연구나 통계가 있나요?</strong>
A. 아니요. 그런 연구는 없습니다. ′은둔형 외톨이′란 용어 자체가 범죄학 쪽에서 사용되는 용어가 아니고요. 범죄학에서는 그동안 범죄자들 혹은 비행 청소년들의 가정 내 문제와 관련해서, 이들의 ′역기능적인 사회적 유대 관계′를 주로 연구해 왔죠.
<strong style=″font-weight:bold; font-family:initial;″>Q. ′역기능적′ 유대 관계…어려운데요. 무슨 의미일까요?</strong>
A. 예를 들면, 아동학대가 발생하는 가정, 또는 가정폭력에 직간접적으로 노출된 아이, 이런 식으로 가정이 본래의 기능을 하지 못하고 역으로 훼손된 형태를 얘기하는 거죠. 이런 부분에 대한 문제를 진단하는 범죄학적 연구는 많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지금처럼 가족관계 내에서 다른 구성원과의 상호작용이 희박하고, 또 사회적으로 고립된 그런 가정에 대한 연구는 상대적으로 좀 부족했던 것 같아요.
<strong style=″font-weight:bold; font-family:initial;″>Q. 아, 그러니까 어떤 학대나 폭력 같은, 눈에 보이는 심각한 행동이 없고 그냥 조용히 집 안에만 고립돼 있다면 지금까지는 사회적 문제라고 인식하기 어려웠던 거군요.</strong>
A. 네. 앞으로는 저희 범죄 연구자들도 범죄자들의 생활 환경이나 가정 환경, 이런 것들이 범죄에 어떻게 영향을 미쳤는지 조사를 할 때 ′가족 내에서 이 사람이 고립감을 느끼는 부분이 범죄와 연관이 있는지′ 이런 것들도 좀더 관심을 가지고 연구를 해야 되지 않을까 생각을 하고요. 정부가 고립 청년들에 대한 실태조사를 할 때에도 청년들이 가족들과 단절돼 있다고 느꼈을 때 혹시 그런 단절감이 어떤 원망과 좌절감을 더 악화시키지 않는지, 그런 이유로 타인에게 공격성을 분출하고 싶었던 적은 없는지, 이런 문항들도 세분화해 함께 조사하면 좋은 자료가 되지 않을까 생각을 합니다.
<strong style=″font-weight:bold; font-family:initial;″>Q. 그런데 최근 사건들을 보면요. 또래 여성 살인범 정유정, 신림동 흉기난동범 조선, 분당 서현역 흉기난동범 최원종, 신림동 성폭행 살인범 최윤종, 전부 다 연락하는 지인이 거의 없는 이른바 ′은둔형′ 생활을 해 온 건 맞잖아요.</strong>
A. 그 방향성을 조심해야 할 것 같은데요. 고립 청년들 모두가 범죄를 저지르는 것은 절대 아니고요. 범죄는 반사회적 사고를 가지고 있으면서 일탈 행위에 가담하고자 하는 욕구가 굉장히 커졌을 때 저지르게 되는 것인데요. 전체 고립 청년 중에 그런 반사회적인 사고나 행동에 빠지는 경우는 굉장히 드물 것으로 생각이 되거든요. ′은둔′ 현상을 어떤 범죄자가 가지고 있는 문제라고 말할 수는 있지만, 거꾸로 ′은둔′ 성향을 가진 사람들이 모두 범죄를 저지르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이런 부분을 조금 조심해야 될 것 같습니다.
<strong style=″font-weight:bold; font-family:initial;″>Q. 그럼 이들 간에 어떤 공통점이 있긴 있는 건가요?</strong>
A. 일단 정유정 같은 경우는 기본적으로 굉장히 내성적인 성격인 데다가 다른 사람에 대한 불신이 심했던 것 같아요. 가족에게 적절한 지지를 받지 못했고, 그렇기 때문에 어떤 식으로 타인에게 친밀감을 형성해야 될지를 잘 몰랐을 거고요. 우리가 ′다른 사람에 의해서 사랑받을 수 있고 인정받을 수 있다′ 이런 자존감을 사회적 자존감이라고 하는데 이런 사회적 자존감이 굉장히 낮았을 걸로 예측이 돼요. 그렇기 때문에 타인과의 관계를 맺는 게 쉽지 않은 상황에서 굉장히 고립된 생활을 오랫동안 지속했을 것 같고요.
조선 같은 경우는 사회적 자존감이 낮은 것은 정유정과 비슷하지만, 다른 점은, 비행 전력이 상당하거든요. 조선 같은 경우는 오히려 대인 관계를 적극적으로 추구했을 수 있어요. 또 조금 성공적인 관계를 맺었을 때는 주변에 과시하는 그런 유형이었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기본적으로 대인관계를 맺는 사회적 기술이 부족했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그 끝은 결국 굉장히 좋지 않았을 겁니다. 쉽게 다른 사람에게 욕을 한다거나, 그 사람을 모욕한다거나, 화를 낸다거나.. 이러면서 관계가 정상적으로 유지되기 어려웠을 거고 어느 순간 주변 사람들이 떨어져 나가는 거죠.
최원종 같은 경우는 정신질환을 갖고 있는데, 정신질환 안에 성격장애라는 유형이 있고 그 성격장애 중에서 조현성 성격장애를 갖고 있는 거예요. 조현성 성격장애 자체가 사회적으로 어떤 타인하고 관계를 맺는데 굉장히 무관심하고, 혼자 있는 것을 좋아하면서 기괴한 사고를 하는 것을 특징으로 하거든요. 그렇기 때문에 고립된 생활을 해도 본인이 별로 불편함이 없는 그런 경우입니다.
결론적으로 세 사람 다 ′고립된 생활′을 하는 현상은 비슷해 보이지만 원인이 각기 다른 거죠. (스스로 고립을 원한 경우도 있고, 반대로 본인은 대인관계를 맺고 싶었는데 실패한 경우도 있군요) 그렇습니다.
<strong style=″font-weight:bold; font-family:initial;″>Q. 위의 범죄자들은 특별한 이유나 원한 관계 없이, 전혀 모르는 사람을 대상으로 끔찍한 범행을 저질렀는데요. 나이도 젊은 편이거든요.</strong>
A. 원래 범죄자들의 연령대는 평균 40~50대 정도로 나타납니다. 그런데 이번에 벌어진 이런 이상동기 범죄 같은 경우는 유독 20~30대 젊은 층이 많았는데요. 일반적으로 다른 폭행 범죄에 비해서 이런 이상동기 범죄 혹은 이른바 묻지마 범죄의 경우 연령대가 좀 낮게 나타나는 것이 사실입니다.
이건 우리나라뿐 아니라 일본도 그렇습니다. 일본 ′도리마(길거리 악마)′ 범죄 같은 경우도 일반 살인에 비해 청년층이 많았습니다.
그러면 최근에 이런 청년층 범죄가 많아지는 원인이 어떤 것일까, 한다면 아까 말씀드린 대로 일단 이들 중에 정상적으로 사회적인 유대관계를 맺은 사람이 거의 없었던 것으로 보여져요. 타인에 의해서 본인들의 생각이나 행동을 정상적으로 바꿀 수 있는 그런 기회가 거의 없었던 것이죠.
또 사회 구조적인 문제도 있는 것으로 보이는데, 최근에는 예전과 비교해 공동체 의식이 굉장히 희박해졌죠. 혼자 고립돼 살아가는 사람들을 어떻게든 공동체에 편입시키려고 하는 시도보다는, 그냥 내버려두는, 방치하는 그런 분위기가 좀 더 만연해진 것 같아요.
더 우려스러운 것은 코로나 상황을 거치면서 우리 사회가 약 3년 정도 사회적으로 고립을 해야만 하는 그런 시기를 거치면서, 사회적 유대가 이미 부족한 사람들은 더 고립되는.. 결핍된 상태가 심화된 그런 측면이 있다는 겁니다.
<strong style=″font-weight:bold; font-family:initial;″>Q. 방금 일본 ′도리마 범죄′ 말씀하셨는데요. 일본은 우리보다 일찍 이런 이상동기 범죄를 개념화하고 실태조사도 했다던데요?</strong>
A. 일본이 통계를 내고 있긴 한데, 이 통계에서 보는 일본의 ′도리마 범죄′는 우리나라의 이상동기 범죄(묻지마 범죄)와 다르게, 사람들이 많은 대로에서 일어나는 살상 행위 위주로 집계하기 때문에 건수 자체가 좀 적습니다.
1년에 한 10~15건 내외로 일어난다고 추산을 하고 있거든요. 연도별로 보면 늘어나고 있는 것 같지는 않은데, 그렇다고 해서 급감한 것도 아니고, 지금은 어떤 일정한 상태로 유지되고 있는 정도로 보여요.
다만 일본은 우리보다 훨씬 일찍 이런 문제를 겪었고, 사회적인 진단도 우리보다 훨씬 빨랐기 때문에 범죄 예방책과 사회적인 제도 마련의 방향들을 살펴볼 수 있습니다.
일본은 사회복지 정책, 정신질환자에 대한 처우, 이들의 치료와 관련된 제도, 또 출소자에 대한 관리, 히키코모리 청년에 대해서 심리 상담과 구직 지원까지 연결하는 그런 사회적 안전망 확충을 포함한 광범위한 제도 개혁을 시도했거든요. 우리 역시 이런 부분을 분명히 참고해볼 필요가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