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PD수첩팀

[PD수첩] 기억과 외면, 10.29 참사 1년

입력 | 2023-10-31 22:05   수정 | 2023-10-31 22:29
31일 밤 PD수첩 <기억과 외면 - 10.29 참사 그 후>에서는 10.29 참사 후 1년의 시간, 159명의 죽음에 대한 풀리지 않은 의혹과 쟁점에 대해 방영했다.
2022년 10월 29일 저녁, 이태원에서 상가를 하는 A 씨는 대규모 압사 위험을 직감하고 저녁 6시쯤 112 신고를 했다. 신고를 받은 경찰은 강력 해산 조치 후 종결했다고 보고했지만 실제로 해산조치는 이뤄지지 않았다. 소수의 교통정리 인원과 범죄단속을 위한 경찰은 있었지만 애초 인파관리를 위한 경비 병력과 행정인력이 배치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용산경찰서는 그 이후에도 112 신고가 쇄도했지만 기동대를 즉시 투입하지 않았고 경찰의 조치는 없었다. 결국 참사 사망자만 무려 159명, 부상자는 300여 명에 달하는 대형 참사가 발생했다. 경찰 특별수사본부가 참사를 수사했지만 행정안전부 장관, 경찰청장, 서울경찰청장에 대한 기소는 이뤄지지도 않았고 일선 용산경찰서장 선에서 수사는 끝이 났다. 유가족들은 왜 그날 경찰의 초동조치가 이뤄지지 않았는지 이해할 수 없는 상황에서 1년을 보냈다.
지난 2월 초, 유가족들은 서울광장에 임시 분향소를 세웠다. 분향소에서 만난 혜리 씨의 어머니는 시체검안서에 기록된 딸의 사망시각에 대해 의문을 품고 있다. 참사 당일, 밤 10시 33분에 혜리 씨 아버지의 휴대전화로 딸의 전화가 걸려왔지만, 검안서에 기록된 딸의 사망시각은 10시 15분. 게다가 구급일지의 적힌 혜리 씨의 사망추정시각은 11시 10분. 유가족 대다수가 이처럼 사망 상황에 대해 구체적으로 알지 못하는 상황에서 혼란을 겪고 있었고, 당국에 제대로 된 수사를 해달라고 호소할 뿐이었다. 당일 10만 명이 넘는 인파가 몰릴 것을 예측했음에도 불구하고 제대로 대책을 세우지 않은 용산구청과 용산경찰서 관계자들에 대한 책임을 묻는 재판이 현재 진행 중이지만 과연 10.29 참사에 대한 제대로 된 수사가 이뤄졌던 것일까?
참사 당일 밤 9시경, 경찰에 112 전화가 빗발치고 용산구청으로도 긴박한 상황이 전파되는 시각, 박희영 용산구청장은 당직자에게 이태원이 아닌 삼각지역 부근으로 가서 ′대통령 비방 전단지′ 수거를 지시한 사실이 확인되었다. 제작진은 박 구청장의 공식 답변을 요청했지만, 재판 중이라는 이유로 구청 측에서는 답변할 수 없다고 밝혔다. 박 구청장은 재판 중에도 ″사고를 예견하거나 미리 막을 능력도 없다. 인파 통제를 위한 안전 관리 계획을 세운 전례도 없다″라고 주장하고 있다. 이임재 전 용산경찰서장은 무전기로 다수의 비명 소리를 들었고 참사가 일어나기 전부터 위험을 인지한 사실이 재판을 통해 드러났다. 이들은 재판과정에서 시종일관 혐의를 부인하고 있다. 참사 후 1년이 흘렀지만 아직까지 책임자들에 대한 형사처벌은 전무하다. 국가재난안전본부 책임자인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은 아직도 장관직을 수행 중이다.
10.29 참사 유가족 대표들은 298명의 국회의원들에게 1주기 추모 행사 초청장을 전달했고 참사 이후 단 한 번도 유가족의 면담에 응하지 않았던 대통령에게도 참석을 요구했다. 대통령실은 추모 행사가 정치 집회라며 이를 거부했다.

참사 이후 유가족들에 대한 혐오와 편견이 온오프라인에서 기승을 하고 있다. 이에 대해 오지원 변호사(전 사회적참사 특별조사위원회 사무처장)는 ″본인들(정치인)은 정권 비판을 받지 않아도 되는 그런 상황으로 만들기 위해서 계속 피해자(유가족)들을 혐오의 대상으로 삼는 것인데, 그런 발언들은 사회적 영향력이 충분히 있기 때문에 계속 그 혐오를 재생산하게 된다″라고 설명했다. 참사의 현장, 진상규명의 과정, 애도의 시간 그 어디에도 국가는 없었다 말하는 유가족들. 159명의 죽음과 수많은 피해자들의 아픔을 이대로 외면해야 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