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이정은

의무와 부담만 지고 있는 지상파? "K 콘텐츠 생태계 위해 지원해야"

입력 | 2024-06-27 11:27   수정 | 2024-06-27 14:20
글로벌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로 콘텐츠를 소비하는 건 일상이 된 지 오래, 시청자의 77%는 OTT 서비스를 이용한다는데요.

오징어 게임, 피지컬 100 등 국산 오리지널 콘텐츠가 세계 시장에서 성공하면서 한국 콘텐츠에 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습니다. 특히 K 콘텐츠의 회당 제작비는 미국 드마라 제작비의 8에서 25% 수준으로 낮으면서 품질이 좋아 주목받고 있습니다.

<b>주목받는 K 콘텐츠, 국내 방송사업엔 오히려 위기?</b>

어느 때보다 K 콘텐츠에 관한 관심이 높지만, 방송 사업자들은 오히려 수익이 줄고 있습니다.

2023년 전체 방송사업자의 영업이익은 2022년 대비 8,177억 원 감소한 3조 5억 원, 비율로 치면 21.4% 줄었습니다. 방송 광고에 쓰이던 돈은 온라인으로 향하고 있죠. 지상파 광고매출은 2022년 1조 2,090억 원에서 2023년 9,273억 원으로 무려 23.3% 줄었습니다.
이런 가운데 전문가들이 [K 콘텐츠 생태계의 지속을 위한 지상파 방송의 역할과 전망]을 주제로 특별 세미나를 열었습니다.

발제를 맡은 이상원 경희대 교수는 먼저 ″글로벌 OTT에 과도하게 의존하면 국내 방송 미디어산업이 종속될 수 있다″는 우려를 나타냈습니다. 한국 업체들이 가성비 좋게 콘텐츠를 제작하지만, 과실은 글로벌 OTT 가 먹는 상황이 굳어지면 한국이 제작 하청기지화되고 장기적으론 국내 방송산업의 경쟁력이 약해질 수 있다는 겁니다.

<b>지상파의 역할에 주목하다.</b>

전문가들은 지상파의 역할에 주목했습니다.

홍원식 동덕여대 교수는 한국에서 지난해 제작된 프로그램 제작비의 절반, 50.2%가 지상파에서 나왔다고 설명했습니다. 매출 대비 제작비 투자 비율은 어떨까요?

2023년 기준 지상파는 76%, 유선방송사업자는 5.1%, IPTV 사업자는 0.1%에 불과했습니다.
지상파 방송국들은 100만 원을 벌면 76만 원을 제작비에 투자하는데 유선방송사업자는 5만 1천 원, IPTV 사업자는 1천 원만 투자한다는 뜻이 됩니다.

매출 대비 제작비 비율이 콘텐츠 생태계에 미치는 긍정 효과는 큽니다. 의미 있지만 그만큼 돈을 많이 벌지는 못하는 콘텐츠, 뉴스나 교양 프로그램, 다큐멘터리 등 비드라마, 비 예능 영역에서 큰 역할을 하기 때문입니다.

<b>콘텐츠 경쟁력 유지하려면?</b>

홍 교수는 ″공공재로 기능하는 지상파 방송의 시장 가치를 부정하거나 과소평가하면 오히려 지상파 방송의 품질이 낮아져 공공재적 가치가 더 하락하게 된다″고 설명했습니다.
이에 김우균 법무법인 세종 변호사는 ″지상파 방송이 콘텐츠 제작자로서의 역할을 수행하기 위해선 콘텐츠 제작을 위한 충분한 수익이 확보돼야 한다″고 진단했습니다.

배진아 공주대 교수는 ″지상파 방송이 공론장, 지역성, 다양성 등 공적 책무를 여전히 수행하는 만큼 이를 위해 제도적·사회적 지원이 시급하다″고 강조했습니다. 그러면서 유료방송 사업자들이 얻는 수익이 콘텐츠에 재투자되는 선순환 구조가 만들어져야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유료방송 플랫폼 사업자에 더 적극적인 역할을 주문하는 겁니다.

구체적인 방법으로 조성동 인하대 교수는 ″정부의 매칭 펀드, 플랫폼 사업자가 참여하는 콘텐츠 펀드″ 등을 예로 들었습니다. 콘텐츠를 유통시키며 돈을 버는 플랫폼 사업자들이 제작에도 투자하면 우리 콘텐츠 생태계가 더 건강해질 거란 제언입니다.

K 콘텐츠의 생태계를 지키는 길, 다양한 방송사업자들이 함께 노력해야 가능할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