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손하늘

[단독] 이름·본적·학교까지 빼곡‥'재일학도의용군' 입대명부 찾았다

입력 | 2025-07-11 20:42   수정 | 2025-07-11 20:45
한국전쟁 발발 당시 일본에서 공부하다가, 조국 대한민국을 지켜내자며 자발적으로 참전했던 ′재일학도의용군′ 수백 명의 입대 당시 명부가 75년만에 일본 도쿄에서 발견됐습니다.

MBC가 재일학도의용군동지회와 국회 정무위원회 유동수 의원실을 통해 확보한 ′한국방위자원군본부 입대자명부′에는, 1950년 9월 당시 한국으로 가는 군함에 올랐던 재일학도의용군 358명의 이름과 나이, 한국 내 본적, 일본 내 거주지, 학교명과 학년 등이 기록됐습니다.

이는 전체 재일학도의용군 규모인 642명의 과반에 해당하는 것으로, 그동안 휴전 이후에 사후적으로 학도의용군 명단을 취합한 적은 있지만, 일본에서 출정할 당시의 명단이 구체적인 인적사항과 함께 확인된 것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이번 입대자명부는 일본 도쿄의 재일한인역사자료관 서고에서 지난달 18일 발견됐으며, 참전 당사자나 친인척이 개인적으로 보관하다가 여러 자료들과 섞여 기증했던 것이 뒤늦게 발굴된 것으로 추정됩니다.

재일학도의용군은 1950년 전쟁 발발 직후 재일동포 청년들이 자발적으로 결성한 조직으로, 일본에서 군함을 타고 한반도로 넘어와 인천상륙작전·장진호전투·백마고지전투 등 한국전쟁 주요 전투에 국군·미군과 함께 뛰어들었습니다.

참전자 642명 가운데 52명이 전사했고, 장진호전투 과정에서 숨진 것으로 추정되는 83명은 유해를 찾지 못해 여전히 실종 상태로 남겨져 있습니다.

미국이 북한 장진호 일대에서 발굴했다가 감식 결과 우리 군으로 확인된 유해들을 봉환하기는 했지만, 정확한 신원을 알 수 없는데다 DNA를 채취해 대조할 유족도 특정할 수가 없다 보니 이마저 임시 안치된 상태입니다.

그러는 사이 생존자들은 점차 줄어, 지난달 21일 조인석 옹이 향년 99세로 일본 나가노현에서 별세하면서 재일학도의용군 생존자는 이제 98세 박운욱 옹 혼자 남게 됐습니다.

재일학도의용군동지회는 발굴된 명부에 적힌 주소의 과거 거주기록 등을 바탕으로, 정부가 DNA를 대조해 유해 신원 확인에 적극 나서줄 것을 촉구했습니다.

박운욱 재일학도의용군동지회장은 ″일부 유해가 보관돼 있는데 유전자 검사도 못 하고 있는 현실이 답답하다″며 ″내가 숨을 거둔다면 나를 기다리고 있을 친구들이 ′우릴 찾아주지도 않고 그냥 올라온 것이냐′고 나한테 물을 것만 같다″고 호소했습니다.

국회 정무위원회 유동수 의원은 ″재일학도의용군과 같이 국가를 위해 희생하신 분들에 대해서는 국가가 마지막 한 분까지 찾아내고 기억하고 알리기 위해 최선을 다해야만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이에 대해 국가보훈부는 국방부 등 관련기관과 협력해 신원과 참전 사실이 확인되면 국립묘지 안장과 국가유공자 유족 등록 등 절차를 진행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취재협조: 재일한인역사자료관, 국회 정무위원회 유동수 의원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