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25-10-11 09:15 수정 | 2025-10-11 09:39
<strong style=″font-weight:bold; font-family:initial;″>■ ″현장실습 기대돼요″‥그러나 점점 줄어드는 취업률</strong>
직업계고등학교에 다니는 3학년 학생들은 2학기가 되면 기업으로 ′현장 실습′을 나갑니다. 학교에서 배운 지식과 기술을 실제 현장에서 어떻게 활용할 수 있는지 익힐 기회이자, 취업을 통해 어엿한 노동자로 거듭날 기회이기도 한 겁니다. 이미 2학년 2학기 때부터 도제 교육 차원에서 연계 기업에 출근하는 학생들도 있다는 걸 고려하면, 매년 이맘때쯤 직업계고 학생들은 저마다의 일터로 나가는 셈입니다. 그래서일지, MBC 취재진이 만난 서울의 한 직업계고 학생들에게서도 설렘과 걱정이 함께 읽혔습니다.
<blockquote style=″position:relative; margin:20px 0; padding:19px 29px; border:1px solid #e5e5e5; background:#f7f7f7; color:#222″>직업계고 재학생 A : ″새롭게 기술을 배워볼 수 있고, 무엇보다 경력도 필요하니까 (실습이) 기대가 돼요. 나중에 취업을 하려면 나쁘지 않은 경험인 것 같아요.″
직업계고 재학생 B : ″(실습을 나가서) 여러 가지를 다 해보면서 많은 것들을 경험해야 제가 (진로를) 어디로 하고 싶은지 알 수 있으니까요.″
직업계고 재학생 C : ″고등학생이라고 해서 특별히 설명을 많이 안 해주고 실습하는 경우도 있다는데, 회사에서 잘 알려줬으면 좋겠어요.″
직업계고 재학생 D : ″혹시나 사고가 생기지 않을까 불안하기도 하고, 잘 교육해 주는 좋은 곳으로 가고 싶다는 생각이 들기도 해요.″</blockquote>
다만 현장 실습에 나선 모든 학생이 취업을 선택하는 건 아닙니다. 실제로 최근 현장실습생들의 취업률은 점점 줄어드는 추세입니다. 교육부가 국회 교육위원회 백승아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직업계고 현장실습생 취업률은 지난 2022년 67%에서, 2023년 65.7%, 지난해 63.2%까지 점차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런 수치 하락에는 교육청이 인증한 실습처인 ′선도기업′ 숫자가 줄어든 영향 등 여러 배경이 있겠지만, 학생들이 실습 자체에 성취감을 느끼지 못하면서 취업을 선택하지 않은 건 아닐지 의문이 남는 대목이기도 합니다.
<b>■ 학생은 일하고 싶은데 ′다칠까 봐′ 일 안 시킨다?</b>
현장 실습을 거쳐 수도권의 한 금속가공 업체에서 일하고 있는 스물세 살 김정현(가명) 씨를 만난 건, 직업계고 졸업생에게 ′현장 실습′이 어떤 기억으로 남았는지 궁금했기 때문입니다. 김 씨가 가장 먼저 떠올린 건 ′허드렛일′이라는 말이었습니다.
<blockquote style=″position:relative; margin:20px 0; padding:19px 29px; border:1px solid #e5e5e5; background:#f7f7f7; color:#222″>김정현(가명)/직업계고 졸업생 : ″′내가 지금 실습 나와서 허드렛일을 왜 해야 하는 거지′라는 생각이 자주 들었던 것 같아요. 예를 들면 기계를 돌리는 거나 세팅하는 걸 배우고 싶은데, (실습하는) 회사에서는 그렇지 않은 거죠. 학생들이 원하는 것과 기업이 원하는 게 서로 어느 정도 양립할 수 있어야 하는데‥ 학생들이 원하는 걸 가르쳐주는 방식으로 접근하면 훨씬 더 좋은 실습이 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blockquote>
학생들이 실습을 나가는 기업들을 점검하는 일을 했던 현직 노무사의 설명도, 김 씨의 경험과 크게 다르지 않았습니다.
<blockquote style=″position:relative; margin:20px 0; padding:19px 29px; border:1px solid #e5e5e5; background:#f7f7f7; color:#222″>심준형/노무사 : ″현장 실습생을 받는 기업에 안전 점검을 나가서 제가 이것저것 물어볼 때마다 기업 담당자들에게 자주 들었던 말이 있어요. ′걱정하지 마세요. 우리 설비가 얼마짜리인데 일을 시키겠어요? 그냥 보조적인 일, 잡부처럼 일만 하게 될 거라 안전사고 안 나니까 걱정하지 마세요.′ 그 말을 반대로 놓고 보면, 학교 전공과 상관없는 일들만 단순히 반복하게 된다는 건데, 학생들이 거기서 취업하고자 하는 생각이 들지 않게 되는 구조인 거죠.″</blockquote>
이들의 설명을 종합하면, ′현장 실습을 나간 학생들은 학교에서 배운 일을 활용해서 일하고 싶은데, 막상 기업으로서는 실무 작업에는 학생들을 투입하기에 부담스러우니 보조적인 업무를 하게 하는′ 상황이 되는 겁니다. ′학교에서 배운 기술을 산업 현장에서 배우고 취업으로 연계′한다는 현장 실습의 기본적인 취지와는 사뭇 다른 결과인 셈입니다.
<b>■ 고 홍정운 군 사망 이후‥실습생 산재 45% 늘었다</b>
그렇다고 해서 일터에 나간 실습생들이 덜 다친 것도 아닙니다. 국회 교육위 백승아 의원실에 따르면, 지난 2021년 전남 여수의 한 요트업체에서 실습 도중 숨진 고 홍정운 군 사고 이후 교육부에 보고된 실습생 산재 사고는 매년 증가했습니다. 3년 만에 45% 늘어난 셈인데, 실습생이 다친 80건의 사고 가운데 산재보험 처리로 이어진 건 그 절반에도 못 미치는 33건에 불과했습니다.
실습생들이 일터에서 숨질 때마다 정부가 ′안전교육 강화′와 ′전담 노무사 배치′를 비롯한 개선책을 여러 번 내놨지만, 실습생 산재 사고가 끊이지 않고 있는 겁니다. 전국특성화고노동조합은 지난 2일 논평을 통해 ″지금까지 발생한 수많은 특성화고 현장실습생과 고졸 청년들의 사고는 법과 제도가 부재했거나, 있었음에도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기 때문에 일어난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한 직업계고 교사는 MBC에 ″안전한 실습 기업 발굴과 취업 실적에 대한 압박 모두 교사들에게 전가되는 구조″라고 토로하며 ″보다 건강한 현장실습을 위한 관심이 필요하다″고 전했습니다.
교사 출신인 백승아 의원은 MBC에 ″실습 계획 수립과 현장실습처 발굴, 현장 방문 모니터링까지 전 과정에서 직업계고 선생님들이 챙겨야 할 일이 많다″며 ″이런 업무 부담을 덜어줘야 선생님들이 현장실습처를 더 꼼꼼히 점검할 수 있고, 학생들이 더 안전할 수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백 의원은 이어 ″현장실습생들은 교육의 일환으로 현장에 나가 있는 만큼, 더욱 특별히 보호받아야 한다″며 ″학생 안전을 철저히 보장하는 동시에 성취감을 높일 수 있는 방향으로 현장실습을 지속적으로 개선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올해도 2학기를 맞아 현장에 나간 실습생들을 위해, 교육부는 내년 1월까지 ′현장실습 특별점검반′을 운영하며 실습 상황을 점검하겠다고 밝혔습니다. 꿈을 이루기 위해 일터로 향하는 실습생들이 안전과 성취감 모두 거둘 수 있도록 뒷받침할 ′어른들′의 노력이 필요해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