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앵커: 권재홍,최율미
[카메라 출동]부산.시모노세키간 보따리장수 밀수 현장[도인태]
입력 | 1997-05-04 수정 | 1997-05-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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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메라 출동][부산, 시모노세키 간 보따리장수 밀수 현장]
● 앵커: 오늘 카메라 출동 팀은 부산과 일본시모노세키를 오가는 부관 연락선을 타고 보따리장수들의 밀수현장을 취재했습니다.
이들이 어떻게 물건을 사고 또 어떻게 몰래 가지고 들어와서 파는지, 그리고 중간의 세관 직원들은 무엇을 하고 있는 것인지 현장 고발합니다.
● 기자: 오전 8시 부산 여객 부두, 출국장 밖으로 4,50대의 보따리장수들이 자기 몸무게는 나가 보이는 짐들을 힘겹게 끌고 나와 기다리고 있던 사람들에게 건네줍니다.
이들은 재빨리 가방들을 출국장 밖으로 끌어내 대기하고 있던 차에 싣습니다.
●보따리장수: 너무 큰 것 갖고 왔어.
뭐가 커, 작은 것 갖고 왔는데.
● 기자: 청원 경찰도 물끄러미 바라만봅니다.
이들의 목적지는 부산 국제시장, 시장 안으로 들어간 물건은 잡화점과 전자 제품판매점으로 넘겨집니다.
이곳에서는 일제 물건들은 무엇이든 구할 수 있습니다.
"카탈로그 가지고 하나 구해 달라고 하면 얼마나 걸려요?"
● 점원: 일주일이면 구한다.
● 기자: 이날 오후 부산 여객 부두 대합실, 오전에 일본에서 왔던 보따리장수들이 저마다 서너 개씩의 가방을 들고 다시 일본으로 떠납니다.
이들의 짐에는 소주와 맛김, 라면 등 일본에서 팔 한국 상품들이 들어 있습니다.
배에 오른 승객 중 2/3가 보따리장수들입니다.
일반 승객들은 대부분 보따리장수들로부터 이른바 대리 통관을 부탁 받기 마련입니다.
● 보따리장수: 내일 아침 내리면서 술 세병씩 들어주세요.
"양주를?“
네 내가 식사비 내고, 올 적에 맥주 살 테니까.
● 기자: 다음날 아침 일본 시모노세키 항, 부산에서와 마찬가지의 상황이 벌어집니다.
도착하자마자 한국 상품 보따리가 풀리고기다리던 남자들이 거두어 실어냅니다.
이들의 다음 행선지는 어디일까?
시모노세키 시내에 있는 서너 개의 면세점을 찾는 고객들의 대부분은 한국에서 온 보따리장수들입니다.
상점 안에서는 보따리장수 서너 명이 흥정을 벌이고 있습니다.
매장 안쪽에서는 직원들이 소형 카세트의 박스를 뜯어 본체와 부품을 따로 포장한 뒤 2∼30개씩 검은색 비닐봉지에 담습니다.
중고품으로 위장하기 위해서입니다.
● 시바다 전기사장: 작은 오디오 같은 경우 우리도 포장된 채로 파는 게 좋은데 (보따리상들이) 자꾸 분리해 달라고 한다.
● 기자: 이렇게 구입한 물건들은 봉고차에 실려 부두로 보내집니다.
부산항 세관 검색대, 취재팀의 동승을 눈치챈 세관이 휴대품검색을 강화합니다.
갑작스런 검색 강화에 항의가 쏟아집니다.
● 보따리장수: 물건 다 뺏으면 어떡하나?
세금 받아먹으라고 공무원 시켰나?
● 기자: 이곳저곳으로 몸을 숨기는 사람들.
● 세관 직원: 당신들 계속 숨어 있을 거요?
● 기자: 심지어 물건을 버리고 가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가방에선 온갖 물건들이 쏟아져 나옵니다.
소형 카세트, 전자 오락기, 비디오 플레이어 등 전자제품, 참깨, 참기름 등 식료품에서부터 염색약, 화장품, 모기약, 은단 등 생활 잡화들도 한 꾸러미씩 나옵니다.
이들 보따리장수 대부분은 1년 동안 일본을 100번 이상 다녀온 사람들입니다.
"자주 나가시는 것 같은데요"
● 보따리장수: 아닙니다.
“몇 번?"
105번? 1년에 105번이 작지 않아요?
● 기자: 부관 페리 호 한 배에서 내린 보따리장수들로부터 유치된 물품들입니다.
이런 종이상자로 100여개가 넘습니다.
매달부산 세관에서 유치되는 물건만 20여 톤, 세관을 무사히 빠져 나가는 것까지 합치면 이보다 몇 배가 많은 일제 물건들이 세금도 안 물고 보따리장수들의 가방에 실려 이처럼 매일 부산에 들어오는 셈입니다.
물론, 세관의 묵인이 없이는 불가능한 일입니다.
● 보따리장수: 세관 직원들에게 몇 만원씩 주는 것보다 일이 100만원 줘버리고 가져오면 백발백중이지.
● 기자: 카메라 출동입니다.
(도인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