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앵커: 이인용,최율미

[카메라출동]고속도로 버스전용차선 위반 백태[이진호]

입력 | 1997-09-11   수정 | 1997-0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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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메라출동][고속도로 버스전용차선 위반 백태]

● 앵커: 꽉 막힌 고속도로에서 버스전용 차로를 질주하는 승용차들이 있습니다.

경찰은 헬기까지 동원해서 단속에 나서고 있지만 실종된 양심, 그리고 마비된 공중도덕은 여전합니다.

주말 고속도로 버스전용차로 위반실태를 이진호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 기자: 지난 주말오후 경부고속도로, 꽉 막힌 도로, 꼬리에 꼬리를 문 자동차 행렬은 끝이 없어 보이지만 기다릴 도리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이를 비웃기라도 하듯 버스전용 차선을 달리는 차들.

단속에 걸린 위반 차량들에게는 아프다는 말은 모범 답안.

● 시민1: (알) 거봉 먹고 체했어요.

● 시민2: 임산부가 멀미하고 게워서.

● 시민3: 천식 때문에, 거짓말 아녜요.

● 기자: 능청스럽게 병원 예약시간에 늦었다는 또 다른 위반자.

● 기자: 밤에는 진료 안하잖아요?

● 시민4: 전화 통화하고 왔어요.

● 기자: 박사님이 어느 박사님이에요?

● 시민4: 이승호 박사님.

● 기자: 사실인지 현장에서 확인해 봤습니다.

● 시민4: 이승호 박사님이라고 안 계세요?

● 기자: 비슷한 이름도 없어요.

너무 졸려서 어쩔 수 없었다는 한 아주머니.

● 시민5: 졸음이 와서잠이 깨잖아요.

● 기자: 전용 차선에 들어가면 잠이 깨나?

● 시민5: 깨네요.

선보러 간다는 40대 남자의 변명.

● 시민6: 오늘 선보러 가야 돼요.

노총각입니다.

● 기자: 몇살?

● 시민6: 40입니다.

경광등을 단 채 전용차선을 달리다 적발된 승용차 운전자는 어쭙잖은 신분 과시를 합니다.

● 시민7: 경광등 왜 다셨어요?

● 기자: 저녁에 달고 활동하는데.

● 시민7: 기관에서 일하세요?

● 기자: 방범대장이에요.

단속에 걸린 40대 남자, 단속 경찰관에게 태연히 뭔가를 내밀며 여유를 보입니다.

이 남자가 내민 것은 상이군경협회 신분증.

● 시민8: 원래 '증' 보여주면 전부 다 봐 주게 돼 있습니다.

딱지 떼려면 떼세요.

● 기자: 사이렌까지 울리며 전용차로를 달리는 모 회사 간부, 배짱 좋게 도주하다 잡혔습니다.

면허증 제시를 거부하며 사정하기 바쁩니다.

● 시민9: 죄송합니다.

할 말 없습니다.

● 기자: 이 경우 전용차선 위반 벌점 30점, 지시위반 15점, 면허증제시 불이행 30점, 합쳐서 벌점 75점에 75일간 면허 정지, 벌금 15만원을 내야합니다.

심한 정체현상을 보이고 있는 일요일 오후 경부고속도로 상행선입니다.

운전자들은 꽉 막힌 도로 때문에 지치고 짜증이 나지만 질서를 지키기 위해 자기 차선을 꾸준히 가고 있습니다.

하지만 나만 먼저 가고 보자는 얌체 운전자들은 오히려 적반하장입니다.

● 시민10: 앞차는 왜 못 잡고 피해 오는 차량을 잡냐 말이에요.

● 시민11: 아저씨, 왜 아픈 사람 자꾸 그러는 거예요.

● 기자: 경찰 헬기가 하늘에 떠다니며 위반 차량을 감시해 보지만 역부족입니다.

전용차로로 끼여드는 벤츠 차량, 한 유명 탤런트 소유의 차입니다.

인생의 새출발을 법규 위반으로 시작하는 신혼부부, 마지막 가는 길, 검은색 띠를 두른 장의차도 보입니다.

렌터카를 이용하면 괜찮겠지 하고 위반하는 외국인, 취재진을 발견하곤 슬그머니 버스전용 차선을 벗어나는 한 승용차, 아직도 타율이라는 단속의 굴레를 벗어나지 못한 우리 교통문화의 부끄러운 자화상입니다.

카메라 출동입니다.

(이진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