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앵커: 권재홍,최율미
[카메라 출동]묻지마관광 알선하는 여행사 추태 관광[정연국]
입력 | 1997-05-11 수정 | 1997-05-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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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메라 출동][묻지마관광 알선하는 여행사 추태 관광]
● 앵커: 오늘 카메라 출동은 속칭, 묻지마 관광버스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취재했습니다.
여행사가 생면부지의 중년 남녀들을 모아서 짝을 맺어 주고 하루 종일 술 마시고 춤추고 놀게 하고 그렇게 해서 어둑어둑해지면 은밀하게 2차까지 이어지는 그런 낯 뜨거운 놀음이 매일 벌어지고 있습니다.
상대가 누군지 일체 묻지 않는다고 해서 붙여진 '묻지마 관광' 5월 가정의 달에 그 추태를 고발합니다.
정연국 기자입니다.
● 기자: 이른 아침 인천 주안역 앞, 여행복 차림의 50대 남자, 30대 후반의 여자들이 버스를 탑니다.
남자들은 뒤쪽에 여자들은 앞쪽에 몰려 있습니다.
어색한 분위기를 깨기 위한 듯 버스를 타자 마자관광 회사 직원의 주도로 술 파티가 벌어집니다.
소주에 맥주가 쉴 새 없이 오갑니다.
● 관광객: 오늘은 다 섹시한 분들만 있어서 분위기가 캡이야 캡
● 기자: 여기에 노래가 빠질 수 없습니다.
● 관광객: 무슨 노래를 부를까?
아이, 오빠가 얘기해 줘
● 기자: 분위기를 띄운 다음의 순서는 짝짓기.
● 관광객: 짝을 만들기 위해서는 소지품 하나가 꼭 필요
소지품 다 주세요.
100원짜리 누구예요?
● 기자: 이 30대 주부는 남자의 손목시계를 골라잡고 짝이 오기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짝짓기가 끝난 뒤 버스 안은 광란의 춤판으로 변합니다.
인천 시내를 벗어나 고속도로를 달린 지 두어 시간, 벌써 손을 잡고 허리를 감싸 안아도 뿌리치지 않는 사이가 됐습니다.
● 관광객: 아니 그런데 괜찮은 거 같아 애들이"
● 기자: 오후 1시 도착한 곳은 경기도의 한 유원지, 술 파티에 춤판이 이어집니다.
안고 안기는 것은 예사.
"몇 번 왔나?
● 관광객: 두 번. 저렇게 하면 스트레스 풀려요.
완전히 흔들고 가니까 그래서 자꾸 오는가봐
● 기자: 다정한 연인이듯 보트놀이를 하는가 하면 여가를 즐기는 가족 나들이객도 아랑곳 않고 아예 껴안은 채 민망한 모습을 연출하고 있습니다.
그래도 집안일은 걱정이 되는지 전화를 걸고 있는 한 주부.
● 관광객: 엄마, 가스 잘못해 놨는지 걱정 했는데 괜찮지.
라면 사다가 밥하고 먹어, 콜라 좀 사다 놔.
엄마 좀 늦을거야.
● 기자: 돌아가는 버스 안은 더 가관입니다.
술에 취한남녀가 서로 엉켜 미친 듯이 춤을 춥니다.
입맞춤도 서슴지 않습니다.
여자의 허벅지를 치며 박자를 맞추면서도 서로의 신분을 묻지 않는 관광, 남자들은 한 직장의 동료들이고 여자들은 여행사를 통해 모집된 가정주부들입니다.
이 같은 추태가 벌어지는 관광버스 뒤엔 뻔뻔스럽게도 '학생수송'이라는 표시판이 붙어 있습니다.
● 기자: 먹다 남은 쓰레기와 술병을 버스 안에 남기고 이들이 가는 2차는 나이트클럽이나 카바레.
● 알선 관광업체 관계자: 여자들 대개 가자면 2차가요.
마음에 맞으면 살림을 차리든가 우리는 상관 안 해
● 기자: '묻지마 관광'을 주선하고 있는 일부 관광회사입니다.
1인당 25,000원의 회비를 받고 가정의 질서를 파괴할 수 있는 것을 불륜을 조장하고 있는 것입니다.
'묻지마 관광'을 전문으로 하고 있는 인천의 한 관광 회사,
● 알선 관광업체 관계자: 우리가 1인당 몇백 명씩 (회원) 있으니까.
직원들이 합심해서 맞춘다.
● 기자: 인천 주안역 앞은 매일 아침 이들 관광회사 버스가 줄을 서고 중년의 남녀로 북적입니다.
● 주안역 앞 편의점 종업원: 주말 뿐 아니에요.
주에도 계속하고 관광이 아니에요.
● 기자: 가정의 달인 5월, 가정을 뒤로하고 나선 '묻지마 관광'객들로 전국의 유원지와 관광단지가 들썩 거리고 있습니다.
우리나라 중년 남녀의 놀이 문화, 아직 이 수준입니다.
카메라 출동입니다.
(정연국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