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앵커: 권재홍,최율미
여의도 상가 건물 13년간 둥지 튼 제비 가족[이상호]
입력 | 1997-05-31 수정 | 1997-05-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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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의도 상가 건물 13년간 둥지 튼 제비 가족]
● 앵커: 삭막한 도심 속에 제비 둥지, 실제 보지 않아도 말만 들어도 그 정감을 느낄 수가 있습니다.
10년 넘게 한해도 거르지 않고 도심 상가에 둥지를 튼 제비 가족이 있다고 해서 이상호 기자가 가 봤습니다.
● 기자: 서울 도심인 여의도의 한 상가 건물.
형광등 갓 위로 아슬아슬하게 제비 둥지가 자리 잡았습니다.
이번 달 들어 제비 부부의 몸놀림이 부산해 지더니 지난 3일 암갈색 알 다섯 개를 낳았습니다.
혹시나 새끼를 헤칠까 오가는 사람들에 제비 부부는 잔뜩 신경이 곤두섰습니다.
새끼들에게 둥지를 내 준 제비 부부는 잠깐씩 전깃줄 위에서 지친 날개를 접을 뿐 2,3분 간격으로 부지런히 먹이를 물어 옵니다.
이렇게 하루 수백 번, 제비 부부는 삭막한 도심 위의 하늘로 날아오르지만 결코 빈손으로 돌아오지 않습니다.
10여 년간 둥지를 지켜 온 이들 제비 가족은 이제 여의도의 명물이 되었습니 다.
이들이 식구처럼 친근해진 주민들은 행여 제비가 늦게라도 오면 가슴 이 졸여집니다.
● 박명옥: 기다려지지요.
항상 그래요.
그리고 저기 오시는 손님들도 제비들이 이렇게 있으니까 신기해하고.
● 기자: 자기가 낳은 곳을 잊지 않고 9000km를 날아 어김없이 봄소식과 함께 돌아오는 이들 제비 가족은 삭막한 도심을 살아가는 우리에게 사라져 가는 약속의 의미를 되새겨주고 있습니다.
MBC뉴스 이상호 입니다.
(이상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