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앵커: 이인용,김지은

[카메라 출동] 학교 폭력 실상 취재[도인태]

입력 | 1997-06-17   수정 | 1997-06-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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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메라 출동][학교 폭력 실상 취재]

● 앵커: 오늘 카메라 출동은 이렇게 일그러진 10대 이들의 학교 폭력의 현장을 카메라에 담았습니다.

초등학생 그리고 여학생에게까지 번지는 학교 폭력의 실상을 도인태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 기자: 서울 중량천변의 한 공터, 하교시간을 맞은 인근고등학교의 남녀 학생들이 서성거리고 있습니다.

선배로 보이는 학생들이 하나둘씩 나타납니다.

미리 와 있던 학생들은 일제히 허리를 90도로 굽혀 깍듯한 예를 갖춥니다.

잠시 후 3명의 학생들이 교각 뒤로 불려가 엎드려뻗쳐 자세를 취합니다.

이내 엎드린 학생들의 엉덩이에 가차없는 몽둥이 세례가 쏟아지기 시작합니다.

1인당 10여대씩 가해지던 매질은 갑작스러운 행인의 출현으로 잠시 중단됩니다.

행인이 지나가자 이번에는 몽둥이가 다른 학생에게 넘겨집니다.

사태가 예사롭지 않다고 판단한 취재진은 학생들에게 다가갔습니다.



일어나라고 했잖아.

구타의 현장을 들켜 버렸지만 학생들은 전혀 죄책감을 드러내지 않았습니다.

때린 이유가 뭐야?

앞으로 더 잘하라고 군기 잡는 거죠.

다른 서클은 (한달에) 두 번이나 세 번씩 잡는다고

잡는게 뭐야?

때린다고
학생들이 다니는 학교를 찾아갔습니다.

학생들 간의 폭력에 대한 학교 측의 반응은 느긋하기까지 합니다.

● D고교 학생주임: 폭력이라고 호칭을 붙일만한 싸움은 없어요.

여기는.

● 기자: 학교 폭력은 이렇게 방과 후에 학교 주변의 후미진 장소에서 주로 발생합니다.

하지만 시간과 장소, 나이와 성별을 가리지 않고 확산되고 있는 것이 최근의 추세입니다.

최근 학교 폭력의 가장 두드러진 특징은 집단 괴롭힘의 성격이 강하다는 것입니다.

경기도 안산의 한 중학교 주변 놀이터, 아직 앳띤 얼굴의 중학생들이 익숙한 솜씨로 담배를 피워 물고 있습니다.

잠시 후 불려 온 한 학생을 담장에 몰아붙이고 서너 명이 둘러쌉니다.

주먹과 다리를 휘두르며 겁을 줍니다.

당하는 학생은 저항 한번 못하고 멱살을 잡혀 이리 저리 끌려 다닐 뿐입니다.

길가다 불리워 온 여학생들, 주먹으로 얼굴을 툭툭 치고 머리채를 잡아 마구 흔드는 모욕적인 행동에도 이 여학생은 싫은 내색 한번 못합니다.

더욱 심각한 것은 나이 어린 초등학생들까지 폭력에 물들고 있다는 것입니다.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초등학생들의 노는 모습입니다.

한 학생이 다른 학생을 깔고 앉아 짓누르고 있습니다.

하지만 다른 아이들은 빤히 바라보면서 오히려 괴롭히는 학생을 부추기고 있습니다.

여학생들의 폭력도 증가 추세에 있습니다.

작년에 동료 여학생들에게 쇠파이프로 집단 구타당해 피멍이 든 한 여학생의 모습입니다.

● 박옥식(청소년 폭력예방재단): 과거의 남학생 일변도였던 폭력 실태가 지금은 여학생 쪽으로도 많이 기울어져서 35%에 달하는 여학생 폭력이 있고
.

● 기자: 이제는 학생 보디가드까지 등장한 것이 우리 학교 폭력의 현주소입니다.

폭력의 무방비로 노출된 학생들, 가정과 학교, 사회가 아무런 역할도 못해주는 현실은 그들을 더욱 외롭게 하고 있습니다.

● 피해 여학생: 전에 야산에서 맞아서 다리에 깁스 했거든요.

- 심하게 맞으면 선생님한테 얘기 안 해?

보복이 두려워서 얘기 못해요.

마음은 있어도 얘기하면 맞을게 뻔한데


● 기자: 카메라 출동입니다.

● 앵커: 이게 비록 일부일지 모르지만 우리 10대들의 모습입니다.

성과 폭력에 그대로 노출돼 있고, 분별력 없이 이걸 받아들이는 우리 10대들에게 우리는 과연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지 학부모는 물론 정부 당국과 우리사회는 더 이상 이 문제를 외면해서는 안 된다고 봅니다.

(카메라 출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