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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님이 안 계세요" 빗물 찬 유골함에 유족들 절망

"아버님이 안 계세요" 빗물 찬 유골함에 유족들 절망
입력 2020-08-10 20:10 | 수정 2020-08-10 2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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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앵커 ▶

    피해 현장에서는 속속 복구 작업이 시작되고 있지만, 아직도 비가 계속 되고 있고, 태풍까지 북상을 하면서 차질이 빚어지고 있습니다.

    워낙 피해가 커서 언제 다 복구를 할 수 있을지, 주민들은 막막해 하고 있습니다.

    천여 개의 유골함이 물에 잠겼던 광주의 추모관에는 가족을 찾으러 온 유족들이 빗물이 들어찬 유골함을 보며 분통을 터뜨렸습니다.

    우종훈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 리포트 ▶

    전남 구례군 주민들이 흙탕물로 범벅이 된 건물 잔해와 물건들을 치우는데 여념 없습니다.

    자원봉사자들의 도움으로 간신히 복구중이지만, 또다시 발효된 태풍주의보에 주민들은 망연자실.

    아직 채 익지도 않은 과수원과 밭에 애써 키운 농작물이 그대로 널브러져 있지만 손도 못 대는 상황입니다.

    [고순옥]
    "지금 완전히 전쟁터보다 더 심하고 밥그릇 하나까지 다 못써요. 지금 지붕만 남기고 다 잠겨버려서."

    제방이 붕괴되면서 물바다가 됐던 나주 영산강 인근의 한 마을.

    하천의 수위는 낮아졌지만 피해는 폭우가 쏟아졌던 그때 그대로입니다.

    가구와 집기류는 모두 집 밖으로 나와있고, 주민들은 밀려든 물을 연신 퍼내 보지만 이어지는 비에 속수무책입니다.

    [이정자]
    "어떻게 진짜 미리미리 철저하게 해서 하수구 둑에 물을 보내버리고 정말 이쪽으로 피해가 좀 안 났으면 좋겠어요."

    광주 소촌공단 한 자동차 부품 업체도 사흘간 퍼냈지만 흙탕물은 여전히 공장 가득 남았습니다.

    기계설비는 물에 잠겼고 생산해둔 재고에도 흙이 묻어 모두 쓸 수 없게 됐습니다.

    건물 지하는 현재 보시는 것처럼 천장이 무너져 내린 상태입니다.

    하지만 또다시 내리는 비에 추가 붕괴 위험까지 있어 구조물을 치우지도 못하는 상태입니다.

    [주태환/광주 소촌공단 관계자]
    "태풍 대비해서는 저희들이 거기까지 신경 쓸 겨를이 없고 지금 있는 토사 제거하고 그 이후에 2차적으로 대응 준비를 또 해야 됩니다."

    옹벽이 무너지며 20여 명이 긴급대피했던 고시원 건물에도 전봇대가 쓰러졌던 당시의 참혹함이 그대로 남아있습니다.

    건물 1층 전체에 차 있던 흙은 퍼내도 퍼내도 끝이 없습니다.

    본래는 건물 앞에 주차돼 있던 차량이 현재는 보시는 것처럼 밀려드는 토사와 빗물에 건물 뒤편까지 쓸려 내려온 상태입니다.

    지하에 있던 유골함 1천8백 개가 물에 잠겼던 추모관에는 가족을 찾으러 온 유족들로 가득합니다.

    아버지의 유골을 수습하러 왔지만 이미 유실됐고, 혹시나 하는 기대를 안고 다른 가족의 유골함을 열어보지만 안에는 빗물만 가득 차 있습니다.

    [추모관 침수 피해 유족]
    "아버님 지금 안 계세요, 지금. 유실돼서. 황당하죠. 아무것도 없으니까. 어떻게 됐는지도 모르겠고."

    기록적인 폭우로 10명이 숨진 광주와 전남.

    본격적인 복구를 시작하기도 전에 다시 쏟아진 비가 피해 주민들의 애간장을 녹이고 있습니다.

    MBC뉴스 우종훈입니다.

    (영상취재: 김영범·김상배(광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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