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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강아지 염소들…' 가축 살리려다 '뗏목 타고 탈출'

'내 강아지 염소들…' 가축 살리려다 '뗏목 타고 탈출'
입력 2020-08-10 20:15 | 수정 2020-08-10 2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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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앵커 ▶

    이렇게 가축들을 구하기 위한 노력이 이어지고 있지만 피해가 큰 상황입니다.

    경남 하동에서는 가축을 구하려던 60대 주민이 불어난 물에 거꾸로 고립되는 아찔한 일이 발생했습니다.

    다행히 스티로폼으로 뗏목을 만들어서 탈출을 하긴 했지만, 가축들은 결국 대부분 폐사했습니다.

    이준석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 리포트 ▶

    67살 진흥화 씨의 축사가 침수되기 시작한 건 지난 8일 밤, 진 씨는 밤 10시쯤 가축을 구하기 위해 3~4백 미터 떨어진 농장에 혼자 들어갑니다.

    [진흥화]
    "개 풀어주고 염소 풀어주고 닭장문을 열어 놨지, 물 위로 뜨는 놈 뜨라고 했더니 산 닭이 떠내려가는 거라…"

    가축을 살리기 위해 동분서주하다 보니 축사 처마까지 물이 찼고, 고립된 진 씨는 지붕 아래로 몸을 피합니다.

    휴대전화는 손이 닿지 않는 축사 한 쪽에 두는 바람에 119신고도 가족에게도 전화하지 못했습니다.

    밤을 꼬박 새운 진 씨는 새벽 6시쯤 침수된 축사를 탈출합니다.

    급조한 스티로폼 뗏목을 타고 삽으로 노를 젓는 장면, 집에 도착하기 직전 가족이 촬영한 영상입니다.

    부인은 전화를 받지 않는 남편을 기다리며 뜬눈으로 밤을 지샜습니다.

    [김성아]
    "(남편이) 스티로폼을 타고 나오는 거라, 플라스틱 삽으로 노를 저어 나오는데 엉엉 울었어요, 너무 반가워서…"

    물이 빠진 축사는 처참했습니다.

    지붕과 나무 위로 대피해 살아남은 이 농장의 가축은 개 몇 마리와 닭 두 마리가 전붑니다.

    토종닭 470여 마리와 새끼 염소, 강아지는 폐사하거나 떠내려갔습니다.

    [진흥화]
    "젖도 안 떨어진 강아지하고 새끼 염소 두 마리하고, 그걸 두고 볼 수 없는 거라… (그래서 축사에 갔는데…)"

    가축을 살리려다 고립돼 뗏목을 타고 탈출해야 했던 진흥화 씨는 오늘 폐사한 가축을 땅에 묻었습니다.

    MBC뉴스 이준석입니다.

    (영상취재: 박경종 (경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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